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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온갖 상처를 입으며 강물을 역류해 올라가는 고난을 감래한다. 그리고 알을 낳고 그 생애를 마감한다.’

뭔가 한편의 단편소설 줄거리 같습니다. 이 문장이 말하는 것은 무얼까요. 바로 연어를 일컫는 말입니다. 연어는 모천 회귀 본능에 의하여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고 죽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연어 회귀천을 들라고 하면 단연 우리는 양양의 남대천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몇몇 회귀천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곳이라는 얘기죠.

바로 그 남대천 둔치에서 11월4일~ 5일 양일간 올해로 4번째를 맞는 연어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연어와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는 축제였습니다. 축제는 크게 개막행사, 체험행사, 문화행사, 체험행사로 구성되어 개최되었습니다. 4일 개막식에 이은 ‘용왕제 봉행’ 개막행사가 있었으면 나머지 행사는 4,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축제는 아주 독특한 축제였습니다. 볼거리와 더불어 할거리, 그것도 평생 이곳이 아니면 해 보지 못하는 이색적인 체험행사들이 펼쳐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양 군민들만의 혹은 강원도민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의 축제였습니다. 기자가 축제의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속초나 양양 사람들도 있었지만 인천, 서울 등 차를 타고 몇 시간씩 달려온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축제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행사 중 제일 인기가 좋은 행사는 단연 체험 행사들이었습니다. 연어맨손잡이 체험과 연어와 달리기, 연어 낚시 3가지의 체험행사가 있었는데 개중에서도 연어맨손잡이체험행사는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아이들에게는 태어나 직접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거대한 연어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수심 삼 사십 센티미터의 남대천 한 곳에 망을 쳐서 연어가 도망갈 수 없도록 하고 그 안에 참가자 수만큼의 연어를 푼 다음 참가자들이 직접 물로 들어가 맨손으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연어를 잡는 행사였습니다.

무릎까지 다리를 물에 담그고 참가자들은 어른들의 팔뚝만한, 아이들의 몸 절반만한 연어들을 잡기위해 한바탕 난리를 쳤습니다. 눈에 띈 연어를 잡기 위해 몸을 물로 던지는 어른도 있었고 의외로 길이 60센티미터에 가까운 연어를 쉽게 잡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손으로 거대한 연어를 잡았다가 놈의 거대한 힘에 못이겨, 퍼드덕 허공으로 튀어 올라 다시 도망가는 연어를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광경은 그야 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농구장만한 체험장 안에서 사오십 명이 한꺼번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모습이 마치 여름철 시골 아이들이 냇가에서 물놀이하는 장면과도 같았습니다. 참가자들 중에서도 아이들에게는 정말 유별난 기억이 될만한 행사였습니다.

인천에서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찾아 왔다는 한 분은 도시에서 매일 학교니 학원이니 이리저리 쫓기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행사에 참가했다고 참가이유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행사는 인터넷에서 사전에 신청을 받았는데 행사 몇 주전에 이미 신청이 마감되어 현장에서 이 광경을 보고 참가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조가 체험을 마치고 나서 여분의 연어들을 풀어 현장 참가자들에게도 한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희망자에 비해 연어수가 작아 그 기회마저 잡지 못한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두번째 체험행사 연어와 달리기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속성을 이용한 동물 경주였습니다. 폭이 칠팔 미터 되는 물줄기에 망으로 구분을 해 다섯 개의 트랙을 만든 다음 각 트랙에서 참가자가 연어를 결승점까지 몰고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어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인지 경주가 원활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연어를 끌고 가다시피 해서 결승점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 또한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 하는 체험행사였습니다.

얕은 물에 짧은 릴 낚시대로 연어를 잡는 연어낚시를 포함해서 이들 세 체험행사에서 연어를 잡은 이들은 한 마리에 한해 직접 가져 갈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상설로 마련된 탁본장에서는 이들 연어의 탁본을 떠 주어 참가자들이 추억을 좀더 길게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외에 문화행사로 연어사생대회, 연어춤공연, 풍물놀이등의 행사도 있었고, 상설행사로 연어생태견학 프로그램도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연어생태견학 행사는 연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행사였습니다.

남대천 둔치 연어축양장에는 인공언덕이 설치되어 어떻게 연어가 언덕을 넘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어채포장에서는 연어의 포획 및 채란, 인공수정과정을 직접 참가자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 견학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행사장에 마련된 연어전시장의 전시물들과 연어생태를 다룬 비디오를 통해 연어에 대한 궁긍증을 풀 수도 있었습니다.

이중에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경고 메시지가 들어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양양군의 초등학생들이 남대천을 촬영한 사진전이 있었는데 몇몇 아이의 사진들은 남대천의 회손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듯 했습니다. 다타버린 구공탄이 강바닥에 덩그러니 버려져 있는 사진은 정말 아이들의 눈은 속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자아내었습니다.

이 행사의 진행을 담당했던 양양군청 이벤트팀 최상규 씨에 의하면 연어가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이유중에 남대천 물의 수질이 최상급수라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사진에서 말하는 경고를 무시한다면 연어를 보기는 해마다 조금씩 조금씩 어려워져 나중에는 아예 보기조차 힘들게 될런지도 모르죠.

현재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은 인공으로 탄생한 연어들입니다. 양양군 내수면 연구소에서는 산란을 위해 남대천을 다시 찾은 연어를 잡아 인공적으로 산란 수정, 부화를 시켜 치어를 기른 다음 이 치어들을 방류합니다. 그 치어들이 바다로 나간 다음 3,4년 충분히 자라 산란할 시기가 되면 다시 이 남대천을 찾아 오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연어 요리를 직접 구경하고 맛볼 수도 있는 축제였습니다. 많은 축제 참가자들은 각종 연어요리를 시식해보고 연어를 직접 사가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다른 요리 보다 연어에 간단하게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구운 연어구이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어인공 방류사업은 1913년 고원에 연어 부화장이 설립된 후부터 인위적인 관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60년대에 전국 여러 곳에 내수면 개발 시험장이 생겨 추진되었고 본격적으로 1984년 양양 내수면 연구소가 건립되면서 연어의 자원증강과 자원유지는 물론 동해안의 연어어업도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연어 인공부화 방류사업은 어민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어는 지금 축제로 어민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추억의 한 장면이 되고 있습니다.

행사를 개최한 양양군의 축제의미 설명에는 이 행사의 의의가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마무리를 그 글로 대신합니다.

귀향 혹은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매년 10월 단풍이 떠내려 오는
양양 남대천으로 가서 산란을 꿈꾸는 연어떼를 보라
연어를 통해 삶을 되돌아 보는 생명여행.
연어가 태어나 왜 그 먼 베링해로 가는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지, 여로의 조타능력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매년 이같은 연어의 탄생과 죽음은 계속되고 남대천은
생명의 밭으로 묵묵히 흐른다.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날까지.
사람은 단지 그 연속된 시간의 중간에 잠시 남대천에 섰다
사라지는 존재이다.
이런 연어의 신비로운 삶과 생명의 경외감이 인간의
귀소본능과 어울려 탄생한 것이 연어축제이다.
늦가을 단풍으로 물든 설악산을 등에 지고 생명의 강 남대천에
발을 담그고 연어를 만나는 일은 신비롭다.
연어축제에 참가한 어린아이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연어를 통해 가족을 이야기 한다.
생명의 소중함과 뜨거운 가족애를 연어를 통해 배우는 체험 이벤트
연어축제에는 바로 그것이 있다.

양양군 연어축제 웹사이트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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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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