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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저널리스트 일명 ‘VJ’들의 협회체가 탄생했다. 사실 이 협회의 탄생은 열흘 정도 지난 이야기지만 늦게나마 창립자체의 홍보가 되어 있지 않은지라 창립 소식을 전하며 간단히 VJ영역에 대한 소개를 한다.

한국 비디오 저널리스트 협회 ‘Korean Video Journalist Federation(KVJF/이하 VJ협회)’는 지난 11월 4일 굿모닝 방송 아카데미에서 창립총회를 가지고 정식 발족을 하였다. 협회장은 경원대 행정대학원 안병찬 씨가 맡게 되었고 상임이사는 한국에서 비디오 저널리스트라는 개념자체가 전무하던 시절 VJ작업을 시작한 김민선 씨가 맡았다. 비상임 이사에는 방송에서 혹은 기타 방면에서 익히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 올라 있다. 표재순 연세대 언론 홍보대학원 교수도 있고, 차인태 경기대 매체영상학부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향후 VJ협회는 VJ교육에서 VJ제작지원 사업, 출판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맞추어 산뜻하게 만들어진 VJ협회의 웹사이트도 오픈을 하였다. http://www.kvjf.org

본 기자가 VJ협회의 발족을 알게 된 것은 11월13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VJ 영상 축제에서였다. 당시 김민선 씨는 본선 경쟁작품 출품자가 아니라 본인의 작품이 추천 VJ 영상물로 방영되는 까닭에 게스트로 방송에 출연하였다.

본 기자는 출품한 작품이 본선에 올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생방송이 끝나고 심사 위원들과 뒷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직접 인사를 나누고 VJ협회의 발족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김민선 씨는 단순히 게스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영상축제 기획부터 참여를 한 인물이었다. 그분으로부터 들은 VJ협회의 성격 및 활동에 대한 이야기와 협회 발족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본 기자가 알고 있는 VJ활동 현황을 정리해 본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란 과연 무엇인가?

먼저 VJ라는 개념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VJ 즉 Video Journalist란 자기가 직접 동영상 카메라로 촬영을 해가며 저널리즘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부분 그래서 직접 기획하고 촬영해서 편집과 원고까지 한 사람이 다하게 된다.

이러한 비디오저널리스트의 탄생은 사실 동영상 카메라의 존재시기부터 가능했지만 현재처럼 하나의 경향으로 떠 오르는 VJ란 캠코더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화질 면에서 방송용 카메라에 못지 않은 디지털 캠코더가 나오면서 이들이 방송 등의 본격적인 매스미디어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의 화질이 엄청나게 개선되어 영화, 다큐멘터리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이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VJ들이 주로 다루는 영역은 사회성이 짙은 르포 작품들이다.

다큐멘터리 영역에서도 많은 VJ들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작품의 성격상 1인 작업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VJ들의 주요 활동 장르는 르포인 것이다. 르포는 그 성격상 제작의 모든 과정을 충분히 혼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요인들도 있지만 초기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이 주로 활동한 영역이 그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널리스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면 그 사실은 더욱 확실해 진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 정확히 VJ들이 주로 관여하는 장르가 정립되어 있지 않고, 기존 저널리스트들이 VJ로 변신하는 경우 보다 애초에 영상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VJ가 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외국의 경우는 기존의 저널리스트들이 카메라를 들고 영상작업 쪽으로 뛰어 듦으로서 VJ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VJ라는 영역은 전문인에서 일반인까지 모든 이들이 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붐과 문제점

90년대 초반부터 우리 사회에도 비디오저널리스트라는 개념이 서서히 소개되고 실제로 VJ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VJ의 길을 걷고 있다. 실제로 그 영향은 방송에서 VJ들이 제작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들이 방영되고 VJ들이 제작하는 레귤러 방송프로그램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제작 시스템은 실제 1인 제작 시스템 즉 기획, 촬영,편집을 한 사람이 모두 하는 원맨 프로덕션 시스템이다 보니 경제성이나 기동성에서 기존의 영상물과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1인으로 그리고 대부분은 어떤 프로덕션이나 단체를 끼지 않고 직접 매체를 상대하다 보니 해결될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었고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였다.

VJ협회의 발족은 바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제의 내부를 들여 다 보면 먼저 이들 제작시스템이나 작품이 차별성과 경쟁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불안정했으므로 이들의 붐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방송사들에게 이용당하기 일쑤였다.

예를 들면 VJ들이 각 방송사의 보조 촬영 역할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도 오락 프로그램 촬영 시 베타 카메라가 메인이 되고 VJ들이 촬영한 6mm디지캠 화면이 중간 인서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기타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송 내에서의 VJ입지가 약간 달라져, 그리고 사회적으로 VJ라는 영역이 부곽되면서 독립적으로 VJ제작물로만 방송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그러한 모습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VJ들이 제작한 작품이 여타의 고지도 없이 방송사 제작 프로그램으로 둔갑해서 방송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1인 제작시스템에 값싼 장비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기존의 영상물을 만들던 방식보다 저렴하지만 한 개인의 작업이므로 제작비 조달이 더욱 힘들어져 기존 방송 프로덕션처럼 하청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독립적으로 비디오 저널리스트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안해룡, 김민선 씨 등 애초부터 독립 작업을 한 몇몇 사람과 방송사 재직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다큐멘터리 PD 정수웅, 윤동혁 씨 정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도 결국 방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내 보낼 경우만 수입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고 그 수입이라는 것도 VJ작품의 경쟁성이나 차별성에 비하면 형편없는 금액이라고 한다. 결국 생계는 원고나 강의를 통해 생기는 부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모 방송사의 아침 방송에서는 독립적인 VJ코너들이 마련되어 있어, 몇몇 VJ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급되고 있는 작품료 수준이 거의 원가에 가깝다고 한다. 예를 들면 10일 정도의 해외 촬영을 해서 코너물로 내 보내려면 10일 동안 10개 정도의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하루에 7,8분짜리 길게는 10분짜리 작품 한 편을 촬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본 기자도 해외촬영을 다니고 하지만 해외촬영이란 언어소통의 문제, 사전 섭외의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촬영과 달리, 하루에 그런 분량의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만약에 촬영하는 도시라도 이동할라치면 하루가 그냥 날아가 버리니, 현재 지급되고 있는 편당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사석에서 윤동혁 PD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그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원래 윤동혁 PD는 SBS근무하던 다큐멘터리 PD다. 하지만 동기들이나 같은 연배의 PD들이 제작PD가 아닌 관리직 즉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획된 혹은 제작된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데스크가 되는 현실에서 본인은 여전히 제작을 하고 싶어서 독립을 했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어 방송사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는 사무실 유지조차도 힘들다고 한다. 그나마 앞에 말한 강의나 원고를 통한 수입마저 없는 일부 VJ들은 평소에 결혼식, 회갑 등의 비디오 촬영을 주수입을 얻고 있다고 한다.

VJ협회의 발족 배경과 목적

VJ협회의 발족은 이러한 VJ 붐이라는 요인과 열악한 환경에 기인한다. 엄청난 붐에도 불구하고 VJ들의 활동에 걸맞는 입지를 굳히기에는 현재의 환경자체가 저절로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김민선 상임이사의 인사말에는 이에 대한 완곡한 표현을 하고 있다.

‘21세기는 멀티미디어 시대이고 그 사회에서는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 제작을 예고하고 있다. 그 멀티미디어 시대의 첨병으로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역할을 다 할 것이다. 한국 비디오 저널리스트 협회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어 정보를 리드하고 회원들이 끊임없이 정보를 교류하며 자기개발을 하도록 공간을 마련할 것이다.’

비디오저널리스트의 등장은 기존 저널리즘이나 방송의 환경 변화를 가져왔고, 방송 내부에서도 경쟁력을 위해 제작자들에게 새로운 소양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그 변화의 원인이었던 비디오저널리스트라는 영역은 기존 저널리즘 혹은 방송의 경제성 논리에만 지배를 당하고 있는 현실은 비디오저널리스트들의 소멸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협회가 정보교류의 허브역할을 하고, 또한 직접적으로 제작지원까지 함으로써 현재의 비디오저널리스트 붐을 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런 취지는 협회가 현재 밝히고 있는 각종 사업을 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VJ협회의 다양한 사업과 비젼

창립시 밝힌 협회의 사업은 아주 다양하다. 먼저 회원 소식지나 전문 잡지를 통해 협회 및 개인회원의 소식을 전하고 전세계 비디오저널리스트의 소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출판 사업,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우수 작품을 동영상으로 상영하는 정보통신 사업, 아마추어와 프로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의 축제가 될 각종 영상제와 아마추어들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하는 영상제 사업, 비디오 저널리스트 포럼 및 시민 접근권 사례 조사 및 프로그램 연구를 하는 연구사업, 기획안 심사를 통해 제작지원을 하고 해외 제작 보급을 하는 제작지원 및 연계 사업, 그리고 부설 아카데미 설립 및 회원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사업, 각종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클럽을 만들고 지원하는 기타사업을 추진 할 예정이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정기적인 영상제 개최와, 회원에게 카메라와 편집 시설 등의 장비를 지원하는 일이다. 사실 영상제란 수익이 거의 없는 일이기에 이런 협회가 아니면 개최하기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많은 VJ희망자들이 비용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장비부분을 지원해 준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협회의 사업에는 중고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및 제작지원과 청소년 영상제가 포함되어 있어 자라나는 미래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에게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우지간 이대로만 된다면 엄청난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의 협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이 협회가 굴러가기 위한 경제적인 부분인데, 아마 그 부분은 비디오저널리스트의 활동으로 수혜를 입는 거대 매체나 각종 영상사업을 하는 기관 및 기업체들의 초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또한 협회는 영리 단체식의 이윤추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거대 매체나 상업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 방법 또한 기존 단체들처럼 회원사나 회원의 회비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협회 자체가 준비중인 비디오 저널리스트 아카데미나 출판 사업, 배급 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는 정규 회원의 경우 가입비 오천원에 연간 삼만원을 회비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므로 더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협회가 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성공하여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활동이 더욱 더 활발해진다면 국내 기성 영상제작분야 및 저널리즘 그리고 매스미디어에 엄청난 자극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그런 분야들의 고질적인 체질 개선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항상 대중으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 매스미디어의 기능에 대한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VJ협회의 성공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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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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