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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은 농촌 농민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내년 봄으로 향하고 있다.

주가가 최근 곤두박질치면서 앞으로 경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며 애써 위로하는 도시 사람들의 마음처럼, 내년 봄이 오면 경기가 나아져 농산물 값이 회복돼 은행 빚도 갚고 자녀 결혼비용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의 싹이 농민들의 마음속에 움트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농산물 집산지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는 형편없이 떨어진 농산물 시세에도 불구하고, 내년 2~3월이면 값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뒤켠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무 배추 오이 고추 마늘 대파 등 어느 하나 제 값을 받는 농산물은 없었지만, 농산물을 거래하는 상인들과 팔러 나온 농민들은 그래도 연말들어 시세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2~3월 햇농산물이 출하되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봄이 오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농산물 시세는 생산원가를 보장받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최근 농림부가 수급조절을 위해 5만톤에 달하는 배추의 산지 폐기를 지원하고 나섰지만 배추값은 쉽사리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동진 대아청과 부장은 "배추 생산면적이 지난해보다 30%늘어났고 대형유통업체와 김치공장의 산지직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위축돼 최근 배추값은 5톤트럭 한차당 40만~140만원 정도로 매우 낮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다발무값도 평균 120만~13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무 배추값이 당분간 예년 시세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로 쇠고기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엽채류 값도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보기 대형유통업체, 김치공장 직거래 무 배추 값 압박


황윤만 동화청과 영업부장은 "최근 상추값은 4kg를 기준으로 할 때 2,500원~8,000까지 거래되고 있으나 예년 수준의 50%에 지나지 않는다. 상추를 제외한 나머지 엽채류 값도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홍성희 한국청과 경매사는 그러나 "그나마 연말들어 깻잎 얼갈이 등 엽채류 값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내년 2~3월이되면 엽채류 값이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영상보기 바닥다지는 엽채류 날개짓


▲가락시장 양파경매장면
ⓒ 2000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이재욱 경매사는 "풋고추 청양고추 피망과 같은 고추류의 값이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하우스 재배에 들어가는 기름 값은 치솟아 농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봄이 찾아올 때까지 시세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이 애호박과 같은 하우스 재배 농산물 또한 죽을 쑤기는 마찬가지. "예년에 비해 값이 40%이상 떨어져 농민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는 게 강윤규 경매사의 설명이다.

강 경매사는 "그나마 최근들어 시세가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볼대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동영상보기 고추 오이 애호박 힘겨운 겨울나기


전남 진도 신안, 그리고 부산 명지에서 주로 나오는 대파 역시 지난해보다 값이 40%가량 떨어진 1kg기준 4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청과 출하위원 조두암씨는 "대파 값 폭락은 겨울철 대체작목을 찾지 못한 농민들이 배추 대파에만 매달려 생산량이 30%가량 늘어난데도 이유가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외식 소비량 감소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마늘 또한 요즘 가락시장으로 출하되는 양이 60%가량 줄었건만 값은 예년보다 20~30% 낮게 거래되고 있다. 박종환 (주)창성농산 사장은 "김장철이 마무리되면서 마늘 값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2~3월에 이르러 햇배추가 출하될 때 마늘 값이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영상보기 소비둔화로 홍역치르는 대파 마늘


감자 고구마 당근과 같은 구근류 값 또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다"는 김은섭씨는 "지난해 20kg박스 1개당 5만~6만원에 이르렀던 감자 값이 외국산 감자수입으로 2만원으로까지 내려앉았다"면서 "올해는 출하 초기부터 값이 높아봐야 3만~4만원선에 지나지 않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부철 한국청과 이사는 "감자 고구마 당근 시세가 모두 예년보다 20~30% 가량 떨어지면서 강원산 감자는 아예 출하를 기피, 재고량만 늘고 있다"면서 "전남지역 고구마는 품질이 좋은 여주산 고구마에 밀려 아예 서울 땅을 밟아보지 못한채 산지에 묶여 있는데다, 그나마 품질이 좋다는 여주산 고구마도 값이 크게 떨어져 제 값을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근의 경우 중국산에 떠밀려 생산원가도 못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동영상보기 늘어만 가는 재고에 깊어만가는 주름살


농산물 전품목에 걸쳐 시장붕괴라는 참담한 위기를 겪고 있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양파.
권종태 경매사는 "소비부진에도 불구, 양파값은 상품의 경우 1kg당 800원을 호가할 정도로 높은 값을 받고 있다면서, 양파 또한 재고량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지만 겨울철 뜨거운 음식에 양파가 많이 사용되고, 연휴때 가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동영상보기양파, 전품목 약세속 홀로서기 강세


지금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 농촌은 공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가 하루 속히 회복돼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때, 비로소 희망찬 날개짓을 펼칠수 있을 것이라고 고대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그 속에서 도시와 농촌 사람들의 기대와 바램이 샘솟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와 함께 제공된 동영상은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www.affis.net) 정보지원팀 소속 이대용씨가 촬영하고 편집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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