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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는 오래간만에 맛보는 "벤허"류의 웅장한 영화입니다.
더구나 영화시작부분 10분간의 고대 로마의 전투신은 관객의 눈을 떼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실제로 숲전체를 태운 것으로 유명한데 운이 좋게도 영국 산림관리위원회가 이 숲을 벌채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감독이 알게 되었나 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벌채 기회를 이용해 촬영을 좀 더 사실적으로 하기 위해 산림관리위원회에 찾아가 “제가 대신 해 드릴께요. 몽땅 다 태워 버린다니까요”라면서 허락을 맡고 정말로 촬영도중 그 숲을 모두 태워 버렸습니다.

글래디에이터는 배경은 비록 2000년전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최첨단 과학 기술이 동원된 것도 하나의 흥미거리입니다. 2000년전의 이야기를 서기2000년의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영화에 사용된 최첨단의 기술을 소개하면 우선 관객을 압도하는 웅장한 로마의 콜로세움은 실제로 장장 19주에 걸쳐 1/3은 실물로 건
축되어졌고 나머지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더구나 막시무스를 검투사로 조련하는 프록시모역을 맡은 올리버 리드는 촬영 도중 99년 5월 2일 말타에서 사망하게 되지만 제작진은 그의 남은 2분여의 연기를 위하여 320만불을 들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아있는 그의 모습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그래픽 기술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낸 것이지요.

이 영화의 시작은 5현제 중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노쇠해지면서 친자식은 아니지만 전쟁마다 탁월한 지도력과 용맹으로 맹위를 떨치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에게 황제자리를 물려주려고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당연히 아들인 자신이 황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코모두스는 황제를 살해하고 황제자리를 차지하고 맙니다. 더구나 코모두스는 막시무스까지 죽이려 했으나, 기적적으로 막시무스는 탈출합니다. 그러나 고향의 가족은 잔인하게 살해되고 맙니다.

황제가 될 뻔한 위치에서 이제는 목숨을 걱정해야 하고 가족은 잔인하게 살해되고 만 주인공 막시무스는 군인들에게 쫓기다 죽음의 문턱에서 노예상 프록시모에게 발견되어 검투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하고 필연적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검투사가 된 막시무스는 탁월한 무술솜씨로 승승장구하고 결국 황제인 코모두스와 맞붙게 됩니다.

이 영화는 픽션과 넌픽션이 섞인 역사극입니다. 영화자체의 예술성을 논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넌픽션인가 생각해보는 것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픽션은 어느 부분인가? 를 살펴봅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실제로 존재했던 로마의 황제이며 5현제의 한명입니다. 이 황제는 로마 16대 황제로서 외적의 침입을 많이 받아 전쟁터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고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로서"명상록"이란 유명한 책까지 쓴 황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사망하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아들 코모두스를 황제로 지명하는 것입니다.

영화속에서는 코모두스를 버리고 막시무스를 황제로 지명하려 하지만 실제의 아우렐리우스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고 질병으로 죽으면서 아들을 황제로 지명, 결국 공화정은 커녕 군인황제의 시대가 시작되게 됩니다.

로마도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사후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가공의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막시무스가 바로 검투사의 길을 걷게 되는데 과연 영화속의 검투사와 로마의 실제 검투사의 생활을 얼마나 닮았을까요?

고대 로마의 지도층은 평민들에게 두가지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유명한 "빵과 서커스" 입니다. 빵은 물론 빈민구제를 의미하고 서커스는 우리가 벤허에서 잘 보았던 "전차경주"와 "검투사 시합"을 의미합니다. 즉 검투사는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역학을 한 것입니다.

영화속에서 코모두스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 검투사 시합을 재개하고 원로원 의원들은 그런 그의 결정을 영리하다고 평가합니다. 이 대목은 상당히 로마의 역사를 정확히 반영한 부분입니다. 과연 시저나 아우구스투스 같은 위대한 황제들도 자신의 업적록에 검투사 시합을 몇번 개최했다는 것을 기록할 정도로 검투사 시합은 황제에게 있어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위해서 아주 좋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티베리우스 같은 황제는 잔혹하다는 이유로 검투사 시합을 금지하지만 그로 인해서 많은 선정을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황제로 기억됩니다.

검투사 시합이 물론 둘중에 하나가 죽어야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이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직업이지만 검투사들이 모두 노예출신인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검투사 중에는 노예도 있었다라는 표현이 정확하겠습니다. 위험하지만 수입도 엄청났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좋아서 원로원의 딸이 검투사와 눈이 맞아서 도망을 친 일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도 나왔듯이 이 검투사 경기는 황제 칼리굴라의 발안으로 프로 검투사와 아마추어 중죄인의 대결로 바뀌게 됩니다.
어쨌든 로마시민에게 있어서 검투사 경기는 "약간 위험한 권투"정도 였다는 것이 맞다고 보면 됩니다.

필자가 보기에 주인공 막시무스가 황제에게 복수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로마 황제가 직접 검투사와 대결을 펼친다는 구도는 만화영화나 공상영화에서는 어울리겠지만 이런 영화에 어울리는 스토리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로마황제들이 유권자인 시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선거철마다 선심성으로 검투사 경기를 후원한 것이고 황제인 자신이 직접 검투사와 겨룬다는 것은 세종대왕이 망나니와 칼싸움을 벌이는 것 만큼이나 황당한 일입니다.

이러한 스토리상의 "황당함"만 없다면 나무랄 게 없는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소재는 참신했고 스토리는 다소 황당하고 그래픽은 경이로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출시일 : 2000/12/29
출시사 : 드림웍스
장르 : 액션
감독 : 리들리 스코트    
주연 : 러셀 크로우  조아퀸 피닉스  코니 닐슨  
상영소요시간:154분
등급 :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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