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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열흘도 안남긴 지난 6일 CBS에 '용팔이'가 부활했다.

권호경 CBS 사장은 184일째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사내 로비에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오프라인'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격노, '용팔이'로 불리는 외부 용역원 20명을 동원해 물리적 진압을 시도했다.

6일 오후 5시 50분쯤, 매일 권호경 사장의 출퇴근을 보위하기 위해 고용된 외부용역원들이 1층 농성현장에 난입해, 40여명으로 구성된 노조측 방어대원들을 코너에 몰아 압박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며, 전단 및 벽보를 철거하고, 천막 해체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임진택 조합원(기술국 엔지니어) 등 두 명의 노조원이 부상을 입었고, 상당수의 투쟁격문 등이 훼손당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CBS 사측의 이같은 물리력 행사는 사건 당일 권사장이 검찰에 횡령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 것이 큰 발단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당일 검찰에 출두하고 돌아온 권사장은 간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분을 삭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한국연 기획조정실장과 손호상 총무부장 등이 권사장의 심기에 편승해 "이번 기회에 회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강공책을 주문했고, 이를 권사장이 수용함에 따라 사태가 촉발됐다고 증언했다.

실제 용역원들의 개입으로 빚어진 폭력 사태 당시 한실장과 이계영 총무국장, 손총무부장 등이 사건 현장에서 "계속 밀어붙여!"라고 독려하는 등 사실상 배후가 누구인지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는 게 진압현장에 있었던 노조원들의 반응이다.

이같은 폭력사태에 대해 회사측의 반응은 묵묵부답인 상태. 지난 7일 한겨레 기자에게 "노조쪽에 알아보라"고 말한 것 외에는 일체의 공식 반응 또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경찰에 "노조원들이 권사장의 사진을 로비 곳곳에 붙여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철거하기 위해 용역원들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원과 충돌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측은 "동원인력들은 정상적인 용역 계약에 의해 고용한 사람들로, 노조가 주장하는 제 3자 개입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측의 폭력 진압 시도에 대해 노조측은 "양심과 정직의 상징 CBS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를 탄압한 사례는 CBS 47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민주화 추진 세력이라고 자임한 권사장이 이같은 망조적 만행을 자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노조 김준옥 사무국장은 "이제 임금단체협상과 같은 사안이 아니라 폭력 침탈에 대한 분명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데 투쟁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를 위해 '용역원 퇴거와 책임자 처벌을 요청'하는 공문을 7일 사측에 전달하려 했으나, 권사장과 정두진 전무, 이계영 총무국장이 모두 자리를 비워, 9일 오전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아울러 검찰에 "제 3자 개입 및 폭력 혐의"로 사측을 고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9일 오전 10시 서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용역깡패 동원 만행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기독시민사회연대와 함께 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11일로 예정된 '전국 조합원 전진대회'를 당일로 앞당겨 오후 2시에 열 계획이다.

CBS 사태가 이같이 급박히 돌아가면서, CBS 노조 홈페이지(http://nojo.pe.kr)에는 사측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투쟁의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자는 노조원들의 반응으로 뜨거웠다.

이기완 조합원은 "이번 주간은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당하신 때"라고 언급하고 "일부 정치지향적 목사의 오욕에 멍들어가고 있는 기독교방송이 고난을 이기고 부활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의지를 결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www.cbslove.com)도 광주전남, 전북 지부 순으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권사장의 퇴진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교계에서도 권사장의 이같은 폭력 진압 시도가 '무리수'였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CBS 현직 사장으로는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권사장이 자숙하지는 못할 망정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물리력을 동원하도록 지시한데 대해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고난주간을 앞두고 벌어진 '힘없는 자를 향한 가혹한 행위'라는 비판이 증폭되자 사측은 입지상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다.

사측은 이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현재 외부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있는 상태이며, 노조의 향후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7일에는 항의 방문을 한 전국언론노조 현상윤 부위원장과 안동운 조직부장에게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는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권사장 퇴진을 위해 지난 2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한 민경중 노조위원장은 현재 구토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이 점차 악화돼가고 있으며 9일중으로 종합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노조 측은 전했다.

당시 현장 동영상 보기

덧붙이는 글 | CBS 노동조합의 파업은 무형의 가치(양심과 정의) 하나 때문에 7개월을 굶을 수 있다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이며, 한국 언론사의 커다란 획이 될 사건입니다. 이에 대해 변명과 권모술수, 그리고 종국에는 폭력으로 이어지는 권호경 사장이야 말로 사장 일개인을 떠나 한국 언론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반민주적 언론의 상징입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 우리는 우리 시대에 제대로 된 방송을 하나 사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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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라디오와 FM, KBS1라디오에서 뉴스 브리핑을 담당하는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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