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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예정일을 바로 코 앞에 둔 나는 도서관에서 책들을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제목도 제목이었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톨스토이"이기에 신뢰가 갔고 더 끌렸다. 대체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해 무어라 말할 것인가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원제목은 "크로이체르 소나타"이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볼 때, '결혼'이 가장 적합하기에 번역자가 '결혼'이라고 제목을 고쳐 달아서 출간했다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기차여행 중이다. 그는 길고 긴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같은 승객들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전통적인 결혼관이 과연 지속되어야 하는가? 이제는 자유분방한 결혼이 장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벌써 "이혼"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고, 또 한 남자가 혹은 한 여자가 결혼을 하였다고 해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닌가?"

이와같이 갖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어떤 사람이 그들 이야기에 불쑥 끼어든다. 그는 자신을 밝히길, 몇해 전 아내를 살해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대들의 결혼관은 모두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해 버린다.

그는 중년 남자로 자신이 어떻게 아내를 살해하게까지 되었는지 과정을 '나'에게 이야기 해주는데 바로 그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을 채우고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포즈드느이 셰프로.

'포즈드느이'는 러시아어로 '때늦은'을 의미 한다. 그는 젊었을 당시는 여느 다른 친구들과 같이 창녀들에게 동정을 바쳤고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는 난잡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때가 되자 비로소 결혼을 하였으나 즐거운 한 때가 지나자 아내에 대해 권태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내는 아이들 키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그 남자는 결혼생활에 별 의미를 느끼지 못한 채 아주 사소한 일들로 아내와 말다툼을 곧잘 벌인다. 그러던 것이 점차 더욱 격렬해가고 급기야 갈라설 위기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런 즈음에 어느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가 그네 집을 방문했고 그 악사와 아내는 자연스레 합주를 하면서 서로 친해진다. 남편은 그들이 예사롭지 않은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대번에 알아채지만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걸 즐기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번엔 날을 잡아 손님들까지 초청하여 그들이 합주를 하도록 "배려"(?)하였다.

그러한 행사까지 잘 치루고 남편은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잘지내고 있다는 아내의 편지를 받고 오히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이틀만에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와 악사는 한밤중에 밀회를 하고 있다가 발각되었는데 그때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참 비극적인 이야기다. 아내의 주검을 보면서 비로소 그 남자는 한 인간으로서 아내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의 범죄를 깨닫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된 후다. 끝없는 질투심과 권태가 일으킨 무서운 범죄...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 때문에 결혼하는가?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어떠한 결혼생활을 꾸려갈 것인가?' 등등 수많은 질문들을 퍼붓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인터넷 서점인 yes24에 기고한 바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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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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