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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1일 저녁 7시20분]

'HTML 코드를 이해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는 어떤 모습일까.

ⓒ 오마이뉴스 고정미
'e-청와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 시점은 2월 24일 밤 12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 새벽, 국민의 정부 청와대 홈페이지 www.
cwd.go.kr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참여정부 청와대 홈페이지 www.
president.go.kr이 열린다.

하지만 무언가 획기적인 것을 기대하고 접속한다면 아마도 실망이 클 것이다.

새로 출발하는 홈페이지의 메뉴는 <청와대 소식>,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산책>, <노하우> 등 디자인과 내용 면에서 기존 청와대 홈페이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4일 밤 12시, www.president.go.kr 오픈

차기 청와대에서 인터넷 부분을 담당할 한 관계자는 "24일 밤 12시에 오픈하는 홈페이지는 일단 지금 청와대 홈페이지와 거의 똑같을 것"이라며 "다만 조금이라도 다른 영역을 보여줄 수 있다면 청와대 관람 동영상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홈페이지는 보안관계 때문에 개발하는데 다른 사이트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기간이 더 걸린다"면서 높아진 네티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수위에서 홈페이지를 고민해야 할 담당자들이 국민참여센터에 몰려드는 각종 인사·정책 제안에 매몰되어 일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 것도 참신한 홈페이지가 나오지 못한 중요한 요인이다.

시작이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e-청와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사람과 조직이다.

차기 청와대에서는 인터넷 인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8명의 젊은 '인터넷 팀'이 홍보수석실의 국정홍보비서관 또는 홍보기획비서관 산하에 대거 청와대 홈페이지를 위해 결합할 예정이다. 현 청와대에서 홈페이지를 담당해왔던 인력이 홍보수석실의 홍보기획비서관 산하에 행정관 1명(외주업체 3명과 일용직 3명 보조)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인터넷팀'은 노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서로 호흡을 맞춰왔던, 그야말로 '팀'이다. 이들은 서로의 업무영역도 확실히 나눠져 있다. 송진옥(37)씨는 총괄, 강대진(35)씨는 기획, 김진국(33)씨는 인터넷여론동향, 김민정(33)씨와 정재홍(29)씨는 홈페이지 관리, 김정현(31)씨는 뉴스레터, 김용지(30)씨는 프로그래머, 박상우(29)씨는 방송PD다. 특히 선거기간 TvRoh.com에서 활약했던 박상우씨의 결합은 차기 청와대에서도 동영상을 통한 홍보가 주요하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들이 홍보수석실에 배치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당초 안팎에서는 인터넷 팀이 국민참여수석실의 참여기획비서관이 유력한 천호선씨 산하로 배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하면 천씨는 온라인 여론조사 회사인 보트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대선과정에서 인터넷선거특별본부 기획실장을 맡아 인터넷 팀과 호흡을 맞추며 인터넷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인터넷의 명장'이기 때문이다.

천씨는 대선 당시 노 후보가 농민대회에서 계란을 맞는 사건이 발생하자, TvRoh.com에 현장의 동영상을 삭제 없이 그대로 올려, 네티즌들에게 "역시 TvRoh.com은 다르다"는 신뢰를 심어줄 만큼 인터넷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차기 청와대에서 천씨가 담당하게 될 '국민 참여'에 관한 일도 인터넷과 뗄 래야 뗄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호선 총괄 → 인터넷 팀'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인터넷팀이 국민참여수석실에서 홍보수석실로 배치된 이유는 천씨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홍보다"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아무튼 인터넷 팀이 국민참여수석실이 아닌, 홍보수석실로 넘어감으로써, 차기 청와대 홈페이지의 방점이 '참여' 보다는 '홍보'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인터넷 팀의 송진옥씨는 "51대 49냐, 49대 51이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와 참여 두 부분 모두 차기 청와대 홈페이지의 핵심 키워드라는 뜻이다.

차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대통령의 행사, 대변인 브리핑 등을 동영상 VOD 형태로 서비스할 '방송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는 현장성과 스킨십이 가미된 VOD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미디어적인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 지난해 10월 22일 야심차게 추진한 tvroh.com 개국식에 노무현 당시 후보와 권양숙 여사가 참석해 화상채팅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청와대 홈페이지의 두 키워드, 홍보와 참여

직제상 인터넷 팀이 홍보수석실로 배치됐지만 인터넷은 국민참여수석실의 주요한 고민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국민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것인가. 이 부분은 국민참여수석실의 천호선(참여기획비서관 유력)-민경배(온라인 담당 행정관 유력) 라인에서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고, 국민 정책제안의 일상화, 온라인 정책 예고제, 공무원과 교수를 상대로 한 이메일 여론조사, 옴부즈만 등 여러 가지를 검토중이지만 이중 핵심은 '커뮤니티'다. 천씨는 "정책 커뮤니티적 접근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공무원 사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경부에 소각장 담당 공무원이 있고 지방 구청에도 소각장 담당 공무원이 있고 외국에서 소각장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이 있다면, 지금까지 이들은 따로 파편적으로 고민을 해 왔지만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각장'이라는 키워드로 만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커뮤니티는 커뮤니티되 정책을 중심으로 만나서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온라인 공무원정책커뮤니티' 또는 '온라인정책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민경배씨는 "호·불호의 토론이 아닌 정책중심의 토론, 정치지향에서 정책지향이 핵심"이라며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책 결정권자와 결합되어서 내가 발언한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정책결정권자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씨는 "나는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가, 이번에 약 2만 여건의 정책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중 70∼80%가 진지하다"면서 "각 부처에 제안하는 것도 좋지만 청와대를 통하면 관료적인 장애가 없어지고 토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천씨는 "앞으로는 정책제안도 공개와 비공개를 선택하게 해서 공개일 경우 리플도 달고 토론이 되게 할 생각"이라며 "그래서 토론이 크게 붙은 것은 뽑아내, 오프라인 토론회 등 사회적인 아젠다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각 부처의 정책으로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게시판에서 만들어진 이슈가 정부 정책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온라인 정책 커뮤니티' 구상

멀티미디어를 가미한 입체적인 '홍보'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형 '참여', 새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구상을 향후 6개월 이내에 차근차근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난점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당시, 노 후보측에서는 커뮤니티로 지지자들을 조직화하는 'e-민주당'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오히려 인터넷의 대박은 '네티즌 칼럼'과 '온라인 정치후원금'에서 터졌다. 많은 경우에 기획자와 관리자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는 세계가 온라인 공간이다.

선거 국면과 달리 이제부터는 관료 조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벽을 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인터넷 관련 인력이 대부분 연배가 어리기 때문에 청와대 조직 내에서도 이들의 발언권이 과연 얼마가 클지도 관건이다.

한가지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인수위 과정을 지켜볼 때 꼭 인터넷 업무 관련자 뿐만 아니라 노 당선자 자신에서부터 일을 진행하는 실무자까지 어떤 사업을 구상할 때 인터넷을 함께 생각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인사제안과 정책제안은 노 당선자의 직접 지시에 의해 추진된 사업이고, 인터넷을 통해 취임식 아이디어 공모나 취임행사 신청 등은 취임행사실행준비위에서 먼저 구상해 인터넷 팀에 제안한 것이다.

2월 9일자 <인수위 브리핑>은 '청와대 인터넷 言路 활짝'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건 과장이다. 아직 청와대의 인터넷 언로(言路)가 활짝 열리지는 않았다. 이제부터 실험에 들어가는 단계다.

만약 새 청와대에서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www.president.go.kr이라는 도메인은, 5년 후에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어도, 바뀔래야 바뀔 수 없는 '우리나라 청와대 홈페이지 주소'로 계속될 것이다.

www. bluehouse → cwd → president .go.kr
역대 청와대 홈페이지, 어떻게 변했나

▲ 1995년 12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오픈된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화면.
우리나라 첫 청와대 홈페이지 주소는 무엇일까. 첫 청와대 홈페이지의 주소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의 주소를 모방한 www.bluehouse.go.kr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12월 1일부터 98년 2월 24일까지가 이 '블루하우스' 시기다. 아직 인터넷 전용망 보급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이 때에는, 단순히 대통령 홍보 컨텐츠로 채워진 매우 기초적이고 일방적인 홈페이지였지만 당시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한 최첨단이었다.

98년 2월 25일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는 대대적인 개편을 하게 된다. 주소가 한글 '청와대'의 첫 글자를 딴 www.cwd.go.kr로 바뀌었고, 디자인도 화려하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 98년 2월 25일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며 청와대 홈페이지는 주소를 비롯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새소식 및 보도자료, 대변인 브리핑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컨텐츠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지만, 아직 권위적인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했다. 이후 몇차례 개편을 거쳐 2000년 6월부터 현 청와대 홈페이지의 내용적 틀을 완성하게 된다.

전체적인 청와대 홈페이지의 발전 경향을 보면 이미지 중심에서 텍스트 중심으로의 경향이 뚜렷하다. 첫 화면이 멋진 포즈의 대통령 사진으로 장식된 홈페이지에서 점점 정보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홈페이지로 바뀌게 된다.

'통수권자가 보기에 기분 좋은 홈페이지'에서 '국민이 보고 싶고 오고 싶은 홈페이지'로 바뀌는 경향은, 아무리 최고 권력이라 해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였다.

현 청와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신호석 청와대 공보비서실 공보기획 행정관은 "아직 실명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게시판에 국민의 소
▲ 2000년 6월 1일 전면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 초기와 비교할 때 이미지 보다는 텍스트가 중시됐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리가 여과없이 실리고 있고, 청와대 소식이나 브리핑 내용, 일정 등이 기자실에 공개되는 동시에 인터넷에 올라가는 등 이전에 하지 않았던 많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신씨에 의하면 현 청와대 홈페이지의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약 2만이고 페이지뷰는 월평균 2200만이다.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민경배씨는 "밖에 있을 때는 왜 청와대 홈페이지를 저렇게 밖에 운영하지 못할까 했는데, 막상 현 정부의 담당자와 접촉하고 보니 단 한명이 이 정도 운영했으면 정말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제 새 정부에서는 홈페이지가 '참여의 장'으로의 전환점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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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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