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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줄을 서서 약을 기다리는 북경대 학생들의 모습
ⓒ 김대오
중국정부와 언론매체들이 괴질의 발생에서부터 사스의 확산 사실에 대하여 은폐하고 축소 보도하였기 때문에 북경이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 전까지만 해도 북경은 비교적 안정되고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터넷 등의 각종 통신 매체에 접근이 용이한 외국인들만이 중국의 광동 일대에서 괴질이 발생한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특별한 관심을 갖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3주 전까지만 해도 북경 왕징(望京)의 모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를 하고 와서 긴장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중국선생님으로부터 벌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북경의 상황은 크게 달라져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마스크나 소독비누, 예방약 등을 나누어 주고 되도록이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 사스환자가 발생하여 출입이 제한된 북경대의 경제학과 건물
ⓒ 김대오
경제학과의 한 교수가 사스에 감염되었다는 북경대는 전교생과 전직원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고 북경대의 그 상징성과 영향력 때문에 북경보건당국도 감염환자의 조기 치료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경대 교내를 돌아다니는 학생들 중 세 명 중 거의 한 명꼴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매일 기숙사를 소독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아침 8시에 일제히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고 또한 저녁에도 방역관계로 교실과 도서관의 이용 시간이 단축되었다.

사스에 감염된 경제학과 교수의 모친도 사스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며 경제학과가 있는 북대 건물은 출입이 제한되고 경제학과교실이 있는 4층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 학교측에서 제공하는 사스 예방약물을 받고 있는 학생들
ⓒ 김대오
북경대의 학교보건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사스예방약을 나눠주고 학생들은 긴 줄을 서서 일인당 두 컵씩의 물약을 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북경대는 현재 4개과가 휴학에 들어갔으며 불문과 학생도 사스에 감염되었다는 등 갖가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 밖에 북경중앙재경대의 한 교수도 사스에 감염되어 재경대는 전학과가 휴학에 들어갔으며 5월 중순쯤에 다시 정상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경의 최대 전자상가인 쭝꽌춘(中關村)에서도 환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며 청화대도 건축학과의 한 학생이 사스증세를 보여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 밖에도 북경임업대와 항공대 등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 늘어난 수요에 약을 새로 들여오는 약사들의 모습
ⓒ 김대오
학교나 공공건물은 어딜 가나 방역으로 인한 소독냄새가 진동을 하고 가정에서는 식초와 마늘이 사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식초냄새가 코를 찌른다.

중국인들도 마스크부대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거리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이나 백화점은 한산한 모습이며 반면에 약국이나 병원은 소독약품이나 예방약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약국에는 빤란껀(板藍根) 등 사스 예방약이라는 이름의 각종 약들이 생겨났다.

▲ 사스예방약으로 알려진 빤란껀
ⓒ 김대오
북경 모고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직후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로 몰려와 학생들을 조퇴시키기 위해 학교측과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사스에도 불구하고 1사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에 달하며 사스로 인해 비록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였지만 중국인의 해외여행도 함께 줄어들어 경제손실은 적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사스가 가져 올 중국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각종 기업설명회나 국제회의, 학술대회 등이 연기되거나 무산되었으며 중국내의 관광업계와 항공업계는 지금도 울상을 짓고 있고 한국인 유학생과 관광객 상대의 한국유학원과 유통업계에서도 갑자기 찾아온 불황에 당황해 하는 모습들이다.

▲ 사스에 관련한 특별 생방송을 진행중인 북경방송국(4월 18일 저녁 프로그램)
ⓒ 김대오
북경시는 사스확산에 대해 특집생방송을 준비하여 사스의 감염현황과 예방대책 등을 소개하고 격리 수용된 환자와의 전화 통화 등을 통하여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한편 사스문제 해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국내외 기자들에게 사스환자 격리수용병원 방문취재를 허용하고 전문의료대책반과 긴급신고 문의전화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사스예방과 대책에 관한 안내문
ⓒ 김대오
사스에 대한 예방대책과 환자발생시 행동요령 등의 내용이 담긴 광고문이 아파트나 주택가 입구마다 붙혀졌으며 시내 곳곳에 방역이 강화되고 위생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북경 내에는 여전히 방역이나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서민들이 있으며 그들은 온갖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약 4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한국유학생들이 사스확산에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귀국하거나 귀국을 준비하는 유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점점 창궐하는 전염병에 대하여 아무런 주변 정보도, 예방 노력도 없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도, 또 주변 분위기에 부화뇌동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보신하는 것도 모두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무엇보다 차분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무게중심을 잡고 소신있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때이다.

▲ 사스가 지나가는 북경의 오후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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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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