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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지.”

북경의 사스확산과 그에 따른 문책 그리고 일련의 후속 조치들을 지켜보면서 중국인과 외국인 모두 한결같이 하는 소리이다.

▲ 외부 차량과 인원에 대해 출입을 통제하는 청화대 서문의 모습
ⓒ 김대오
북경 대부분의 대학이 교문에서 모든 차량과 인원에 대해 통행증과 학생증을 확인하여 교내 출입을 허가하고 학교의 환자 발생현황이나 사스와 관련한 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학생들간에 상호 공유되도록 하고 있다.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조금만 열이 있어도 학교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그 결과 이상이 있을 때에는 해당자는 물론이고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격리 수용하고 있다.

청화대의 경우, 전산실와 인쇄소 직원이 사스감염자로 의심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청화대부속중학교 2학년의 한 학생이 사스증세로 입원하여 그 반 학생 전체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청화대미술학부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하였는데 이와 같은 모든 상황들이 그날 그날 학생들의 통신망을 통해 전파되고 있고 학생들은 그와 같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사스발생지역에 대한 출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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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예방약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전광판 광고문
ⓒ 김대오
또한 24시간 방역체제를 운영하여 수시로 교실과 기숙사 등 교내 곳곳을 방역하고 식당에서는 하루 3차례 사스예방약을 무료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스에 대한 초기의 미온적 대처와 감염자 은폐, 축소 책임을 물어 짱원캉(張文康) 북경위생부장관과 멍쉬에농(孟學農) 북경 시장을 경질한데 이어 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원래 일주일이던 노동절연휴도 하루로 단축될 전망이다.

위생부장관에 새로 임명된 까오치앙(高强) 부부장은 청문회분위기의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의 사스 환자가 339명이고 사망자는 18명이라고 발표했다.(21일 현재, 사스환자는 482명, 사망자는 25명으로 늘었다)

▲ 위생부장에 새로 임명된 까오치앙(高强) 부부장의 기자회견 모습
ⓒ sohu인터넷
까오치앙(高强) 부부장의 여전히 고압적인 회견태도는 권위주의적인 중국관료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였지만 작금의 사태악화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함과 절박함이 엿보이기도 하였다.

지금 북경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얀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기'의 아주 재미없고 무서운 가면놀이를 하고 있다. 그 고요한 공포는 서서히, 하지만 깊게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거리에는 인파가 줄어들고 지나다니는 버스와 지하철은 한결같이 한산한 모습들이다.

북경내 상당수의 외국주재원과 유학생들이 이미 북경을 빠져나갔거나 출국 준비중에 있고 현지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이들조차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사태의 진행 경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산해진 전철의 모습
ⓒ 김대오
각 대학의 유학생사무실과 북경출입국관리국은 리턴비자를 신청하려고 몰려든 유학생들로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청화대의 미국 유학생들은 2-3일이 더 경과할 경우 미국에서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통지가 있어 급행으로 비자를 신청하여 귀국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유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 입국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지, 혹은 입국 후 격리 수용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며 입국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사스를 피해 귀국하는 유학생들의 더 큰 걱정거리는 학위 취득이나 연수과정 수료를 위해서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서 학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북경출입국관리국
ⓒ 김대오
어언대의 한 유학생은 사스의 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또 학업의 연계성과 평가 문제 때문에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 수만도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모두 어서 이 사스가 물러가고 북경이 다시 평온을 되찾기길 바라며 사태의 진행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모습들이다.

사스 발생초기 조기 치료와 확산 방지에 실패한 중국이 이미 고조단계에 들어선 사스와 맞서 향후 어떤 관리시스템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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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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