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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근)가 중국을 ‘샤쓰’(殺死. 죽이다)하고 있다” (사스의 중국어 발음 ‘싸쓰’와 ‘죽이다’라는 뜻의 한자 발음 ‘샤쓰’가 비슷한데서 풍자되는 표현).

▲ 베이징 시내 모 광고판 앞 풍경
ⓒ 박현숙
사스의 광풍이 중국 전역을 휘돌면서 최근 중국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는 풍자어이다.

특히, 4월들어 광동에 이어 베이징까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사스회오리는 중국 전역에 깊은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흉흉해진 사회전반의 민심과 공포로 짓눌린 시민들의 마음도 ‘죽이고’ 있다.

지난 23일 국무원 부총리 우의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사스예방퇴치지휘부의 설치와 베이징지역 사스감염 중점지역에 대한 격리통제령이 내린 이후 바로 다음날부터 인민병원을 격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 곳곳에서는 감염이 심각한 병원과 학교, 주택가등에 대한 격리조치가 실시되고 있다. 현재 정확한 격리인원은 공표되고 있지 않지만 베이징 신문들에 따르면 약 4천명정도가 격리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격리통제 발표가 있은후 시민들 사이에서 격리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비인권적 대우에 대한 우려등이 제기되자 파면된 전 베이징 시장 멍쉬에농을 대신해 시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전 하이난시 서기 왕치산은 26일, 베이징주재 외자기업대표들과의 좌담회에서 조만간 격리인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공표해 시중에 나도는 불필요한 소문들을 일식시키겠다고 밝혔다.

▲ 시내 대형 백화점안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 박현숙
한편, 26일 중국 정부는 전인대 상무위 회의를 통해 국무원 부총리겸 사스예방퇴치지휘부 사령관인 우의를 파면된 전 위생부장 장위안캉을 대신해 새로운 위생부장으로 임명하였으며, 베이징시 문화국과 공안국, 공상국에서는 26일부터 베이징시의 가무(歌舞)오락장소와 PC방, 극장, 전자오락게임 영업소, 당구장등 사람들이 밀집되는 문화오락장소에 대한 영업을 잠시 중단시킨다는 통지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민공(民工, 농촌에서 도시로 돈벌로 온 사람들)들의 베이징 이탈에 따른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민공들의 베이징밖으로의 이동을 금지시켰으며 이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예방강화, 주거조건의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26일 하루동안에도 113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한 베이징은 향후 1-2주정도는 계속 감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 확산속도와 감염정도에 따라서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격리통제를 베이징 전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경직되고 낙후된 관념과 체제도 사스와 함께 소멸되기를”

사스의 공포가 중국과 중국인들의 마음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사스와 함께 경직되고 낙후된 지도자들의 생각 및 관료주의적인 정치체제도 이 기회에 ‘확 바꾸자’는 의견들이 사스 바이러스 못지 않게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 평소에는 발디딜틈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던 베이징 왕푸징 거리가 주말임에도 '텅' 비었다.
ⓒ 박현숙

이러한 네티즌들의 논쟁은 지난 20일 중국정부의 사스은폐 사실이 드러난 이후 신화왕과 인민왕, 지식인들의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네트즌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화두는 크게 정부의 은폐와 보도통제가 촉발한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문제와 관료주의적 정부체체, 그리고 베이징 일대에 사스가 확산된 이후에도 여전히 언론 등에 공개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부주석등에 대한 은유적인 비난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는 역시 ‘알권리’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광동에 이어 베이징까지 사스가 확산된데는 결정적으로 정부의 보도통제가 가장 큰 실책이었이며 이번일을 계기로 ‘좋은일은 보도하고 나쁜 일은 보도하지 않는’ 중국언론의 통제된 보도관행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돌고 있는 각종 소문들은 애초에 정부가 진실을 은폐한데서 기인한 것이며, 정부가 언론에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미 효과적인 통제를 했다”고 ‘뻥’을 치는 한 소문은 영원히 근절되지 않을것이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중국 네티즌들은 그동안 정부가 ‘사회안정’을 빌미로 각종 나쁜사건들에 대한 보도를 통제해 왔지만 이번 사스를 계기로 대대적인 언론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할 것이며, 이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야기시킨 ‘체제내부의 종양’을 제거해야 할것이라고 말한다.

▲ 왕푸징 거리 치안요원들
ⓒ 박현숙
“우리는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체제에 매우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들이 이번 사스교훈을 통해 충분히 각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담한 정치체제 개혁과 보도통제의 개방, 인민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줄 것을...”

“사스가 일으킨 재난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는 경직되고 낙후된 관념과 체제가 사스와 함께 소멸되기를 바란다”

“광범위한 인민의 근본이익을 부르짖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중국 언론의 병폐와 경직된 체제에 대한 성토 한편으로,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베이징에 사스가 확산된 이후 언론매체에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국가부주석 등 장쩌민 계열의 중앙지도자들에 대한 은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최근 외신들에서도 중국내 사스문제와 관련하여 장쩌민과 후진타오간의 모종의 권력투쟁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데에는 실제로 장과 그의 측근들이 공개적인 발언이나 민심수습을 위한 대외적인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그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비교적 정보에 민감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장쩌민 측근들에 대한 ‘수근거림’이 빈번해 지고 있다.

즉 “현재까지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이외의 다른 중앙상무위원들의 반응을 볼수가 없다. 왜 다른 중앙상무위원들은 나와서 태도를 밝히지 않는가?”라는 의문들을 제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비상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평소에 3개대표론(공산당은 선진생산력과 선진문화, 가장 광범위한 인민들의 근본이익을 대표)을 소리높여 부르짖던 간부들이 나와서 가장 광대한 인민들의 근본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 시기에 지금 어디로 가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가장 광범위한 인민들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단 말인가?”라며 은근히 장쩌민 측근들을 겨냥한 발언들을 하고 있다.

▲ 중국정부는 사스확산을 우려해 베이징내 민공들의 베이징 이탈을 금지했다. 사진은 민공들의 저녁식사 풍경
ⓒ 박현숙

어떤 네티즌들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진지하게 관찰해야 한다. 쩡칭훙 파벌이 이 기회에 실각을 하는지 아니면 지금 불분명한 영역에서 후주석에게 건설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 또 아니면, 정치개혁의 주동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한편에서 전쟁을 시작하고 있는지...”라는 내용의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또 어떤 중국 네티즌은 “후주석이 얼마전 말한 '우리는 (이 사태를)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한마디는 애민(愛民)의 마음을 반영했고 또한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면서 직접 전염지역인 광동에까지 가서 의료진들의 사기를 고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에는 3개대표를 그 누구보다 목청껏 얘기하던 우리들의 일부 부모같은 관료 나으리들은 인민들의 생명과 관련해서는 무관심한 처신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몇명 죽는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라는 황당한 말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인민을 위하는 사상이 없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다“라며 최근 ‘친민(親民)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과 대비해서 정쩌민 측근들의 보신행각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 외에도, 현재 중국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우리의 주장’이라는 내용으로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건의문과 이에 대한 서명운동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주장’은 정부가 사스에 감염된 빈민들을 무료로 치료할것과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반대, 전면적인 애국위생운동을 펼칠것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내 많은 지식인들은 최근 이와같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언론및 체제개혁등의 여론에 대해, 사스의 광풍이 지나간후 중국은 또 한차례 거대한 회오리(개혁)에 직면할 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지 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할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스로 인해‘죽는것’은 중국경제와 공포로 찌든 중국인민들의 마음만이 아닐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중국은 사스가 유발한 총체적인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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