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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올린 '반미성향 수업' 검토 보고를 놓고 국무위원들 사이에 열띤 논란이 벌어졌다.

▲ 윤덕홍 교육부총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전교조의 '공동수업자료집' 내용이 "인간의 존엄성 고취 및 평화애호 정신 배양 등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내용이 폭력성·혐오감·잔학상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등 자라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나 반미감정을 은연중에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교육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수업자료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어 조치사항 및 향후계획으로 △계기교육 등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 △한·미 관계 관련 교수·학습자료 및 교사용 참고자료 배포 △전교조에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동수업' 자제 강력 촉구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 등을 하겠다고 윤 부총리는 밝혔다.

이에 대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첫 번째로 문제를 제기했다. 강 장관은 교육부의 향후 계획이 "참여정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전교조 일부에서 한 일을 가지고 전부로 확대시켜 전교조를 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DTOP3@
강금실 장관 "교육부 대책, 참여정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 강금실 법무부 장관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국무회의에서 논란이 된 사안은 교육부가 보고한 향후 대책 부분이었다. 쟁점은 '교사의 자율권'. 이날 회의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계기교육'은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을 통해서 교육적으로 풀어가려는 것인데, 그것을 미리 승인을 받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 옛날식 사고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부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국무위원은 강 장관을 비롯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권기홍 노동부 장관, 최낙정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다.

특히 지난 81년부터 87년까지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이창동 문광부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교육부에 반론을 폈다. 이 장관은 "그런 수업(계기교육)은 교과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수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이나 철학 등이 수업과정에 녹여지게 되는데, 그 모든 하나하나에 대해서 미리 수업자료를 만들고, 그것을 교육부에 허가를 받고, 그것을 교육하고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며 "교사에게 자율권을 줘야한다"라고 말했다.

최낙정 해수부 차관은 "전체 교사를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신뢰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지침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긴 역사에서 한 횡단면만을 잘라서 보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교육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만 있던 것은 아니다.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은 "정부와 전교조 교사의 미래지향 및 사회가치가 동일해야 하는데 전교조 홈페이지에 가보니 편향된 시각이 많다"면서 "교사의 이념은 국가와 같이 가야 하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윤 교육부총리는 표현의 문제일 뿐이라며 "맡겨달라"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이번 사안은 개개인의 자율적인 수업이 아니라 전교조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수업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전교조와 계속해서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한 토론은 교육부 보고를 포함해 약 30분간 이어졌다.

노 대통령, 가치관 교육 획일화 우려

노무현 대통령은 최낙정 차관의 말을 받으며 "통제의 대상과 신뢰의 대상, 꼭 그렇게 두 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토론의 대상으로 본다"면서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중등교육에 관한 한 국가가 가치관을 교육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유로운 의견과 토론을 허용하는 가치관의 교육이어야 하고 폭넓게 교사의 자율로 인정해주는 것이 좋다, 지적하고 싶은 점도 있지만 지금의 (전교조)교육 정도는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어야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국가가 지시하고 강요하는 것 대신 전교조가 획일적인 지침을 만들어서 지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국가 사이의 평화·우호·동맹도 소중한 가치이므로 이것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려 하거나 집단적으로 획일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전교조 '반미교육' 논란에 대해 "이번 경우에는 교사 개개인의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아니라 전교조의 집단적인 공론이기 때문에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현황 파악 지시로 논란으로 떠올랐던 전교조 '반미교육' 문제는 국무회의에서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결론이 남으로써 일단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징계 등 다른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무회의에서 벌어진 논란은 이미 이 문제가 단순히 교육부와 일선 교단, 교사와 교장단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최고 국정회의인 국무회의 석상에서까지 열띤 논쟁이 오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학교장 승인 후 실시", "시정요구", "장학지도 철저", "엄중 조치"...
논쟁이 된 교육부의 '향후 대책', 무슨 내용 담았나

29일 국무회의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보고한 <반미성향수업 검토 보고>의 마지막 부분인 '조치사항 및 향후계획' 부분이다.

송경희 대변인은 "내용 자체도 문제지만, 사용된 단어 등을 놓고 일부 다른 국무위원이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면서 "예를 들면 '엄중조처', '시정요구' 이런 용어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어떤 내용을 보고했을까. 다음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조치사항 및 향후 계획' 전문이다. (굵은 글씨 강조는 교육부)

Ⅱ. 조치사항 및 향후 계획

□ 조치사항
· 매학년 초 계기교육 관련 지침 통보 : 학교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계기교육 등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학년·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 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
· 반미성향의 공동수업자료에 대해 전교조에 시정요구 (2002. 12)
· 한·미관계 관련 교수·학습자료 및 교사용 참고자료 배포 (2002. 12)
· 장학지도 철저 촉구 (2003. 4. 11. 교육감회의)

□ 향후계획
· 문제된 수업사례 30건에 대해서는 1차 감독권한을 가진 시·도교육감과 협의조치
· 계기교육 지침 보완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 관련 규정」제정 : 계기교육의 시기, 방법, 내용 등에 관한 사항 포함
· 전교조에 대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공동수업」 자제 강력 촉구
· 「시사계기교육자료」 개발·보급 및 교원연수 강화

* 향후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여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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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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