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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받고 있는 핵폐기장 부지선정사업과 관련하여 핵폐기장 유치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사업”유치에 특별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결정하였다.

같은 달 21일에는 또다시 핵폐기장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주도하에 10개 정부부처 공동명의로 핵폐기장 부지신청과 “양성자가속기사업 연계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양성자가속기를 통한 첨단과학단지 조성사업”은 국민사기극이며, 사실상 한국 핵산업계의 핵 재처리 및 핵변환 장기계획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없는 과학기술부의 양성자가속기사업 홍보 내용

현재 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양성자가속기'사업은 2012년까지 총 1300억원을 투입하여 100메가전자볼트(MeV)급 가속기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를 방전시켜 생성한 양성자로 길이 800여m의 직선 구리통에서 초속 수백~30만km 정도까지 가속시키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가속된 양성자로 대상 원자핵을 파쇄시킬때 발생하는 원자구조의 변화 등을 활용하여 IT, BT 등 첨단산업 및 의료분야에 이용한다는 것이 과기부와 원자력연구소의 공식적인 홍보내용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포항공대의 2기가전자볼트(GeV)급 대형 방사광가속기, 광주과기원의 빔라인을 포함하여 전국 총 16개의 빔라인이 도입되는 등 입자가속기를 통한 기초과학 및 BT, NT 등 첨단산업 연구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05년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립암센터 (경기도 일산)에 4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230MeV급 양성자치료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며 수요변화에 따라 치료설비를 1기 더 추가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양성자기술을 이용한 항암치료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원자력연구소가 추진하는 양성자가속기가 첨단산업이나 의료용이라는 명분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과기부와 원자력연구소의 주요목적: 핵폐기물 변환사업

양성자가속기사업이 첨단산업용과 의료용이라는 홍보와 달리 이 사업의 추진기관인 과기부와 원자력연구소는 이 사업의 주목적을 전혀 다른 곳에 두고 있다.

사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지난 1997년부터 이미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사업>의 일환으로 <원자력산업용 다목적 양성자가속기사업> (KOMAC, Korea Multipurpose Accelerator Complex)을 추진해왔다.

▲ 원자력연구소의 가속기구동 핵변환사업 개념도
ⓒ 한국원자력연구소

이 사업의 주요목적은 고준위핵폐기물 중에서 반감기가 수 만년 이상인 방사성 핵종들을 반감기 1천년대로 바꾸는 핵변환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0MeV의 10배의 에너지가 필요한 1기가전자볼트(GeV)급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규모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예산확보의 문제, 기술적 실패위험성 등의 부담이 발생하므로 단계적으로 설비를 건설하고 이를 부차적인 사업들과 연관시킴으로써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 원자력연구소의 가속기구동 핵변환로 단계별 개발전략
ⓒ 한국원자력연구소

핵산업계의 오래된 “꿈”...핵종변환의 기원

핵종변환이라는 구상은 사실 새로운 논리가 아니며, 지난 1960년대부터 미국 핵산업계가 추진했던 액체금속로(고속증식로의 일종)에 내재되어 있는 기능이다. 즉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제조한 플루토늄 연료를 핵분열시킬 경우 나오는 중성자들로 한 쪽에서는 플루토늄 핵분열의 연쇄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역시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한 장수명의 핵종에 조사하여 단수명 핵종으로 변환시킨다는 구상이다(아래그림 참조).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안전문제와 핵확산성문제로 인해 지난 1993~94년 의회의 결정으로 EBR-II 등 모든 액체금속로 설비가 폐쇄되었다.

▲ 액체금속로를 통한 핵변환 구상
ⓒ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처럼 액체금속로 연구개발이 어려워지자 이를 주도했던 로스알라모스연구소(LANL), 아르곤연구소(ANL) 등이 다시 주창하고 나선 것이 바로 가속기구동 핵변환(Accelerator-driven Transmutation of Waste)이다.

즉 핵종변환에 필요한 중성자를 플루토늄 핵분열이 아닌, 양성자가속기로 중금속을 파쇄할 때 발생하는 중성자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지난 수년간 연방정부와 네바다주간의 심각한 갈등을 일으켜온 유카산(Yucca Mt.) 고준위핵폐기장 부지선정문제와 관련하여 “가속기구동 핵변환을 할 경우 핵종수명을 단축시킴으로써 핵폐기장에 대한 대중 수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미 지난 1999년 가속기구동핵변환 사업의 기본구상을 의회에 제출하였으며, 현재는 미국에너지성의 지원으로 고등가속기응용사업(Advanced Accelerator Applications)이라는 사업단을 구성하여 가속기구동핵변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 미국 가속기구동 핵변환사업계획의 개념도
ⓒ US DOE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필수적인 핵변환사업

그러나 핵종변환사업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핵종변환을 위해서는 일단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 장수명 핵종, 단수명 핵종을 별도로 분리(partitioning)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재처리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서 추출한 플루토늄의 경우 우라늄과 섞어 MOX와 같은 연료를 제작하여 경수로에서 사용하고, 단수명 핵종의 경우 고준위핵폐기장에 보관하고, 장수명핵종만을 가속기구동 핵변환로에 연료처럼 집어넣어 변환한다는 것이 핵종변환사업의 전체 그림이다(그림 4 참조).

이러한 재처리가 필수적인 이유는 일단 플루토늄이 섞인채로 변환할 경우 변환 후에도 핵종의 위험성은 그대로 남으며, 단수명핵종의 경우는 오히려 변환과정을 통해 장수명핵종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핵종변환을 위해 고온건식재처리(pyro-processing)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역시 액체금속로를 개발했던 아르곤연구소(ANL) 등이 주도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미국 에너지성과 함께 지난해 11월 이 아르곤국립연구소와 한국원자력연구소간의 고온건식재처리기술의 공동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물론 과기부는 이런 사항을 국내에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핵폐기장과 양성자가속기 유치지역, 결국 로카쇼무라식으로 간다

이 같은 미국의 상황만 보더라도, 현재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의 핵폐기장 부지선정과 양성자가속기 유치사업의 연계추진은 결코 우연하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오는 2005년이면 핵재처리공장이 들어서는 이웃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폐기장 사례를 볼 때, 일단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지역은 장기적으로 재처리와 가속기구동 핵변환 시설의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핵재처리사업은 이미 영국의 셀라필드나 프랑스의 라아그의 경험에서 보듯이 일반 핵발전소와는 비교도 안되는 방사능오염과 사고위험을 안고 있다.

영국의 경우 셀라필드 주변 어린이의 치아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될 정도로 재처리사업은 악명이 높다. 일부지역에서는 정부의 기만과 지방대학 일부교수들의 몰상식한 선동으로 한국 핵산업계의 재처리와 핵변환 장기계획은 “첨단산업단지 조성”이라는 장밋빛 꿈으로 탈바꿈되어 여론화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노무현정부가 표방하는 “참여정부”의 본모습인가? 제발 앞선 정권들의 과오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기 바란다.

입자가속기의 종류와 세계적 이용현황

입자가속기는 2차세계대전 미국의 맨하튼프로젝트 이후 핵물리와 입자물리학에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연구 및 기술분야에서 사용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세계에 1만5천여개의 가속기가 건설되어 1만기 정도가 가동중이며, 매년 7백개의 가속기들이 건설되고 있다. 이들 가속기의 주요한 용도는 크게 이온의 주입/표면 처리와 암치료용이다. 가속기종류는 크게 다음의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전자 가속기: 이 가속기는 플라스틱의 중합반응, 전선과 케이블 피복의 교차결합, 산업용 배기가스의 세정과 같은 산업용이나, 의료장비의 소독, 질병치료같은 의료용, 물질구조분석과 같은 기초과학용으로 사용된다.

이온 가속기: 전자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설비는 반도체, 금속, 세라믹 등의 물질을 초정밀도로 합성하거나 변형시킬 수 있다. 또한 인조관절과 같은 의료장비나 산업공정의 품질관리 등에도 사용된다.

양성자 가속기: 주로 신체 깊숙이 침투한 종양의 치료 등 의료용에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들이 가속기구동 핵변환사업용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 반핵국민행동 석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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