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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세계를 강타한 '사스'로 인해 병든 코끼리로 전락했었던 중국. 그러나, 이러한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중국은 분명 우리의 오랜 이웃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새로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고 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어떤 사람들이 서 있을까.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은 거대한 대륙 중국을 다녀온 한비야씨가 지난 1년간 몸소 겪었던 중국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그녀가 인생의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동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박 한 해를 중국에 머물며 삶의 또 다른 출발을 준비했던 쫀득쫀득한 이야기 보따리이다.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른 건 2000년 3월 15일. '새로 시작한 긴급 구호 활동에 아무래도 중국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조용히 배낭을 꾸렸다.

떠나기 전 예약했던 하숙집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도 말 한마디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그녀가 열 달 뒤 약속했던 위성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며 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만큼 중국어 실력을 키우기까지, 길거리의 인민재판에서 당당하게 승리하고, 청화대 남학생과 마주앉아 그네들의 숨겨진 야망을 캐묻기까지의 기록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 책은 말 그대로 중국을 보고 또 듣고 나서의 기록일 뿐, 친절한 여행 가이드는 될 수 없다. 다만, 그녀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읽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마치 그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진실함만을 보여줄 뿐이다.

'짱께집'의 짱께는 무슨 말일까? 어느 책에서 보니 짱께는 '장궤(掌櫃)'에서 왔다는 거다. 즉, 카운터의 돈통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인장이라는 의미이다. 역시 그렇게 나쁜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짱꼴라'라는 말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그건 '장(葬)+골(骨)+人', 즉 '불결하고 더러운 썩은 뼈다귀' 같은 인간이라는 뜻의 욕 중의 욕이란다. - 본문 중에서

이처럼 그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속설에서부터 일반적인 선입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생활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것은 중국이라는 이웃을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그 대문 안에서 벌어지는 실제를 모르기 때문에 오는 무지와 같은 것이다.

또 그녀가 지금껏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체득한 '문화 냄새론'도 빼놓을 수 없다. 요컨대, 각자에게는 각자의 냄새가 있다는 것처럼 세상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 외에도 많은 낯선 것들이 공존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 된장, 마늘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유학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흔히 일어나는 '냄새 논쟁'은 늘 한국 사람들의 볼멘소리로 끝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특유의 냄새의 발원인 김치를 통해 '사스'라는 태풍을 피하게 된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바람의 딸' 오지 탐험가 한비야

1958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 홍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제홍보회사 버슨-마스텔라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다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 일주'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표를 썼다. 저서로는 7년 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 오지 여행 결험을 책으로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국 세 바퀴 반>(전 4권)과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통일 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어 다니며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가 있다. 현재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하며 이라크에 파견해 있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익숙한 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지나 전혀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시간을 맞이한 작가 한비야씨. 그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코끼리를 가까이 다가가 어루만지면서도 꼭 맞는 모습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 슬픈 일이다. '사스'라는 흉포한 바람은 멀리 지나갔지만 그 때문에 정작 중국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라는 사실을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고 올바르게 느꼈기 때문이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푸른숲(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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