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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전력 전문 계간지'를 표방한 <월간조선> '월드 빌리지'
ⓒ 오마이뉴스 신미희
서울시가 시정 홍보용으로 조선일보 계열 매체를 잇따라 구매, 일선 학교나 동사무소 및 시민단체에 대량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구설에 오른 매체는 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를 포함해 서울시 주요 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을 주제로 한 월간조선 계간지 <월드 빌리지>(6월 3일자) 2004년 여름호 5000부를 시 홍보예산으로 구매해 일선 동사무소 민원실과 시정 참여단체 등에 일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드 빌리지>는 월간조선이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던 테마 잡지를 이번 호부터 계간지로 변경했으며 '국가전력 전문 계간지'를 표방하고 있다.

신용목 서울시 홍보과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월드 빌리지> 여름호의 경우 내용 자체가 국제도시 서울을 조명하고 있고, 시정과 관련한 좋은 내용이 있어서 홍보 목적으로 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 부당 1만 5000원인 <월드 빌리지>를 1만원에 할인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월드 빌리지> 구입 예산에 모두 5000만원의 혈세가 들어간 셈이다.

신 과장은 "월간조선뿐 아니라 이같은 내용을 다른 매체가 다뤘다면 또 구매,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특정 언론사와의 유착 의혹설을 일축했다. 또 신 과장은 "서울시 각 과와 동사무소 민원실 등 내부용으로 배포했고, 외부에는 각종 시정관련 위원회 참여단체와 시 지원금을 받는 단체에만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보다 앞서 이달 중순에도 환경특집호로 제작된 <주간조선>(6월 10일자) 1000여부를 자체 예산으로 구입,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무료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주간조선>은 청계천 복원사업의 문제점은 외면한 채 이명박 시장의 치적을 중심으로 다루는가 하면, 이 시장 인터뷰를 따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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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간조선> 환경특집호 일선학교 배포 물의


▲ '서울'을 주제로 한 <월드빌리지> 여름호에 실린 이명박 시장 인터뷰. 8면에 걸쳐 실려 있다.
ⓒ 오마이뉴스 신미희
시민단체 "조선일보, 이명박 시장에 올인하는가" 의혹제기

그러나 서울시와 조선일보의 이같은 행보를 보는 외부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띄우기' 내지는 '서울시-조선일보의 새로운 권언유착 커넥션' 등으로 두 기관의 밀월에 대한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김정헌·이하 문화연대)는 28일 '서울시와 조선일보, 권력의 밀월관계를 걷어치워라' 제하의 성명을 통해 "서울시와 조선일보의 개발독재 밀월고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혹평했다.

문화연대는 "<월드 빌리지> 여름호를 보면 서울시 기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울시 정책 찬양조로 일관하고 있다"며 "서울시 관계사 광고수록은 물론 기사 마무리조차 서울시 로고로 장식했다"고 비난했다. 문화연대는 이어 조선일보(계열사)와 서울시의 밀월관계가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그 사례로 서울시가 지난 5월초 개최한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 대해 ▲조선일보가 후원사로 참여하고 ▲조선닷컴이 폐막공연을 생중계했으며 ▲행사를 홍보하는 기사를 잇따라 게재한 점 등 우호적 태도를 들었다. 또 대표적인 전시행정으로 비판받았던 '서울광장' 조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한 면을 털어 「잔디밭서 일광욕‥"유럽이 안부럽네"」라는 제목으로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다는 게 문화연대측 분석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이하 민언련)도 29일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가 이명박 시장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우호적인 보도태도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는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서울시, 특히 이명박 시장 띄워주기 행태를 보여왔다"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관련해서도 조선일보는 '교통혁명' 운운하며 '교통체제 개편'을 띄워줬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서울시와 공동제작한 휴대용 서울시 버스노선 안내도 110만부를 무료 배포한다"는 사고를 냈다.

이들 단체들은 서울시가 시정홍보를 위해 구입하는 매체 및 그 내역과 관련,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언련은 <주간조선> 환경특집호 구매와 관련, 이미 서울시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이다.

김완 문화연대 간사는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기업후원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시인하는 등 불투명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1년 예산만 10조에 달하는 서울시에 대한 시민사회진영의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서울시 연간 홍보비와 그 내역 및 집행,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 등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조만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조선일보 "외부 의혹제기 사실 아니다" 일축

그러나 서울시와 조선일보의 설명은 다르다. 서울시는 "조선일보가 후원사로 참여한 적이 없고, 조선닷컴 생중계는 서울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정 홍보에 적절한 좋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사서 활용한다는 취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측도 "'한국기아대책'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로 벼룩시장을 열었다"며 "이 단체는 조선일보의 '우리이웃 네트워크' 캠페인 참여단체라서 그 행사만 한정해 후원했다"고 답했다. 조선닷컴 동영상팀 역시 "한류 콘서트로 열리는 마지막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중계사인 SBS 양해를 구해 인터넷중계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5월 3일자 A19면. '서울광장'에 대한 호의적 기사가 한면에 걸쳐 실렸다.
ⓒ 조선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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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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