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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반대편 찬란한 태양의 제국으로 불렸던 잉카문명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아직까지도 우리가 풀어내지 못한 불가사의를 간직한 공중도시 마추피추와 드넓은 사막을 스케치북 삼아 그들의 흔적을 남긴 나스카 문양 등 이들의 위대한 문명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 그 흔적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없다.

미국의 팝가수 사이먼 앤 가펑클에 의해 널리 알려진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는 안데스의 대표적인 민요로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등 굴곡진 역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그곳 사람들의 비애를 시린 감성으로 표현한 곡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통해 지구 반대편 안데스의 소리를 처음 귀에 접했던 우리는 그 독특한 리듬과 고유의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가슴시린 음색에 취해 '안데스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대중가수의 입을 통해 들어야만 했던 안데스 음악을 서울의 거리 한복판, 음반매장, 지하철 역사 혹은 지방 축제무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목소리가 아닌 진정한 안데스 산맥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말이다.

▲ 에콰도르에서 온 <뉴깐치냔>의 용산역사 지하철예술무대 공연 모습
ⓒ 이인우
지난 28일 용산역 광장에서는 '지하철예술무대'의 일환으로 에콰도르에서 온 '뉴깐치냔'(Ñucanchiñan) 멤버들의 안데스 음악 연주회가 열렸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어느새 10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에 서서 박수를 치며 발을 구르며 안데스 음악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왠지 낯설지 않은 음악 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은 갓난아기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여행 가방을 의자삼아 앉은 여행객들까지 다양했다.

이들 중에는 유독 박수치는 손길과 발 구르는 모습이 예사스럽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공연을 하고 있는 뉴깐치냔의 열렬한 팬들인 듯했다.

▲ <뉴깐치냔>의 정규 앨범 'TRIBUTE'
ⓒ 이인우

▲ 유모차의 아기에서 부터 학생 등 남녀노소 모두 즐거운 공연을 감상한다.
ⓒ 이인우
이 날 공연을 한 뉴깐치냔은 지구 반대편의 에콰도르에서 온 민속음악 악단으로 그룹 멤버들이 모두 가족으로 구성되어 지난 20여 년간 음악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공연을 하며 9장의 앨범을 발표한 전통적인 안데스 음악그룹으로 평가받는 멤버들이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안데스 음악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만의 가슴시린 민요를 바탕으로 노래가 만들어지고 그들 고유의 악기로 연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데스 음악에 쓰이는 대표적인 악기를 살펴보면 우리의 단소와 같은 형태를 보이는 '께나(Quena)'가 있다. 3 옥타브의 음역을 갖추고 있어 곡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께나는 청아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을 내는 악기다.

▲ 안데스 전통악기 '께나'를 불고 있는 <뉴깐치냔>의 멤버
ⓒ 이인우

▲ 팬플룻과 비슷한 모양의 '안따라(Antara)'를 부는 모습
ⓒ 이인우
다음으로는 팬플룻과 비스한 모양을 한 '안따라(Antara)'와 '삼뽀냐 (Zampona)'가 있는데, 아주 먼 옛날부터 이어져온 인디오들의 애환을 울림통에 모두 담아 놓은 듯 애수로 가득 찬 음색이 특징이다. 안데스 계곡의 바람소리를 닮은 그 소리는 우리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던 아스라한 정서를 깨워주는 듯하다.

이와 함께 스페인의 침략과 함께 유입되어 안데스 음악에 사용되고 있는 기타와 만돌린 등이 있으며 시냇물 등 물소리를 내거나 박자를 맞추는 데 사용하는 악기로 야마(Llama)의 발톱으로 만든 '착차스(Chachas)'라는 악기가 있다. 이 악기는 흔들 때마다 "착착"하는 소리가 난다.

▲ <뉴깐치냔>의 그룹 멤버들은 모두 가족으로 20여년동안 공연을 지속해 오고 있다.
ⓒ 이인우

▲ 안데스음악에 깊은 사랑을 보이는 관객들의 흥겨운 모습
ⓒ 이인우
뉴깐치냔은 '우리들의 길'이라는 뜻의 께추아어로서 스페인어로 옮기자면 'nuestro camino'가 된다. 이들이 연주하는 안데스 폴클로레는 흔히 잉카 음악이라고도 불리며 대체로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남미 안데스 지역의 국가들에서 오래 전부터 연주되고 불리어 온 전통적인 음악을 말한다.

께나, 삼뽀냐, 차랑고, 봄보 등 안데스 지방 특유의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이들 음악의 특징은 리듬의 빠르기와는 관계없이 대체로 애절한 음색을 지닌 애수에 찬 음악이라는 점에서 저녁 노을이 지는 어스름 무렵에 듣는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특히 께나, 삼뽀냐에서 느낄 수 있는, 안데스 인디오의 영혼이 숨쉬는 듯한 음색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전율할 정도의 감정이입을 불러오기도 한다.

▲ <뉴깐치냔> 멤버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전통악기
ⓒ 이인우

▲ 마이크에 걸어놓은 안데스 지방의 전통적인 플래그
ⓒ 이인우
서울지하철 역사의 공연장에서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에서 온 뉴깐치냔의 안데스 음악을 듣는 우리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처럼 안데스 인디오들은 4만여 년 전 베링해를 건너 북아메리카를 지나 이주한 몽골 인종의 후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고 지난 시절 수많은 외침을 받았던 우리와 마찬가지로 16세기부터 스페인의 침략으로 300여 년간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남미 여러 나라들의 역사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우리의 한(恨) 정서와 인디오들의 애수(哀愁)에서 발현하는 리듬과 멜로디는 어딘가 모르지만 닮은 탓도 있다.

▲ 관객이 산 자신들의 앨범에 사인하는 <뉴깐치냔>의 한 멤버
ⓒ 이인우
지하철예술무대는 거의 매일 수도권 역사 전체에서 음악 연주, 댄스, 무술, 퍼포먼스 등 다양하게 열린다. 뉴깐치냔의 안데스 음악 역시 지하철 예술무대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들의 공연 스케쥴은 레일아트(www.railart.co.kr)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뉴깐치냔의 다음 카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ttp://cafe.daum.net/nucanchinan)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화공연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그들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며 리듬에 고개와 어깨를 흔드는 것만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활력소가 될 수 있으리라.

뉴깐치냔과 함께 박수를 치고 발을 가볍게 좌우로 움직이고 고개를 앞 뒤로 흔들며 안데스의 음악 '폴클로레'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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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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