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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회장은) 태영이 공익사업을 위해 300억원을 내놓고 앞으로 매년 민영방송(SBS) 순이익의 15%를 출연, 장학사업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병렬 전 공보처 장관, 90년 11월 5일 국회 문공위 민자당 의원 간담회)

▲ 윤세영 SBS 회장.
ⓒ SBS 홈페이지
SBS가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 될 위기에 처했다. 윤세영 회장이 90년 새 민영방송 지배주주로 선정되는 조건으로 약속한 '공익기부'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SBS는 당시 약속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3년마다 방송재허가 추천심사를 통과한 셈이 됐다. 방송위원회 방송재허가 추천심사의 졸속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만약 방송위원회가 기준대로 심사를 했다면 SBS는 방송사업 재허가 추천이 취소됐을 수도 있다.

<동아일보>는 같은 해 11월 5일자에서 "최 장관은 보고 및 답변을 통해 '태영이 공익사업을 위해 300억원을, 장학금 등으로 매년 순이익의 15%를 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당시 간담회 요지를 보도한 바 있다.

"해마다 SBS 세전 이익의 15%를 영구히 공공에 내놓겠다"

윤세영 회장은 90년 새 민영방송 지배주주 선정과 관련, 태영 사전내정설 및 배후설 등 의혹이 불거지자 SBS의 '공익성 기여' 조건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병렬 공보처 장관도 이같은 조건을 전제로 SBS에 방송허가를 내줬음을 국회보고 등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더욱이 윤 회장이 밝힌 'SBS 순이익 15%'는 세후도 아닌 세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지배주주로 선정된 윤세영씨가 자진해서 이것이 국민의 자산이고 또 이권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향후 5년동안 년 60억씩 300억을 내놓고 또 민방사의 순익 15%는 영구히 공공에 내놓아서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병렬 당시 공보처 장관, 90년 11월 28일 국회 공보처 국정감사에서)

"태영은 자체에서 주식금 300억 불입하는 것 외에 소위 국민의 자산인 전파사업의 지배주주가 됐다고 별도로 300억원을 향후 5년에 걸쳐서 낸다는 말이고 새로 발족되는 서울방송에서는 또 별도로 이익의 15%를 출연한다고 약속이 되어 있다." (윤세영 태영 회장, 90년 12월 3일 국회 공보처 국정감사 확인감사에서)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 SBS 홈페이지
그러나 태영,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윤세영 회장과 SBS의 대국민 약속은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았다. 방송정책 주무기구인 방송위원회의 관리, 감독도 없었다. 더욱이 민영방송 설립허가 조건을 감시해야 할 국회조차 무관심했다.

그 사이에 SBS는 창립 13년만에 대지 4270평, 건평 1397평의 타워동과 스튜디오동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최첨단 디지털방송센터인 서울 목동 신사옥을 소유하게 됐다.

특히 99년 주식상장으로 SBS의 순이익은 크게 늘어나 99년 493억원에서 2002년 991억원, 2003년 855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SBS의 자본금은 1304억원, 자산 6631억원, 매출 6100억원, 순이익 855억원에 이르고 배당금 총액만 260억 7500만원에 달했다.

따라서 윤 회장 약속을 기준으로 보면 SBS는 지난해 세전 순이익 1110억원의 15%인 167억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SBS가 사회환원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전혀 없다. SBS문화재단에 대한 출연도 지난해의 경우 전무했다.

SBS가 90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걷어들인 순익(세후 기준)만 모두 4256억원에 달한다(세전 7020억원). 이중 공익기금으로 낸 것은 SBS문화재단 출연금 350억원이 전부. 세전 기준으로 치면 5%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지난해 SBS 세전 순이익 111억원... 공익기부 '0'

하지만 SBS는 설립 초기 설립허가를 조건으로 한 의무이행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SBS 정책팀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태영의 공익기금 기부는 장학재단인 서암학술재단 창립할 때 300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이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SBS 수익의 사회환원에 대해서는 "93년 SBS문화재단을 설립한 이후 2002년까지 모두 350억원을 출연했다"며 "그러나 SBS문화재단 기금이 일정 정도 조성되니까 주주들이 출연을 그만 하자고 요구해 계속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또 IMF 금융구제를 받았던 98년에는 적자로 출연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술, 교육, 문화예술, 언론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SBS문화재단이 2002년까지 공익사업에 지원한 금액은 162억원에 그쳤다.

▲ SBS 연도별 경영성과 추이
ⓒ SBS 홈페이지

▲ SBS 연도별 이익 추이
ⓒ SBS 홈페이지

현재 SBS의 주요 주주는 태영(30.3%), 기관투자가(20.3%), 기타 법인(16.8%), 귀뚜라미(10.3%), 대한제분(5.6%), 일진(5.0%) 등과 개인투자가(1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SBS의 최대 주주인 태영은 순이익금 가운데 2002년에는 97억원,2003년에는 78억원을 현금으로 배당받았다. 이중 태영의 최대 주주는 지분 24.98%를 소유한 윤세영 회장의 아들 윤석민 SBSi 대표이다.

윤 대표는 SBS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 윤석민 대표는 2002년 10월 윤세영 회장 소유의 태영 주식 113만2123주(14.8%)를 양도받아 방송사 소유세습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지난 2월말에는 SBS 상무급 경영위원으로 선임돼 경영세습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 대표는 방송위원회의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를 앞둔 지난 1일 SBS 경영위원을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의혹을 사기도 했다.

방송재허가 심사 앞두고 뒤늦게 "수익10% 사회환원하겠다"

SBS는 방송사업자 재허가 2차심사를 진행 중인 지난 12일 해마다 방송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연 규모는 매해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SBS문화재단이나 별도의 신설 공익재단을 통해 하겠다는 구상이다.

SBS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사내유보, 25%를 주주배당, 25%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배분함으로써 무엇보다 공익자산으로서 법인 SBS의 운영기조를 견실히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사내유보분 50%를 40%로 낮추는 대신 그 10%를 공익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는 이보다 앞서 지난 4일 윤세영 회장은 지난 1월 '소유-경영분리' 선언을 다시 확인하는 내용의 'SBS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단행했다는 SBS의 '뒤늦은' 사회환원 계획이나 각종 선언은 그리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다. 최근 방송사업자 재허가 1차심사에 탈락한 뒤 쏟아지는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윤 회장은 4일 선언에서 “방송독립의 근간인 ‘정치권력과 자본, 광고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태영도 잘못이 있을 경우 여과없이 비판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갈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90년 대국민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개혁요구를 강력하게 받고 있는 SBS가 모회사 태영을 여과없이 비판할 수 있을지, '소유-경영 분리선언'을 행동에 옮길 것인지,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윤세영씨가 자진해서 내놓겠다고 했다"
[전문] 13대 국회 회의록..최병렬 "국민이 정치자금 받은 것"

다음은 최병렬 전 공보처 장관과 윤세영 회장의 '순이익 15% 사회환원' 약속이 담긴 13대 국회 회의록 관련 전문이다.

"윤세영씨가 자진해서 내놓겠다고 했다" 90년 국회 공보처 국정감사 (90년 11월 28일)

임인규 위원 : (중략) 그러나 앞으로 계속 후원회의 회장으로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추천을 행사하시지 않았고 또 서울민방이 방송국으로서 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방송국이 된다면 허가를 받는다면 언론기관이 됩니다. 정치자금법 제12조4호에는 언론기관과 언론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윤세영씨가 개인으로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윤세영씨가 언론기관의 대표가 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까...(중략)

공보처 장관 최병렬 : 현재 제가 알기로는 윤세영씨 개인이 아니고 태영 주식회사 태영으로 후원회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마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비록 윤세영씨가 이제 태영에서는 이사 자리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마는 이사회를 하게 되는 입장이 되면 자기가 이사라도 사실상 그 회사를 지배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 공정성과 관련해서 문제는 제기될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중략)

그 다음에 야권에서 수천억 정치자금이 제공되었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입니다만은 제가 생각할 때는 야당에서도 자산이 모두 합쳐서 1800억원인 이런 중견기업에서 몇 천억의 정치자금을 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야당에서도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다만 굳이 정치자금과 관련해서 제가 부연해서 말씀드린다면 본회의장에서 답변을 통해서 말씀을 드렸듯이 새 민방은 지배주주로 선정된 윤세영씨가 자진해서 이것이 국민의 자산이고 채널이... 또 누가 보아도 이권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기가 앞으로 향후 5년동안 년 60억씩 300억을 자기가 내놓고 또 민방사의 앞으로 순익 15%는 영구히 공공에 내놓아서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보고 얘기를 하라고 그런다면 이번 경우에도 정치자금은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처럼 그런 흑막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권이 받은 것이 아니라 저는 국민이 받았다고 그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후략)

윤세영 "매년 세전 이익의 15% 내겠다" 90년 국회 공보처 국감 확인감사 (90년 12월 3일)

(중략) 조홍규 위원 : 방송 수익의 사회환원에 관계되는 문제, 수익자금 20% 납부문제 같은 것은 납부하시겠다고 그러셨지요.

참고인 윤세영 : 그렇습니다. 15%입니다. 새 방송에서는 세전 이익의 15% 주식회사 태영에서는 매년 60억씩 5년간 300억‥.

(중략) 조홍규 위원 : 제가 지금까지 여쭈어 본 것이 참고인께서 지난 10월 31일 최병렬 장관과 면담하신 것을 소위 마지막 구술시험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면담하신 시험문제입니다. 기억을 새롭게 해 드리면 최병렬 장관이 이런 것을 물으셨어요.

대체로 모르시거나 없었거나 한데 중요한 것은 방송관련 경험 같은 것도 없으시고 방송에 대해서 특별한 것도 없고 KBS나 MBC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모르시고 재원조달 계획문제야 자금문제니까 그렇고 또 방금 답변하신대로 방송운영 구상 같은 것도 전혀 없으셨고 건물은 있다고 하셨지만 반쪼가리 있는 것이고 방송국 사장 같은 경우나 주요 부서에 대해서도 사전에 내정하거나 염두에 둔 것이 없으시고 그리고 방송수입의 사용계획에서 우리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자꾸 참고인께서는 태영에서 벌어가지고 매년 60억 내신다고 했는데 방송국 수입의 경우를 주로 물었는데 태영 쪽...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서울방송에서 벌어서 내는 것하고 태영에서 내는 것하고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참고인 말씀이 명쾌하지 못해요.

참고인 윤세영 : 그러니까 두 회사에서 다 내도록 지금.. 뭐라고 할까요.. 약속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태영은 태영 자체에서 주식금 300억 불입하는 것 외에 소위 국민의 자산인 전파사업의 지배주주가 됐다고 해 가지고 별도로 300억원을 향후 5년에 걸쳐서 낸다는 그런 말씀이고 그리고 새로 발족되는 서울방송에서는 또 별도로 이익의 15%를 출연을 한다 그런 말씀이 되겠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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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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