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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관람로를 가로막고 앉은 토끼
ⓒ 김성원
한강 올림픽대로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는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구간. 으레 운전자들이 짜증을 내게 되는 곳이다. 그러나 바로 옆, 영등포와 여의도 가운데 5만4천여평 샛강생태공원엔 조급함이란 없다. 제방 아래 흙길에는 토끼 한 마리 졸린 눈을 비비대며 겁 없이 길을 가로막고 앉아있다.

어릴 적 기억 속 토끼는 교정 한 구석 철망 사육장 안에서 겁먹은 채 배추쪼가리를 흠칫거리며 먹던 모습이다. 그러나 이곳의 토끼는 도대체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에 제 세상 만난 듯 토끼들이 차지하고 있다.

▲ 샛강 제방에 폼을 잡고 버티고 있는 흰줄 검은 토끼
ⓒ 김성원
토끼 수십여 마리, 사진기를 들이대도 본척만척

흰 줄 검은 토끼는 제방 족제비싸리 관목 틈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고, 갈색 점박이 토끼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쫓는다. 토실하게 살찐 털복숭이 토끼는 야생화 둔덕을 오르내리며 주섬주섬 먹성을 부린다. 가까이 사진기를 들이대도 본척만척. 새로 만나는 토끼들이 족히 열대여섯 마리는 되어 보인다.

▲ 올림픽대로 옆 여의도 샛강
ⓒ 김성원
여의도 샛강은 한강이 홍수로 범람할 때마다 연 중 세 번은 침수가 되는 곳이니 이곳에 토끼 굴은 없을 터, 도대체 이 토끼들은 왜 이리로 온 것일까. 한강 샛강이야 제법 많은 한강물이 흐르던 곳이지만 제방공사로 물길이 바뀐 탓에 토사가 쌓이고 습지로 변했다. 샛강이라 말하기 어려운 흔적만이 수로로 남아 있다.

이곳이 1997년 9월 현재의 모습처럼 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지만 자주 침수되는 곳인 데다 가능하면 인위적인 손길을 배제한 곳이다. 이유를 찾는다면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후 토끼들의 먹이가 될 생물종의 수가 증가하고 갈대숲으로 인해 은신처와 서식환경이 복원되었기 때문. 공원 조성 전에 106종이던 식물이 127종에 이르고 52종이던 동물이 현재는 177종에 이른다.

▲ 지하철 5호선의 방출수 계류폭포, 생태공원으로 흘러 든다
ⓒ 김성원
샛강생태공원에는 상류와 하류에 생태못, 오리못, 여의못, 방개못 등 크고 작은 연못이 때때로 여의도의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을 비추며 갈대숲에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 5호선에서 흘러나오는 방출수가 이 연못들과 습지 곳곳의 수로로 흘러 갈대가 줄지어 자란 샛강으로 빠져 나간다.

▲ 샛강의 여의못 위에 놓인 마루다리와 관람데크
ⓒ 김성원
고인 물 악취나던 곳이 미꾸라지 사는 맑은 연못으로 변신

예전에는 하천의 범람과 물길 흐름의 변화로 샛강이 협소하게 되어 고인 물웅덩이에 악취가 풍기던 곳. 지금은 봄비가 내리면 개울 물소리에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 울음도 기대할 수 있겠다. 연못마다 수양버들이 정취를 더해주고 있고 하류쪽으론 버들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각박한 도시의 한구석에 눈 씻을 초록빛이 가득하다.

지하철 방출수가 1급수인 데다 부들과 갈대, 물억새, 미나리꽝 등 정수식물이 또 한번 수질을 걸러준다. 때문에 이곳에 사는 어류도 예전에 붕어와 송사리뿐이던 것이 지금은 가물치, 잉어, 모래무지, 미꾸라지 등 16종으로 식구가 늘었다.

맑은 물길과 갈대 숲 새로 난 관람로를 따라 거닐다 보니 소란스러운 새소리에 관람객들이 모두 발길을 멈추고 눈길을 돌린다. 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갈대 대롱 끝과 수양버들 가지에 수십여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들이 모여 야단법석을 떤다. 언뜻 보면 참새만한 것이 가만히 보면 그보다 작고 연한 붉은 빛이 잿빛 머리 위에 올라있다.

그밖에 다른 새들은 아직 찾을 수 없지만 철 따라 왜가리, 참새, 꾀꼬리, 장끼, 흰뺨검둥오리 등 54종이나 되는 새들이 이곳을 찾고 인근 아파트까지 찾아 든다.

▲ 샛강 동쪽의 오리못에 물오른 수양버들
ⓒ 김성원
▲ 생태연못에서 흘러나오는 수로와 수양버들
ⓒ 김성원
미국쑥부쟁이 등 귀화식물들도 정착

생태못과 여의못을 중심으로 나무 마루와 관람로, 관람데크, 조류관찰대가 자연스레 놓여있어 간만의 한적한 산책을 가능케 한다. 주변의 야생화 언덕엔 지난 해 넝쿨졌을 야생화 마른 줄기가 봄비를 기다리나 보다.

쇠뜨기 개피, 참새귀리 뿐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와 정착한 개망초, 미국나팔꽃, 까마중, 토끼풀, 빗자루국화, 미국쑥부쟁이, 달맞이꽃, 미국가막자리, 서양민들레 등 귀화식물 조차 이곳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윤중로의 벚꽃이 피고 지면 차례로 이곳엔 왕잠자리, 물잠자리, 아시아실잠자리, 고추잠자리, 호랑나비, 노랑나비, 배추흰나비, 네발나비, 메뚜기, 노린재 등 124종이나 된다는 갖가지 곤충들이 풀꽃 숲을 찾아올 것이다.

생태를 복원하고 동식물들이 돌아오니 곤충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한숨을 돌릴 곳이 생긴 것이다. 증권가의 긴박함도 콘크리트 더미 아파트의 밀폐된 공간에서, 매연의 꽁무니를 물고 운전석에 앉아 있을 도시의 사람들이 찾아올 곳이 가까이 있다. 갈대 비비대는 소리, 그 위에 날아들며 소리 내는 새들의 노래,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 버들 하반림(강 주변에 형성된 숲) 푸른빛이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

▲ 여의도의 증권가 건물이 바라보이는 곳의 생태못과 나무 관람로
ⓒ 김성원
▲ 영등포쪽 아파트촌과 빌딩, 올림픽 대로가 보이는 생태못의 마루다리
ⓒ 김성원
생태공원의 관람로를 돌아 윤중로 제방의 방문객안내소에 들어서면 곤충과 식물 표본이 있는 전시관과 세미나실, 관리사무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생태안내교실은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생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생태공원 안내와 생태체험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아이들에게 지천에 노니는 토끼들도 보여주고 생태교육도 참가해 보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한강시민공원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

여의도생태공원관리사무소 (전화 : 02-3780-0570)

이용시간 : 일출 시부터 일몰 시까지
(주요 산란기 또는 홍수로 인한 침수시기에는 일부 출입제한)

입장료 무료

교통 편
지하철 5호선 하차 영등포 방향 200m
전경련 회관 또는 KBS 별관 하차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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