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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누리 행사공간 전체 조감도
ⓒ 세계평화축전
더운 여름, 평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가 임진각에서 열린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월드 뮤지션들과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공연,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등을 무료로 만날 수 있고, 가족들을 위한 체험, 전시도 곳곳에서 열린다. 이국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무대를 돌아보며 평화를 위한 기부도 할 수 있는 세계평화축전이 8월 1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세계평화축전에는 중동 분쟁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비롯, 세계 21개국 22개 단체 136명이 참가한다. 9월 11일까지 42일간 공연 100회, 전시 2회, 학술대회 5회, 놀이체험 15개 등 분단 현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술, 체험 행사로 꾸며진다.

나누며 즐기는 평화 '세계평화축전'은 '보살핌', '기원', '만남'을 주제로 네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평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모금된 기부금 전액이 유니세프를 통해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생명촛불 파빌리온'은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 연인이나 친구, 가족들에게 원하는 시간만큼 평화촛불을 예약하면 해당되는 시간에 이메일을 통해 촛불편지가 발송된다. 같은 시간 파빌리온에서 평화촛불이 자동으로 점화된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홈페이지(www.peacef.org)에 접속해 예약이 가능하다. 주최 측은 1년에 100억원 안팎의 기부금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파빌리온은 '유니세프의 날', '도전의 날', 'DMZ 장병의 날' 등 매일 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다. 길이 50미터의 파빌리온에 3천개의 촛불이 아름답게 밝혀질 예정이다.

임진각이라는 상징적인 위치에 맞는 '통일기원 돌무지'는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고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 프로그램 중 하나. 통일을 기원하는 이들이 메시지를 담아 하나하나의 돌을 기증하면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의 결핵퇴치사업에 기금이 지원된다.

카페 '안녕'에서 열리는 동티모르 특별전에서는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의 회화, 사진이 전시된다. 모아진 기금 전액이 동티모르를 돕는데 쓰여진다. 행사 첫날에는 동티모르 대통령도 방문한다.

평화누리 어울못 위에 자리한 카페 '안녕'은 세계각국의 전통 소품으로 꾸며진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공연과 세계 각지의 희귀 음료를 선보인다. '안녕'이라는 이름 서로 인사를 나누며 평온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 야외공연장과 음악의 언덕
ⓒ 김진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물 사진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행사 마련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주무대가 될 '음악의 언덕'. 논이었던 곳에 언덕을 만들고 잔디를 깔아 하늘과 맞닿은 자연친화적인 공연장이 됐다. 몽골리안 평원을 연상케 하는 음악의 언덕은 최대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소풍을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잔디에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공연무대보다 출연진들을 위한 분장실, 준비공간에 더 많은 예산을 들이고 무대로 오르는 길에 계단을 없애는 등의 보이지 않는 배려는 행사의 기본 취지를 감추고 있다.

행사장을 찾아가다 보면 자유로변에서 이국적인 얼굴들을 먼저 만나게 된다. 통일동산에서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자유로 10km 구간에 걸쳐 세계 인류의 얼굴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 사진은 미국의 사진 전문잡지 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공한 5대양 6대주의 인물 사진 100장이다.

세계평화축전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 '음악의 언덕' 콘서트는 8월 15일부터 9월 11일까지 매일 계속된다.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과 분쟁지역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화합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그룹, 루마니아 집시밴드, 콜롬비아 삼바, 이스라엘과 아랍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에세에바 공연 등은 강준혁 총감독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무대. 국내의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콘서트, '뉴정글 재즈오케스트라', '서울 소리스트 재즈오케스트라'도 기대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전 공연이 모두 무료다.

8월 6일부터는 두루나눔 공연장과 평화누리에서 아마추어 동호회와 일반인들이 함께 하는 오픈 무대가 꾸며지고 행사 전기간 카페 '안녕' 콘서트도 이어진다.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즐기는 평화, 신나는 놀이터' 행사도 마련돼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미니어처 철조망과 나무초소에서 온가족이 희망메시지를 만들어보고 뚝딱뚝딱 나무집 만들기도 경험할 수 있다. 자연놀이터, 평화의 연날리기, '피스몹', 평화의 벽등이 모두 체험 행사.

8월 1일과 14일 저녁 9시, 음악의 언덕에서는 세계적인 불꽃놀이 연출가 피에르 알랭 위베르의 예술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마술쇼와 어우러진 불꽃, 부메랑 불꽃 등 다채로운 불꽃놀이가 임진각 평화누리 하늘을 수놓는다. 가족들과 함께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볼 수 있는 기회.

평화축전에 걸맞는 학술 및 교육 프로그램도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와 평화누리, 출판문화단지 등 곳곳에서 열린다. 비폭력 평화트레이닝, 갈등지역 대학생들과 한국의 대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KO. PA. IS 평화친구 사귀기', 어린이 평화교육 친구 돕는 생명촛불, 세계생명문화포럼, DMZ 포럼, 도라산 평화인권 강연회 등에서는 평화와 인권을 체험하고 고민해볼 수 있다.

세계평화축전은 경기도 주최,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한다.

"긍정을 통해 평화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인터뷰] 세계평화축전 강준혁 총감독

▲ 강준혁 총감독
"평화가 축제가 될 수 있느냐는 생각에서 처음에는 거절했죠. 결국 테마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싶더군요. 전쟁, 다툼, 갈등의 반대로만 설명하지 말고 긍정을 통해 평화를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강요하는 평화가 아니라 즐기고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평화를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강준혁 총감독은 이번 행사를 처음에는 주최 측이 생각하는 평화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가 다르다는 생각에 맡지 않겠다고 했었다. 심장 수술 이후 건강상의 이유도 있어 나서기를 주저했으나 평화에 대한 긍정성을 강조해보자는 생각에서 총지휘권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주최 측인 경기도는 세계평화축전이라는 이름과 임진각이라는 공간 말고는 그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도네이션 프로그램을 많이 배치했어요. 결국 우리의 미래가 어린이들 아닙니까. 주제 중에도 하나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죠. 생명촛불 파빌리안이나 돌무지 등은 행사 기간 이후에도 평화축전의 의미를 이어가며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과정 중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음악의 언덕에 올라 강총감독은 그 의미와 함께 지난 시간동안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여기가 원래 논이었는데 언덕을 올려 지평선을 만들었죠. 건축가 민현식 교수가 전체를 설계했고 경기도가 100억원을 들였는데 예산이 너무 부족해 결국 미로정원은 포기했어요. 그래도 야외 공연장으로 이 정도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죠. 평상시에도 피크닉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예산부족 말고도 군부대나 관의 협조가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논을 채우는 흙은 LG LCD 공사현장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었지만 파주시가 행사가 끝나면 다시 “논으로 원상복귀하라”고 해서 준비팀을 난감하게 하기도 했다. 군부대는 ‘하늘에서 본 DMZ 사진전’에 제동을 걸어왔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작품들에 ‘보안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군부대가 문제제기를 하는 사진들을 제외하고 나면 고작 40여장의 사진이 남아 이 문제는 계속 협의 중이다.

“다 지어놓고 보니 저도 좋네요. 행사 이후의 공간 활용이나 다음 행사 문제는 잘 모릅니다. 알아서들 하겠지요.”

그래도 애를 쓰며 만든 공간이 ‘평화는 배려’라는 그의 의도대로 계속 관리되고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감추지 않았다. 강 총감독은 가족들과 함께, 연인과 같이 와서 즐기고 느끼고 나누라고 부탁했다.

“카페의 인도네시아 문양을 보고 월드뮤직을 들으며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게 되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포럼, 3개국가의 3중 협주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일생에 한번 들을까 말까한 훌륭한 악단들의 좋은 공연입니다.”

강총감독의 자신있는 초대에 8월 1일을 기대하며 홈페이지(www.peacef.org)를 들러 꼼꼼히 행사 일정을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세계평화축전은 강 총감독의 의지에 따라 개막식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첫날 초청 인사들의 지리한 축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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