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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 앞, 2년 전에 장 목수가 지은 목조주택
ⓒ 장승현
정자 짓기 이튿날이었다. 원래 정자가 작으면, 빨리 지으면 하루에 지을 수도 있는데 이 정자는 크기가 생각보다도 엄청 컸다. 거의 6평이나 되어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손도 많이 가는 정자였다. 동네 사람들은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 쉴 수 있는 정자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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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리 동네 정자가 여기 근동에서 젤 좋은 정자여."
"그리고 다들 관에서 멋대가리 없이 정자를 지었지만, 우린 우리 주민들이 합심해서 지은 정자여. 봐봐, 이 동네에서 젤 잘생긴 정자라니께."

군 생활하다 정년퇴직했다는 중령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동네에서 개발위원장으로 통하는 분이었다. 우리 목수팀도 이젠 동네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뿌듯해 하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먼저 서까래 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날이 뜨거워 땀이 비 오듯 했다. 작업을 하다 서까래 부분에 목재가 휘지 않게 접합점을 핀으로 연결하는 트러스를 짤까 하다 합판을 박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괜히 트러스 짜고 하면 내부에서 볼 때 공간이 넓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 서까래 걸기 마무리
ⓒ 장승현
서까래를 다 걸고 먹을 놓아 서까래를 자른 다음 처마돌림을 방부목(28mm*140mm)으로 돌렸다. 이 부분도 비를 맞는 자리라 방부목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붕 합판을 덮기 시작했다. 합판은 온장부터 덮어나가고 온장을 덮은 다음 나머지는 구석구석 합판을 오려 박아야 한다. 이때 합판을 박을 때는 미리 합판 박을 길이를 예상하고 서까래 거는 작업을 해야 한다.

▲ osb 합판 덮기
ⓒ 장승현

▲ osb 합판을 다 붙인 장면
ⓒ 장승현
합판을 다 붙인 다음엔 동후레싱을 박아야 한다. 방수시트를 깔기 전에 처마돌림 부분에 동후레싱을 박아야 한다. 동후레싱은 처마돌림과 지붕을 마감해주는 재료인데 빗물로 인해 처마돌림과 지붕을 보호해 주는 재료이다.

▲ 방수시트 깔기
ⓒ 장승현

▲ 방수 시트 갈고 마무리
ⓒ 장승현
이제 지붕 마감재인 슁글만 올리면 작업은 끝나는 거였다. 슁글은 슁글본드에다 슁글못으로 밑에서부터 박아 올라가면 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처마돌림 동후레싱부터는 슁글을 거꾸로 한 장 박아놓고 시작해야 한다. 날이 저물어 슁글은 동네 사람들이 덮기로 하고 우선 정자짓기 작업은 여기서 마무리했다. 슁글 작업이야 누구나 본드에 못을 박아 고정시키면 되니까 마을 사람들 중에 슁글을 씌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 중심으로 덮기로 하고 정자짓기 작업을 끝냈다.

▲ 상량식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
ⓒ 장승현
동네사람들이 벌써부터 상량식 겸 준공 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체 정자 모습이 드러나자 동네사람들이 만족해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음식을 준비하고 동네에서 글씨를 잘쓰시는 분을 불러 조그맣게 상량보를 썼다.

▲ 동네 사람들이 완성된 정자를 보고 박수를 치는 모습들
ⓒ 장승현
동네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막걸리가 나오고, 수박, 소주 맥주 같은 건 벌써 낮에부터 정자 밑 맑은 물에 담가 놓았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술 안주를 만들고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었다. 벌써 상량보에 절을 하고 상량식을 끝냈다. 돈 봉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동네 사람들과 주변 동네에서 초청받아 온 사람들이 돈을 넣고 상량보에 절을 했다. 오늘은 작은 정자이지만 목수들한테 돌아갈 상량비가 꽤 두툼해 보였다.

▲ 동네 남자분들이 술자리를 잡았다.
ⓒ 장승현
만들어진 정자는 정말 컸다. 동네 사람들 다 모이고, 인동 지역에서 초청받아 온 손님들까지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 앉을 수 있는 정자가 되었다.

▲ 밤이 되어 술판이 익어갔다.
ⓒ 장승현
훗날 들어보니 동네사람들이 밤이 되면 밤마다 모여 정자에서 저녁을 먹고 쉰다고 했다. 정자가 동네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니 한편으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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