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끔 보면 유독 이벤트에 당첨이 잘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사 먹고 응모권이 있길래 응모함에 넣었다가 엠피쓰리에 당첨되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응모 버튼이 있길래 우연히 눌렀다가 몇 만 원짜리 공연 관람권에 뽑혔다고도 합니다.

참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응모 횟수가 많으면 그 만큼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매일매일 사이트 방문해서 이벤트 응모 버튼을 눌러도, 한 번도 당첨되지 않는 저같은 사람에겐 말입니다. 그 노력이 갸륵하여 한 번쯤 뽑힐 만도 할텐데, 아무리 응모 버튼을 눌러도 안 되는 걸 보면 저는 이런 쪽으론 운이 없나 봅니다.

하지만, 운이 없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오늘 저는 공짜 선물을 네 개나 받아 왔으니깐요. ‘ㅅ’ 백화점에서 국화를 선착순으로 나눠준다고 해서, 일찌감치 두 개나 신청을 해 놓았습니다. 또 ‘ㄷ’ 사이트에선 간단한 설문을 해 주면 예쁜 컵을 준다고 해서 역시나 설문을 해주고 컵 교환 쿠폰을 출력해 놓았다가 오늘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 왔습니다.

▲ 컵
ⓒ 이갑순
이 컵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컴퓨터 안 폴더에도 이 그림들이 저장 되어 있을 정도이니 꽤 유명하신 분 같습니다. 이 컵에는 시원한 쥬스나 맥주를 따라 마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크기도 적당히 커서 만족스럽습니다.

이 컵은 전부 올 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언니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나보다는 새로운 가정을 이룰 언니가 더 잘 쓸 거 같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소유욕으로 '언제가는 쓰겠지'라는 마음으로 내 삶을 무겁게 하느니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게 훨씬 좋은 거 같습니다. 더구나 내게 필요없는 물건이라면 더더욱 공짜라 해서 받아 올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 국화
ⓒ 이갑순
그리고 국화 화분도 받아 왔습니다. 국화를 나눠 주는 걸 보면 가을이 오긴 왔나 봅니다. 막새바람도 불고 말이죠. 화분 두 개는 현관 문 앞에다가 가지런히 놓아두었습니다. 아마 현관문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노란 국화꽃을 보면서 얼마간 행복해 질 것입니다.

가만히 그동안 공짜로 받은 것들이 무엇이 있나 떠올려 봤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그건 올 초에 공짜로 스켈링을 받았던 일입니다. 그동안 한 번도 스켈링을 해준 적이 없어, 이에 치석이 정말로 많았는데, 가격도 비싸고 해서 선뜻 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스켈링 하실 분을 찾는다는 게시글을 보게 된 것입니다. 어느 보건대학의 치기공과 학생이 올린 글이었는데, 스켈링 실습 시간에 스켈링 할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실습 날짜가 평일이고, 오전 시간을 모두 내어야 하고, 실습이라는 이유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저야, 학생이 해주든 치과 의사가 해주든 스켈링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스켈링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돌아다니면서 채점을 하기 때문에, 엄청 신경써서 꼼꼼히 하려 하고, 서로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더 조심스럽게, 아프지 않도록 애 쓰면서 해주는 게 느껴졌습니다.

의사에게 스켈링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저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몇 십년 된 치석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으니깐요. 십년 먹은 체증이 내려 간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처음 해보는 스켈링이라 아프기도 했지만요.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건 참 기쁜 일입니다. 스켈링처럼 한참을 생각했던 것이라면 그 기쁨은 더더욱 크고요. 하지만 또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진짜 공짜는 없는 거 같기도 합니다. 국화꽃을 받아오는 대신 백화점을 들러야 했고, 컵을 받기 위해선 설문을 해 주고, 나의 정보도 제공했어야 했으니깐요.

하지만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꽃을 받아서 너무 행복하고, 언니에게 네 개나 되는 새 컵들을 선물할 수 있어서 기쁜데요. 다만 공짜 좋아하다가 안그래도 없는 머리숱이 더 없어지지 않기만 바랄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아있길...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