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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지식하우스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계획한 대로 이끌어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나부터가 계획만 거창하고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는 삶을 지금껏 살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각자 꿈꾸는 인생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계획만 가득하고 실천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계획한대로 실천만 한다면 그 인생은 만족한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가끔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힘겨운 실천을 해내는 사람들 말이다. 더구나, 최고의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낮은 자리로 돌아가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계획하고, 그 계획을 몸소 이뤄내는 사람이 있다. 돈과 권력과 명예가 주는 맛은 달콤해 그걸 벗어던지기가 꽤 어려울 텐데도, 기사가 운전해 주던 차에서 내려, 하루 12시간씩 26일을 운전해야 된다는 택시 운전석에 올라 탄 사람이 있다.

즐거운 택시 기사 김기선씨는 영풍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를 3번째 연임하다가 마지막 일년을 앞두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마지막 3년을 다 채우고 나면 또다시 대표이사 자리에 욕심이 생길까 봐, 그러다 혹시라도 떠밀려서 그만두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보다는 환갑 기념으로 개인 택시를 사겠다는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 사표를 냈다. 환갑 전 법인 택시 경험 3년을 채우기 위해선 그 해에 택시기사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억대가 넘는 연봉을 받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매일매일 사납금을 채워 넣어야 하는 법인 택시 운전기사가 된 김기선씨의 이야기가 이 책 <즐거워라 택시 인생>의 내용이다.

40여 년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즐거운 택시 운전수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러주었는가.

1. 이 택시 운전수는 택시 운전을 좋아한다. 택시 운전의 좋은 점을 열 몇 가지나 말할 수 있지만, 모든 이들에게 택시 운전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겐 택시 운전을 권하지 않는다. 각각의 일에는 그 일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나이가 있으니, 젊은이들은 꿈을 많이 꿀 수 있는 일을 가지라고 말한다. 꿈이 사라지고 후회가 늘어나면 그때부터 사람은 노인이 된다고 말한다.

2. 자기 힘으로 땀 흘려 일하며 능력껏 살아가는 일을 중요히 여기고 몸소 보여준다. 사장님에서 기사님으로 자리를 바꾸었을 망정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을 결코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렇게 번 돈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3.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지 남이 대신 살아 줄 수 없으며 심지어 부부 간에도 각자의 인생이 다른데, 남을 의식할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라고 말한다. 체면이나 과거의 지위 따위는 하루 빨리 지워 버리는 것이 퇴직 이후의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될것이다라고 말한다.

4. 대학 총장이 퇴직 이후 그 학교의 수위를 해도, 사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 자기가 다니던 회사의 운전기사를 해도 놀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 책은 김기선씨의 택시 운전 철학뿐 아니라 택시 운전을 하면서 겪게 되는 우리 사회의 갖가지 모습들 또한 소개한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열심히 소박하게 사는 이웃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김기선씨는 택시 인생이 즐겁다. 왜냐면 그는 직업을 버렸지만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땀흘려 일하면서 그 댓가를 사회에 다시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고민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즐거워라 택시인생 | 김기선 저 | 웅진닷컴(단행) | 2005년 07월


즐거워라 택시 인생 - 금융계 CEO에서 택시 기사로 전업한 62세 김기선의 택시 예찬론, 노동 예찬론!

김기선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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