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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정원 가꾸기
ⓒ 물푸레
나무들은 가을부터 휴식을 준비한다. 쉬러가는 나무의 불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그의 죽음을 찬미하러 구경 다니는 사람들의 물결을 보는 것은 일종의 아픔이다. 뿌리를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자람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가는 나무라는 철인을 보러 사람들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는 해가 떠오르는 해보다 더 아름답듯이 죽음의 순간을 그처럼 곱게 치장하는 나무를 보며 사람의 모습도 노년이 더 아름다워야 함을 배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는 포근함과 여유, 인생의 지혜로 수놓아진 주름진 손과 얼굴이 곧 단풍이 될 수 있도록 젊은 날, 맑은 수액을 뿌리에 저장해야 함을 가을 나무는 가르쳐 준다. 사람들은 그 나무가 전하는 비움의 소리를 지척에서 듣기 위해서 가을나들이를 서두르는 것이리라.

다음 해를 기약하는 절제된 자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나무. 채움과 비움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반복하는 나무는 늘 경외의 대상이다. 생로병사와 윤회를 침묵으로 보여주는 나무는 말이 없어 더욱 좋은 친구이다. 보이는 나무들의 단풍을 구경하러 가기 전에 내 영혼의 나무들이 자라는 생각의 뜰을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밤에 꼭 소개하고 싶은 책, <생각의 정원 가꾸기>는 2001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6학년이었던 나의 제자, 김솔비 양이 선물한 책이다. 아이들에게 다달이 주는 선물을 책으로 주었던 담임을 닮아 책을 가장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이 책을 고르느라고 무척 고심한 흔적이 책갈피에 담겨 있다. 지금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눈이 큰 소녀는 책 속에서 걸어 나와 나를 불러 세운다.

제임스 알렌이 지은 명상 서적을 '박인출'이라는 치과 의사가 옮긴 책이다. 책의 두께는 얇아도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가 결코 얕지 않으니 마음이 산란해지거나 생각이 흐려져서 그늘이 생겼을 때 집어 들면 반딧불처럼 밝은 생각으로 끌고 가는 책이다.

'인간의 마음은 아름답게 경작될 수도 있고, 쓸모없게 방치될 수도 있는 정원과 같다. 육체는 생각의 하인이다. 신중하게 고려한 생각이든 즉각적으로 표출된 생각이든 육체는 생각의 작용에 따른다. 방탕한 생각은 육체를 급속히 쇠약하게 한다. 반대로 즐겁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면 육체는 발랄하고 아름답게 장식된다'로 시작하는 책 표지에서 작가의 음성을 만날 수 있다.

목차를 보면 '생각과 인격, 생각과 환경, 생각과 건강, 생각과 목적, 생각과 성공, 비전과 이상, 마음의 평정'등의 7부로 되어 있으나 일관된 주제가 생각의 정원을 어떻게 가꾸는 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조용히 암시해 준다.

작가는 인간을 한 그루의 나무에 비유하며 인간의 모든 행동이 생각이라는 숨겨진 씨앗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씨앗이 없다면 나무가 생겨날 수 없는 것처럼 생각이 없으면 행동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고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지만 한글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터득할 수 있는 쉬운 언어를 선택하고 있다. 말이 넘쳐나는 세상, 남과 이웃을 좋게 말해 주지 못하는 세상, 익명을 무기로 다른 사람을 해코지 하고 상처받게 하며 정신을 죽이면서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정보화의 폐해를 눈에 본 듯이 그려놓고 있다.

'불평을 늘어놓는다든가 욕을 하는 행위를 중단할 때 사람은 진정 사람다워지기 시작하며, 이 때부터 자신의 삶을 제어하는 양심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양심에 따라 마음가짐을 쓸 때 상황의 발생 원인이 남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주의 섭리는 혼돈이 아닌 엄정한 법칙이다. 삶의 본질은 불의가 아닌 정의이다. 정신세계에서 발휘되는 힘의 근원은 타락이 아닌 올바름이다. 따라서 우주 전체가 정의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았다면 자신을 바르게 세울 수밖에 없다.

생각은 금방 습관을 낳고, 습관은 또한 환경을 낳는다. 게으른 생각은 불결하고 정직하지 못한 습성을 낳고, 이런 습성은 곧 비천하고 궁핍한 상황을 초래한다. 또 증오와 남을 헐뜯는 생각은 비난과 폭력의 습성으로 굳어져 폭력과 박해의 상황을 낳게 된다.

이와 달리 모든 아름다운 생각은 품위 있고 친절한 습성으로 나타나고, 따라서 밝고 쾌적한 환경을 불러오게 된다. 순결한 생각은 자기 절제와 자제의 습성을 갖게 하여 평안과 평화를 가져온다.'

이 책은 온통 금언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 각국 언어로 출판되어 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는 역자의 소개가 아니더라도 번득이는 명상 언어들이 104쪽 분량의 책 속에 즐비하다. 연필로 그은 줄, 검은 펜으로 그은 줄, 더 중요한 곳은 붉은 펜으로까지 줄이 그어진 내 흔적들이 이 책의 위치를 말하고 있다.

특히, '생각을 맑게 할 때야 비로소 더 이상 음식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한 대 얻어맞은, 바로 나에게 해당되는 채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욕심의 시작이 식탐이며 오직 인간만이 배고프지 않아도 끝없이 먹어댄다는 말과 통함을 깨닫게 했다.

심지어 '완벽한 몸매를 갖기 원한다면 생각을 잘 간직해야 한다. 나쁜 인상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나쁜 생각을 늘 해온 탓이다. 얼굴에 생긴 보기 싫은 주름살도 어리석고 나쁜 생각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는 또, '세상일에 크게 성공했거나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에 이른 사람도 자만심과 이기심을 갖거나 부패한 생각을 하게 되면 다시 무력하고 비참한 상황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꿈꾸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구원자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의해 지탱되듯,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시련을 당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더럽고 힘든 일에 허덕이면서도 고독하게 꿈꾸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삶은 윤택해지는 것이다. 위대한 성취도 처음 한동안은 꿈이었다. 참나무는 도토리 안에 잠들어 있고, 새는 알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그리는 지극히 높고 고귀한 상상은 천사와 다가와 깨울 것이다. 꿈은 실행의 묘목인 것이다. 마음의 고독를 추구하고 자제력을 최대한 키우라'고 당부하는 저자 알렌은 1864년 영국에서 태어나 1912년 사망하기까지 19권의 책을 썼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사색이 곧 생각이니 가을은 생각의 정원을 가꾸는 계절이 아닌가? 지상의 나무들이 휴면에 들어가는 계절에 사람은 반대로 잠에서 깨어나 생각의 나무를 다듬어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어야 다음 해를 살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이 책이야말로 한참 생각을 키워가는 아이들과 청소년, 사랑하는 자녀와 제자, 가족들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자주 음미했으면 좋겠다.

너무 바빠서 자신이 어디쯤 가고 있는 지 잘 모르는 나의 영혼에 소금 같은 금언들을 생각의 정원에 뿌려서 수액이 잘 돌게 해준 이 책을 선물한 사랑스런 나의 제자에게 다시금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 생각의 정원 가꾸기/제임스 알렌 지음/박인출 옮김/도서출판 물푸레/값 6천 원
<한교닷컴> <웹진에세이>에 실었습니다.


생각의 정원 가꾸기

제임스 앨런 지음, 물푸레(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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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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