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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운동, 대체복무제 도입 단계로 진전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양심적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부제도를 권고한 가운데 27일 이를 환영하는 시민사회 단체와 각계인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활발하게 입법운동을 벌이고 있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이석태 민변회장, 병역거부자 나동혁씨,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함께했다. 또 각계 지지발언으로 박래군씨(인권운동사랑방), 김희진씨(한국앰네스티), 박영대씨(우리신학연구소)가 함께했다.

발언자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병역거부 지지의사를 밝혔다. 모두 권고 결정을 환영하면서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인권지킴이를 자처하는 국가인권위원회로서는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질책도 이어졌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홍구 교수, 임종인 의원, 노회찬 의원
ⓒ 전쟁없는세상
임종인 의원은 입법안이 나오기까지 지난 수년 간의 변천사를 설명하면서 국회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 의원은 군 개혁 운동 차원에서 사병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와 병역거부 문제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한홍구 교수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는데 요약하자면, 인력 중심의 병역 운용을 개선하고 군 인권을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다. 대체복무제가 사회복지 부분에서 큰 몫을 담당한다면, 비용이나 인력 활용 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며, 군 인권 개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홍구 교수는 대체복무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방문했었던 대만의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으로 내가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며 입법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문제가 줄기세포보다 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제 국회가 '대체복무제'라는 '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폭넓은 병역거부 지지의사 확인

이석태 민변회장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 국제법적 근거,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어떤 상황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으로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최근의 일로 60차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으로 국제법적 정당성에 쐐기를 박았다.

김희장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너무 당연한 결과"이며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7대 국회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시급히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 병역거부자 나동혁씨, 이석태 민변회장,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소장
ⓒ 전쟁없는세상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한국 종교(특히 기독교)는 정통과 이단 논리에 따라 병역거부가 이단의 행동인 양 비난해 왔다"며 "지금까지 종교단체들은 군대를 황금어장으로만 봤을 뿐, 진지하게 인권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기 신도 숫자 늘리기만 급급해왔던 과거를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역거부자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병역거부자 나동혁씨는 지난 2002년 11월 구속되었다가 2003년 1월 보석으로 풀려나고, 대법원의 유죄판결 이후 다시 법정구속되었다가(2004년 8월) 2005년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는 "그 간의 법적 변화를 직접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수용시설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50년간 검증이 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복역 중인 병역거부자들도 수용시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잡일은 물론 교무과, 보안과, 영치과 등 직원들 업무를 보조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씨는 "매우 높은 보안수준을 요하는 곳에는 모두 병역거부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런 분야에서는 병역거부자가 아니면 아예 뽑지를 않으며 직원들은 병역거부자들을 준직원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쟁없는 세상 홈페이지(http://www.withoutwar.org) 메인 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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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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