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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正月)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 그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쳐보는 달이다.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 보는 달인 것이다.

정월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큰 명절인 설과 대보름이 있다. 음력으로 1월 1일인 설은 1년을 시작하는 날로 당연히 그 의의를 지녀왔지만,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는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온 듯하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서는 보름달이 가지는 뜻이 아주 강했다. 정월대보름이 우선 그렇고, 다음의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도 보름날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달이 밝은 밤을 아주 신비롭게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일 년 중에서도 첫 번째 찾아오는 정월 보름을 더욱 소중히 여겨 '대보름'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런 연유에 비추어 옛부터 정월 보름날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전국방방곡곡에서 온 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둥근 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비는 것은 아마 올해도 변함없을 것이다.

보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김포시 사우동 사우문화체육광장에서는 뜻 깊은 놀이한마당이 벌어졌다. 김포시 이북도민회와 김포시 문화원이 주최하고 김포저널신문사가 기획·연출한 통일기원제 겸 정월대보름 민속놀이마당이 '대보름 달빛저어 통일로 미래로'라는 주제 아래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 행사를 기획 연출한 <김포저널> 곽종규 국장은 이 행사의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이곳 김포는 고향땅을 갈망하는 실향민 1세대와 2, 3세대가 고향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 통일갈증을 피워내는 현장이다. 김포가 갖는 의미는 실향민의 서러운 감정과 통일시대 한층 발전될 미래가 교차하며 아쉬움 속에 미래로 걸어가는 곳이다. 이러한 마음을 한해가 시작되는 음력 정월 대보름 속에 담고자 한다. 함경도에서 정월대보름날이면 놀이판을 벌였던 북청사자놀음과 돈돌날이가 실향민들에게 고향의 정월대보름 추억을 전하고 나아가 통일의 꿈을 대보름달 속에 담아 북녘하늘까지 비추어지길 기원해본다."

경기 서북부에 위치한 김포시는 북한과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가까운 시대 '통일시'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통일시대와 관련한 미래에 대한 희망 속에는 김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1만여 실향민들의 간절한 염원도 함께 담겨져 있을 것이다. 무심한 세월 속 살아서 고향땅을 밟고 싶다는 촛불 같은 희망을 밝히며 살아가는 실향민들의 간절함에 가슴이 아린다.

정월 보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북녘하늘에도 걸릴 것이다. 그리고 꿈에도 잊지 못할 그들의 고향마을도 훤히 비출 것이다. 그 달을 보며 실향민들의 부모형제들도 남쪽의 피붙이들을 절절한 그리움으로 새길 것이다. 헤어져 아프고 갈 수 없어 쓰린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실향민들. 보름달을 보며 빌고 또 비는 그들의 간절함이야 말해 무엇 할까. 그들의 절절한 기원을 담은 통일기원제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 김정혜
ⓒ 김정혜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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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돈돌날이'는 함남 북청군을 비롯하여 남으로는 홍원군, 함흥시, 북으로는 이원군, 단천군, 풍산군, 갑산군, 함북 성진 등지에 널리 퍼져 전승되어 온 놀이이다. '돈돌'이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회전'을 의미하며 제구비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옛날 북청 사람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외침과 그의 지배계층에서 억압과 탄압을 받아 신음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민족적 기질을 이어내려 왔다. 그러기에 해학과 풍자가 놀이의 대화 속에 맥을 이어 흘러 내려 왔으며 지금은 가난하고 살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잘 살게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것이 일제시대에는 식민지가 된 우리 땅이 다시 우리의 손에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항일의 성격을 띤 민요로 부각되었다. 특히 1930년대 이후에는 반일지회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원래 '돈돌날이'는 여성들만의 노래였으나 점차 남성들도 참가하는 대중적인 가무놀이 '돈돌날이'로 윤색되었다.

ⓒ 김정혜
ⓒ 김정혜
ⓒ 김정혜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남도 북청군 일대에 전승되어온 민속놀이이다. 북청읍의 사자계가 유명하며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도청을 중심으로 놀아왔다. '북청사자놀음'은 삼국시대의 기악, 무악 이래 민속놀이로 정착된 대표적인 가면놀이이다.

놀이의 목적은 백수의 왕인 사자로 잡귀를 몰아내어 동리의 평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놀이 내용은 음력 정월 14일 여러 마을에서 장정들의 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달이 뜬 뒤부터 놀음이 시작된다. 15일 새벽까지 계속되어 16일 이후는 유지의 집을 돌며 노는데 이때 먼저 마당으로 들어가서 난무를 하면 사자가 맹렬히 뛰어가 안뜰을 거쳐 안방 문을 열고 큰 입을 벌리고 무엇을 잡아먹는 시늉을 한다.

다음에는 부엌에 들어가서 같은 행동을 한 뒤 다시 안뜰 한복판에 나와서 활발하고 기교적인 춤을 춘 뒤 물러난다. 이때 두인의 청에 따라 부엌의 조왕과 시렁 앞에 엎드려 조령에게 절을 한다.

놀이마당이 펼쳐지는 행사장은 바람이 꽤 차가웠다. 참석한 시민들은 손을 호호불어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보름 달을 바라보며 그들이 빌고 싶은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내 가정의 행복과 내 가족의 건강이 그 중 으뜸이 아니었을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부모형제들을 북녘에다 둔 실향민들의 애끓는 가슴은 오죽할까 싶었다. 어둠이 드리워지는 하늘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 달 언저리로 저마다의 소원이 절절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찬바람에 섞여드는 실향민들의 한숨과 간절한 소원도 또한 달빛에 젖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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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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