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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와 대추
중국 사람들은 설날을 춘절(春節)이라 부르는데, 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단오는 하절(夏節), 중추는 추절(秋節), 동지는 동절(冬節)이라 불린다.) 춘절은 거의 보름 이상 지속되는데, 정월 보름 즉 등절(燈節)이 되어야 마무리 된다. 중국과 같은 문화권에 있어서인지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풍속이 있었다.

작은 설 정월대보름

설날이 친척들이 모두 모여 조상의 차례를 지내는 다소 번잡한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여 가족들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건강을 비는 가족간 명절이다. 대보름에는 설날에 바빠서 친정 나들이를 못한 시집 간 누나가 꼭 오곤 했다.

대보름 준비는 아홉 가지 산나물을 손질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산나물이 정갈하게 준비되면 오곡밥을 지어 새벽에 함께 식사를 한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는 어머니는 식사 전에 창호지를 태워 날리면서 가족 한 사람마다 소망을 기원하곤 하셨다.

▲ 멋낸 강정
ⓒ 김훈욱
이 날은 이를 튼튼히 해 달라는 의미로 밤을 한 번에 깨물어 먹지만 귀가 밝아진다는 귀밝이술도 나이에 상관없이 한 잔씩 먹는 날이다. 학교에 가면 귀밝이술을 마신 탓에 얼굴이 발그레 물든 애들이 많이 있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젊은 형들은 백 군데 집의 대보름 밥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이유로 이집 저집 다녔다.

남의 산소까지 태우던 쥐불놀이

이 날 학교가 파하면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와야 했다. 빨리 와야 동네 형들과 함께 뒷산에 올라가 달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달집 놀이는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방심하다 남의 산소를 태우는 경우가 있고 깡통에 불씨를 넣어 돌리다 초가지붕을 태우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가 타면 묘지 영혼이 도망을 간다는 이유로 부모님들은 백배 사죄하고 여물을 곱게 썰어 묘지에 표 나지 않게 뿌려 주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선생님께서 불시에 성냥 소지자를 검사하고 압수를 했다.

어렵게 마련해야 하는 강정과 부럼

요즘 어린이들은 의미를 잘 것이다. 시장에서 대보름 부럼을 준비하는 뉴스가 있어도 그저 무관심하게 쳐다보고만 있을 것이다.

▲ 강정 3종류
ⓒ 김훈욱
여기저기 부탁을 하여 어렵게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것과 비슷한 여러 종류의 강정과 부럼을 마련했다. 모양만 본다면 먹기 아까울 만큼, 그때보다 훨씬 보기 좋게 만들어졌지만 맛은 아무래도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올해도 부럼을 함께 먹었고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다. 또 정월대보름 불장난하다 남의 산소를 태운 아들을 대신하여 여물을 뿌려 주셨던 아버지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정성스레 대보름 음식을 준비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했다.

▲ 강정과 약과
ⓒ 김훈욱
그리고 잠시 지난 시절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대보름 음식을 먹으면서도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내가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하듯, 우리 애들에게 지금 이 시간이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함께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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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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