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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2월14일은 여성이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밸런타인데이'가 됐다. 밸런타인데이는 로마에서 전해진 축제라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친숙한 행사가 된 듯하다.

▲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곱게 포장된 초콜릿
ⓒ 김훈욱
그런데 이 밸런타인데이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남·여 누구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것은 중국의 밸렌타인데이인 듯하다. 중국의 밸런타인데이는 바로 정월 대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정월 대보름이 밸런타인데이가 되었을까?

대보름날이 밸런타인데이가 된 사연

<수호지>에는 원소절(元宵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원소절이라 부르는데, 설날인 춘절(春節)축제의 끝이 바로 원소절이다.

중국의 춘절은 폭죽으로 시작한다 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폭죽을 터뜨린다. 그런 폭죽놀이가 대강 끝났는가 싶을 때 원소절이 되는데, 이때 다시 등(燈)을 켜고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중국의 정월 대보름은 등과 폭죽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등절(燈節)이라고도 부른다.

원소절은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옛날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가 아끼는 신조(神鳥) 한 마리가 인간세상으로 도망을 치자 옥황상제가 노하여 정월 보름에 인간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옥황상제에게는 마음씨 착한 공주가 있었는데, 옥황상제의 명령을 들은 공주는 인간들을 불쌍히 여겨 이 사실을 인간세상의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부랴부랴 대책에 나선 인간세상의 사람들은 한 노인의 의견에 따라 정월 14일, 15일, 16일에 집집마다 등을 달고 폭죽을 터뜨리며 모닥불을 피웠다.

보름이 되어 옥황상제가 대군을 이끌고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아래를 살피니 이미 인간세상은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는 그냥 돌아가 버렸고 덕분에 재산과 생명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이 되면 등을 달고 폭죽을 터뜨려 불바다가 된 것처럼 꾸미게 되었다.

▲ 화려한 등불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 김훈욱
한편 중국의 대보름, 즉 등절 때는 젊은 처녀들이 달 밝은 강가에 나가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게 해 달라며 오렌지를 강에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개울의 상류에서 오렌지를 던지면 젊은 총각들이 하류에서 건져 먹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총각들이 미리 강 상류에서 전화번호를 적은 병을 띄워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강에 오렌지를 던지던 처녀들은 물에 떠내려 오는 병을 건져 인연을 맺는 일이 생겼고 이제는 그날을 '밸런타인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절기가 같고 또 각 절기별 풍습 또한 비슷한 탓으로 정월 대보름의 유사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신라시대 때부터 정월 대보름은 1년 중 처녀들이 공식적으로 나들이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고 한다. 그 나들이는 탑돌이를 위한 것이었는데 미혼의 남녀가 탑을 돌다가 마음이 맞으면 사랑을 나누는 날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병이 난 처녀들의 상사병을 '보름병'이라고 불렀고, 이 풍습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 특히 원각사의 탑돌이는 매우 유명하여 세조 때는 풍기가 문란하다고 금지령까지 내린 적이 있었다.

이런 자료에 의하면 정월 대보름이 '연인의 날', 즉 요즘의 밸런타인데이였고, 강에 오렌지를 던지는 중국의 등절 풍습과 탑돌이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 같다. 이참에 상업적으로 시작되어 초콜릿을 돌리는 서양의 밸런타인데이 대신에 정월 대보름을 우리나라 연인의 날로 정하고 초콜릿 대신 탑돌이를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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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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