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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황사는 비염 알레르기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다.(자료사진)
ⓒ 최윤석
비염 알레르기. 15년 동안 내 뒤꽁무니에 진드기처럼 착 달라붙어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스토커도 이만한 스토커가 없다. 싫다고 아무리 뿌리쳐도 '당신만을 사랑해'하며 내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니 거머리보다 '징한' 놈이다.

이 녀석 때문에 계절이 바뀌거나 급격한 기온변화가 있을 경우 난 좌불안석이다. 많은 사람이 한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즐겁게 맞이할 때 이번엔 언제 나타날까 하며 노심초사다. 콧물 눈물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5분, 아니 1분 간격으로 내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휴지만이 수북하게 쌓여간다. 나중엔 숨쉬기도 벅차고 눈 주변에 열꽃이 피고 침침해지다 눈물까지 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보통 민망한 게 아니다. 다 큰 어른이 코만 풀어대고 있으니.

특히 하는 일이 아이들 가르치는 훈장이어서 수업 중에 터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체면상 아이들 앞에서 훌쩍거리지도 못하고, 수도꼭지처럼 줄줄 세는 콧물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씻으면 잠시 괜찮은 듯하다가 분필가루 날리며 몇 마디 하다 보면 코가 근질근질하면서 맑고 투명한 녀석이 훌쩍거리며 웃는다. 세상에 자기주인 괴롭히며 울다가 웃는 놈은 이놈밖에 없을 것이다.

자식에까지 옮아간 알레르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안녕! 하는 이놈 때문에 병원 문턱을 들락거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1년에 최소한 일곱 여덟 번은 찾는다. 제발 떠나달라고 주사 맞고, 약 먹고 해도 잠시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놈의 진드기 짝사랑이 나 혼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자식에까지 그대로 옮아간 것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 체질이면 자식들 중 50%가, 부모 둘 다 알레르기를 앓고 있으면 75% 정도가 유전된다고 한다. 그 50%에 낀 여덟 살배기 아들 녀석이 아빠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아들놈이 코를 후비고 훌쩍거릴 때마다 아내는 원망 어린 눈초릴 내게 보내곤 한다. 물려줄 게 없어서 그런 걸 물려줬느냐는 원망이다.

사람들이 흔히 앓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이다. 이 질환들은 독립적으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복합적으로 놀 때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까지 동시에 앓는 경우가 있다 한다.

▲ 치료 중인 이비인후과 이은철 원장.
ⓒ 김현
그렇다면 이놈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내가 5년째 신세(?)를 지고 있는 주치의 이은철 원장(이은철이비인후과)은 알레르기 체질은 유전자에 의해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민감한 체질인 사람들이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될 때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비염 알레르기는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꽃가루 등이 흡입되었을 때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피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요 증상으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코 가려움증과 재채기 등이 반복적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땐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알레르기 비염이 감기와 다른 점은 감기는 편도가 붓거나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레르기 비염은 열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알레르기 이 녀석이 더 착한 놈은 아니다. 병원에 가면 감기의 경우엔 '약 먹고 며칠 푹 쉬면 괜찮을 겁니다' 하는 희망적인 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데 알레르기는 매번 부정적인 소리만 들을 뿐이다.

"또 왔네요. 이거 어쩔 수 없어요.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때그때 치료하고 증상을 완화해주는 수밖에요."

병원을 찾을 때마다 의사에게 늘 듣는 소리이다. 그래도 증상이라도 완화해 준다고 하니 감지덕지할 뿐이다.

항원체에서 될수록 벗어나야

그러면 예방법은 전혀 없을까? 있긴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시키는 항원체와 접촉하지 않도록 주변을 청결히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 한다.

"굳이 예방법을 말한다면 회피요법이지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항원(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꽃가루 등)에서 멀리 벗어나는 길밖에 없어요. 그리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집안의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침구류를 자주 털어주거나 카펫도 웬만하면 깔지 말아야 해요. 소파도 천 소파보다 가죽 소파를 쓰는 게 좋고,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경우엔 강아지 같은 동물도 안 키우는 게 예방법이라면 예방법이라 할 수 있지요."

말이 예방법이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으로부터 도망칠 구멍은 전혀 없다. 그래서 의사들도 '회피요법'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릴 땐 알레르기가 없다가 어른이 된 후에 생기는 연유는 무엇일까? 이은철 원장은 몸속에 알레르기성이 있지만 처음부터 반응을 일으키진 않는다고 한다. 처음 흡입구를 통해 꽃가루, 진드기 같은 항원이 몸속에 들어오면 항체가 만들어지고, 후에 다시 항원이 들어와 항체(이미 만들어진 것)와 항원(새로 들어온 것)이 반응하여 알레르기를 유발시킨다고 한다. 그렇기에 살아가는 생활주변과 몸을 청결히 하는 것만이 알레르기에 따른 고생을 덜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말한다.

일반적인 비염 알레르기 치료법은 먹는 약으로 '항히스타민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쓰는데 부작용이 생길 염려가 있어 먹는 약보다는 호르몬제로 만든 약을 콧속에 직접 분사하는 '뿌리는 약'이 효과도 있고 좋다고 한다.

모유 먹이면 아토피 피부염 예방

▲ 두환우 평화비뇨기과·피부과 원장
ⓒ 김현
비염 알레르기와 함께 가장 흔하면서 고질적으로 나타나 고생을 시키는 알레르기성 질환이 아토피 피부염이다. 아토피 피부염도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성이 있는데,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꽃가루, 바이러스 등 환경적인 요인과 정서적 요인이 결합하여 발생한다고 한다.

유아 때 '태열'이라고 알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은 생후 2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만성 피부질환으로 '피부건조증 및 가려움증'이 주 증상으로 사춘기와 성인에게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아토피 피부염 또한 비염 알레르기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에 힘써야 한다. 어린이들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경우엔 털이나 먼지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애완동물, 털옷, 양탄자, 인형, 털이불 등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피부과 전문의인 두환우 원장(평화비뇨기과·피부과)은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닭고기가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 팔 안쪽에 나타난 아토피 피부염 증상.
ⓒ 평화비뇨기과·피부과 제공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경력이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생후 2년까지는 '계란, 우유, 콩, 밀가루' 등을 조심하고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에게 분유 대신 모유를 먹이면 아토피 피부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후 3년 이후면 음식과 아토피 피부염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두 원장은 아이가 태어난 3년 후엔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게 아이의 성장 발육에 좋다며 특정 음식과 아토피 피부염과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알레르기를 이기는 나만의 방책

이제 곧 알레르기 환자들에겐 괴로운 계절이 온다. 삼사월이 되면 기온 변화와 함께 중국에선 온갖 오염 물질을 싣고 온 황사가 대기를 덮을 것이고, 꽃가루가 날아다닐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쫓아 많은 사람이 들로 산으로 휘파람 불며 나들이 갈 때 알레르기 환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체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 생리식염수와 약병
ⓒ 김현
나도 이맘때면 비염 알레르기가 더욱 기승을 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기온 상승과 함께 체온도 상승하면서 콧속은 이내 비정상 상태에 빠져버린다. 멀쩡하다가도 예보도 없이 갑작스레 줄줄 흐르는 콧물을 선물한다. 사람 환장하고 미치게 한다. 이 미친 상태를 누그러뜨릴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생각해낸 게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콧속 세정이다.

코가 간질거리려는 낌새가 보이려 하면 곧바로 식염수를 바로 콧속에 투입한다. 물론 평상시에도 가끔 세정을 하면 좋다. 투입기는 아이들 시럽용 약병이 좋다. 이렇게 세 번 내지 네 번 정도 반복해서 세정을 해주면 증상이 없어지거나 완화해주어 병원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소금물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자극성이 강해 잘못하면 콧속 점막을 상하게 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항원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알레르기 환자들이여! 올봄, 황사와 꽃가루의 침입자로부터의 공격에 안전할 수 있도록 잘 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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