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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중음악계에 가장 커다란 족적을 남긴 뮤지션을 꼽으라하면 그 중의 한자리는 영국출신의 록그룹 비틀즈가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60년대 말 혜성같이 등장해 그룹이 해체된 뒤인 7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세기가 바뀐 오늘날에도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록의 전설이고 그들이 남긴 숱한 일화들은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에게까지 회자되고 있다.

▲ 비틀즈의 공인전기 The Beatles의 책표지
ⓒ 베텔스만
인터넷상의 비틀즈 동호회만도 어림잡아 1000여개가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고 보면 그들이 활동하던 60년대나 멤버의 반이 세상을 떠난 지금이나 비틀즈는 우리시대의 우상이고 영웅임이 분명하다. 이른바 비틀마니아(Beatlmania)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들과 동년배를 이루는 세대에서부터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젊은 날을 살았던 30, 40대 그리고 비틀즈 해체 이후 혹은 심지어는 레논이 사망한 후에 태어난 10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는 그만큼 비틀즈의 음악이 현재에도 그 음악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들의 음악은 비단 대중음악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치·사회·문화의 대변혁을 몰고 온 촉매제였고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틀즈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만큼 비틀즈를 국내에 소개한 이전의 수고들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기자 역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비틀즈에 관한 지식이라는 것이 일천하기 이를 데 없었고 사뭇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접하게 된 비틀즈의 공인전기는 비틀즈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과 그들의 성장과정에서부터 밴드의 결성 그리고 세계를 열광케 한 과정을 낱낱이 알게 해주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비틀즈에 관한 전기나 서적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국내에도 10여종의 책들이 출간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런 때에 35년만에 증보 재발행된 비틀즈의 전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비틀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커다란 축복이다.

선데이타임즈 등의 기자출신인 헌터 데이비스가 쓰고 비틀즈의 음악에 빠져 살고 있는 이형주가 옮긴 < The Beatles >가 바로 비틀즈 전기다. 데이비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8개월 동안 레논을 비롯한 멤버 전원을 포함하여 그들의 부모, 친구, 연인 등 수많은 주변 인물들을 만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멤버들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데뷔에서부터 음악적 성공과 성취의 배경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자세하게 전해준다.

▲ 최신 증보 개정판이므로 조지 해리슨의 비극적인 죽음까지도 살펴볼 수 있음을 알리고 있는 책의 뒷면
ⓒ 베텔스만
양장본에 고급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진 이 책은 487쪽에 달하고 내용 또한 방대하다. 전설적인 이 록그룹이 어떻게 하여 자신들의 세상과 음악을 창조해 가는지를 꼼꼼히 따라가는 한편, 명예 때문에 다른 책에서는 다루기를 꺼려했던 마약관련 이야기며 팀 해체 후의 갈등과 화해 등 그동안 국내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까지를 소개함으로써 애독자 혹은 애청자들을 활자로 열광시킨다.

1968년 초판...2002년 재개정판 발행

저자 헌터 데이비스와 비틀즈의 인연은 데이비스가 비틀즈의 베이시스트인 폴 매카트니를 인터뷰하면서 시작된다. 폴은 데이비스를 자신의 매니저인 브라이언 엡스타인에게 추천하고 이를 계기로 데이비스는 1년반의 기간을 거의 비틀즈와 동고동락하며 살아 있는 비틀즈의 전기를 완성해낸 것.

1968년 초판이 발행된 이 책은 17년만인 1985년 개정판이 나왔고 2002년에 재개정된 것을 대교베텔스만이 2003년도에 공인전기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즉 가장 최근의 소식도 함께 실려 있어 레논과 해리슨의 사후 남은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심경을 읽을 수도 있다.

개정판에는 68년 해체 이후 각 멤버들의 활동상과 그 후의 이야기, 더 많은 사진자료들을 추가해 명실공히 비틀즈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비틀즈에 정통한 마니아 중에서도 그들의 음악적 성공을 뒷받침한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누구인지 그의 사업적 수완과 안목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비틀즈와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시다시피 링고스타는 최초 비틀즈의 멤버는 아니었다. 비틀즈의 영광 바로 직전 영국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간 비운의 드러머 피트 베스트에 관한 이야기 등은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비틀즈의 출생지이자 음악의 출범지이기도 한 영국의 리버풀이란 도시는 비틀즈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당시 리버풀에서 왜 비틀즈가 태어나게 됐는지를 살피는 저자의 노력은 책을 읽는 우리를 리버풀의 한 클럽으로 초대한다.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자신의 레코드 가게에서 비틀즈를 찾는 고객의 주문에 생소해하며 비틀즈를 찾아 헤매다 한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비틀즈와 경이로운 첫 대면을 하듯이 우리도 그렇게 비틀즈를 만날 수 있다.

▲ 1962년 8월 23일자로 비틀즈의 역사가 달라지게 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인 피트 베스트는 비틀즈의 영광 직전에 비틀즈를 떠나 평범한 영국 노동자로 돌아감으로써 드러머로 링고 스타가 비틀즈에 합류하여 전설이 된다.
ⓒ 베텔스만
"그리고 비틀즈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내 생애 최초로 비틀즈를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단정하거나 깔끔하지 않았다. 연주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굴었다…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고 낄낄 웃었다. 그러나 관중은 대단히 흥분했다. 무엇인가 인간자기력 같은 것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들에게 빠져 들게 되었다."(브라이언 엡스타인: 책 202쪽)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고 있었을까?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존 레논의 지독한 냉소에서 그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비틀즈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그냥 작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속뜻 따위는 없다. 그냥 쓴 노래다. 나는 이런저런 말을 한데 모으고, 위에 잡음을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 노래를 쓸 때는 즐거워하지 않았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그 노래가 중요한 노래이기를 원하는 것이다."(380쪽)

이 책이 주는 또 한가지 즐거움은 수록된 사진들이 국내에는 미공개 된 사진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비틀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생애의 고비 고비마다 그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 분명할 것이다. 이 책이 귀중한 자료로써의 소장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비틀즈의 음악에 기왕 빠진 우리들이기에 활자와 사진으로 만나는 비틀즈의 전기는 희귀 앨범을 손에 넣은 놀라움 이상의 체험을 가져다줄 것이라 확신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Let it be, let it be…."

덧붙이는 글 | * 비틀즈/ 헌터 데이비스 지음/ 이형주 옮김/ 베텔스만/ 22,000원

* 독자들을 위한 구입가이드
- 북스캔(www.bookscan.co.kr)의 오른쪽 균일가전을 참고하시면 5000원에 구입가능  (단지 독자들을 위한 정보제공일 뿐 기자와 위 사이트와는 아무런 관련 없음)


The Beatles 비틀스

고영탁 지음, 살림(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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