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간혹 중국에 다녀온 친지들로부터 중국차를 선물 받거나, 중국차를 내올 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중국 출장을 가서 차를 대접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차 중 일부의 농약 잔류량이 허용치를 넘었고, 가짜나 저급한 차가 수입되고 있다는 뉴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 중국차를 자주 접하는 나로서는 평소 궁금했던 중국차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었다. 마침 중국 출장길에 차 도매시장에 들를 기회가 있어 중국 장강 이북에서 가장 크다는 제남 차 도매시장을 찾아갔다. 정식명칭은 제남차엽비발시장(濟南茶葉批發市場)이다.

▲ 제남 차시장
ⓒ 이웅래
이 곳 차 상인들은 일종의 협회를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 시장의 유용 회장(劉勇 總經理, 書記라고 부른다)과 조건설 부회장(趙建設 副經理)을 만나 제남 차 시장과 중국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나의 머리 속에는 '너희들 것 가짜 많지?' '싸구려 가지고 비싸게 파는 거 아닐까?'라는 막연한 의혹만 뱅뱅 돌고 있었다. 중국차를 마신답시고 중국농약만 우려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과 선입관이 여전히 머리에 가득 했으니 말이다.

장강 이북 최대, 중국 전역 도매시장 중 4위

의혹을 누르고 우선 제남차 도매시장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고 하니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얼굴의 조건설 부회장이 대답한다.

"장강 이북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이며, 중국 전역 20개의 큰 도매시장 중 4위다. 토지면적은 6만6000㎡, 건축면적은 7만8000㎡에 달한다, 사무실을 제외한 점포 수만 600개이며 1996년 3월 28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북경(北京) 차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시장 중에서 제남 도매시장처럼 다양한 차 품종을 가진 곳이 없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이 차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답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조그만 지방에 가도 소규모 차시장이 열리는 중국에서 전국 4위라면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연 거래규모를 물어 보니 1년 매출액이 13億元(한화 약 1600억원), 양은 80만단(1단이 100근, 1근이 500g)이라고 한다.

▲ 중국차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해준 제남 차시장 협회 조건설 부회장
ⓒ 이웅래
중국 물가로 판단할 때 적지 않은 규모다. <오마이뉴스>에 소개하기 위해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이미 구면인 처지라 가볍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목소리도 나직하고 엄숙해진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일반적으로 차 종류는 어떻게 분류되는지, 명차(名茶)라면 어떤 차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차 종류는 크게 열 가지 부류로 나뉜단다. 백차, 흑차, 홍차, 화차, 청차, 황차…. 요사이 보이차는 흑차에서 따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백차나 황차 등은 미미하고, 청차와 화차, 보이차가 주류란다. 청차라면 녹차와 오룡차(우롱차), 철관음을 말하고, 화차는 말리화차나 국화차 등의 꽃으로 만든 차다. 이곳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차가 판매되는데, 그 종류는 1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명차라면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최고로 치는 것은 서호 용정차다. 그 다음이 철관음이고, 말리화차도 북방에서는 꽤 고급스런 명차에 속한다. 다만 서호 용정차는 차나무가 몇 그루 되지 않아 진품이 매우 귀하다. 그러다보니 그 주위에서 생산되는 차까지도 서호 용정차라고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게 문제다."

"그러면 그 주위에서 생산되는 서호 용정차는 가짜가 아니냐? 몸에 안 좋은 가짜 차도 많다던데…, 한국에도 그런 가짜차가 들어왔다고 하고…."

차에 대한 의혹에 협회 부회장 난감한 표정

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면서 터무니없는 의혹만 제기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일까 대답을 하던 조 부회장 역시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5-6년 전까지 일부 가짜차가 중국 내에서도 있었다. 지금은 없다. 우리 차 시장에서는 품질검사소가 있어 처음 들어오는 차나 판매되고 있는 차를 무작위로 선정해 품질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기서 파는 차는 절대로 가짜가 없다. 또한 우리 시장의 회원들 중 2/3는 고향에 생산지를 가지고 직접 재배한 차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보증한다."

▲ 제남 차시장의 규모는 66000평방미터에 이른다
ⓒ 이웅래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의 차 시장에 대해서만큼은 품질을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엔 좀 더 실질적인 질문을 했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문제는 농약이다. 진품의 서호 용정차라도 농약을 많이 치면 좋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중국 정부에서도 차 재배 시 유기비료, 미생물 등을 이용한 해충 방지 등을 집중 권유한다. 부득이한 경우 비가 오기 전에 농약을 친다. 비에 씻기면 남는 농약은 거의 없다. 농약 잔류량을 줄이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 노력하고 있다. 북경과 상해에 제공하는 차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차만을 선별하여 공급하고 있다."

한편으로 자신들도 매일 수십 잔씩 마시는 차 안에 있을 농약 잔류량을 생각하면 줄이고자 노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 차례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내용이었다. 차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좋은 차와 나쁜 차, 아니 질이 좋은 차와 질이 떨어지는 차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래야 질이 떨어지는 차를 마시지 않지.

그러나 기자의 질문은 사실 우문이었다.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뭐 이런 무식한 놈이 있나 하는 표정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려 든다. 구별은 자신들도 매우 어렵단다. 일단 어떤 차냐에 따라 달라지고, 생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또한 가공방법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니 그럴 수밖에…. 더구나 차라는 것이 잎뿐만 아니라 뿌리나 줄기, 꽃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좋은 차 구별 방법은 '색깔과 모양'
물 부었을 때 원형 모습 되찾는 과정도…


가장 많이 마시는 청차 계열이나 화차 계열의 차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우문에 현답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차를 구별하는 방법은 첫째, 색깔과 모양이다. 찌거나 삶아 말린 경우에도 그 본래의 색깔과 비슷하다면 일단 좋은 차라 할 만하다."

▲ 이곳에서 차를 시음도 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
ⓒ 이웅래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나 오룡차, 철관음 등이 본래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면 일단 좋은 차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냄새와 감촉. 향기는 차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이다. 은은한 향과 감촉은 좋은 차를 구별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기는 그렇다지만 감촉이야 나와 같은 초보에겐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는 뜨거운 물을 부었을 경우 원형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본래대로의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가공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정성을 들인 것이고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것이다. 또한 부스러지거나 가공과정에서 가루로 변한 것이 적을수록 상품(上品)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입맛이 중요하단다. 일단 향기가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고 삼키고 나서 입안에 은은히 차향이 남는 것이라면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단다. 제남 차시장엔 녹차와 보이차만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이 꽤 있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차 종류에 따라 그런 전문매장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란다.

무엇보다 중국차를 접할 때에는 품질이 좋은 것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철관음이든, 보이차든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지역에 따라서, 또는 한 지역이라도 각 판매처마다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다른 도시 차 시장에서 똑같은 차의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 차이가 열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백화점이라 해서 품질이 좋은 차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싼 것이 좋은 차의 기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차를 좋아한다면 각 지역마다 차 도매시장이 있으니 그런 곳을 들러 이집 저집 다니면서 물어보고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위에서 말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차를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회에는 제남 차시장에서 녹차나 철관음, 화차, 보이차를 판매하는 전문점에서 그 차에 대한 특징과 좋은 차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와 저 인생의 후반기를 풍미하게 될지도 모를 무협작품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천지는 만인의 것이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