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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이 이번 5.3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가 솔직히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성문 쓰는 게 요즘 내 일이다."
"박 대표 퇴원할 때까지 손놓고 있을 수 없지 않나."


정동영 의장과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브레인역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내뱉은 말이다.

"한 번 더 기회를..." 엎드려 비는 정동영

이번 선거기간 열린우리당의 전략은 계속 수정되어 왔다. '지방권력 교체론'을 내세워 지자체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심판하자고 공세적으로 나왔다가, 최근엔 '통렬한 반성' 모드로 자세를 낮췄다. 요지부동인 민심을 향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당 의장 경선 이후 정동영 의장은 그야말로 발바닥에 불이 나게 전국을 누볐다. 대구로 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고,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도 가고, 5번의 시도 끝에 독도 방문도 성사시키는 등 '역사와의 대화'를 하기도 했다. 선거가 끝난 뒤엔 당선자들을 상대로 공천비리 특검를 하자는 제안도 해봤다.

하지만 안됐다. 안 먹혔다.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 의장은 결국 허리를 굽혔다. 지난 주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엎드려 비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한다, 다시 한 번 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광주에 정성을 쏟았다.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 정당 지지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광주에 달려가 또 호소했다. "조영택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 평화세력을 하나로 결집해 내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한 뿌리로 보는 광주민심에 대한 화답이었다. '형제끼리 이전투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을 의식해 민주당의 공천헌금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터졌다. 선거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성문도 안 통하게 생겼다.

정 의장의 고향인 전북 외에 16군데 광역 선거 중에서 안정권으로 여겨졌던 대전이 위태롭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의장은 일단 22일 제주와 광주로 갔다. 광주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2위이지만 상승세를 타던 지역이다. 피습 파문을 차단해 보려는 의지다.

"반성 제대로 했나" 호통치는 강금실

▲ 22일 오전 열린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과 여성신문사 주최 서울시장 후보초청 여성정책토론회에서 강금실 후보가 생각에 잠겨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방선거의 전초지인 서울시장 선거. 강금실 후보는 호소한다. 열린우리당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호통친다. 정치권을 향해 "쪽방촌 어르신 만나고 노숙자들 만나보았는데 그분들 큰 것 원하지 않았다, 최소한 먹고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라며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셨냐"고 소리쳤다.

또 열린우리당을 향해선 "반성은 있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분석하고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없다"며 "지난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이 한 게 대체 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 피습 사건이 나고 사실상 선거운동의 의미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허탈감과 패배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강금실 캠프의 목청은 되려 높았다.

강 후보는 여권이 반성해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 '포용력'을 꼽았다. 22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포용해 나가면서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싸우고 비난하고 편가르는 모습을 국민이 제일 실망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개혁 정책이나 경제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 일 처리 순서 등에서 미숙하고 무능했던 '전문성' 문제를 그 다음으로 꼽았다.

"민주평화세력 집권 8년만에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가"

강금실 캠프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이날 '무릎 꿇고 호소드립니다'라는 글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좀체 자기 이름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전략통'의 절박감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 의원은 248개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중 열린우리당이 승리할 수 있는 곳은 불과 20개 안팎이라는 언론보도를 전하며 "민주평화세력이 집권 8년만에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가 하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피습 사건으로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의 결집력은 높아지는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결집도는 이완돼 기권 현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가 정말 잘못됐다면, 우리가 정치적으로 심판 받는 것을 감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당이 지방권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것이 과연 이상적인 선택일까에 대해서 조금 더 냉철하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한 쪽의 과도한 오만으로 역사의 시계추가 거꾸로 돌아가게 됩니다."

민 의원은 "정말 절규하고 싶다"며 "질책을 달게 받겠지만 그렇게 역사의 추가 요동을 쳐야 할만큼, 그들이 목표하는대로 우리가 완전히 무너져야 할만큼 저희가 설정한 방향과 목표가 잘못된 것인지 한번만 더 고민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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