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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참여정부의 부동산과 조세정책에 대한 민심이반이라고 진단하고 정책 수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여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으로 꼽히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가구1주택 실수요자 과세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와 함께 대표적 보유세로 꼽히는 재산세액이 늘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전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를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거래세 또는 양도소득세의 인하, 부동산시장 공급 보완대책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당의 간부들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기회만 나면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려고 하는 세력이 당 내에 있다는 사실이 바로 이번 참패를 가져온 원인이 아닐까?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이 등을 돌린 큰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다.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이 참여정부만의 탓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든 경제 상태가 그 당시 집권 정권에 대한 평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참여정부가 인위적 부양책을 쓰지 않은 것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 혜택이 다음 정권의 불로소득으로 돌아갈 것임을 알면서도 참고 있으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참여정부 집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과거의 지지층이 이탈한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스스로 없앰으로써 지지층을 실망시켰다는 데 있다. 집권 당시부터 정부와 여당의 국정 경험이 한나라당에 비해 적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지지층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기득권과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던 기회를 헛되이 놓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미숙함은 드러나고 차별성은 무뎌졌다.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고, 한미 FTA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사례에서는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 연정이 실현된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

정책 노선의 차별성이 사라진다면 열린우리당의 존재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혹 보수화를 통해 한나라당 지지층을 끌어오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건 홈경기가 아니라 어웨이 경기다. 승률이 높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이럴 때일수록 홈경기를 해야 한다. 정체성을 살려 고정지지층을 확보한 다음 세련된 국정운영을 통해 부동층을 흡수해야 한다.

그러자면 부동산 정책을 손본다는 식의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그나마 지지층을 붙들어 둔 공신이라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면서 원칙에 더 충실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사립학교법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듯한 모호한 태도 때문에 지지를 접은 사람마저 있지 않을까?

과거에도 참여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당이 찬물을 끼얹은 일이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후 나름대로 공을 들여 내놓은 10·29 대책에 당이 물을 타 희석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참여정부가 그 후 계속해서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지만 '10·29의 추억'은 늘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주었다.

열린우리당이 앞으로 다소나마 희망을 가지려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발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참패로 인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며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추구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의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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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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