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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월드컵 뉴스로 가득 차 있다. ‘오늘 밤 붉은 밤’이라는 광고는 스포츠에 관심없는 일반인들도 들뜨게 만들고 있다.

독일이 월드컵을 독일경제 발전의 한 기회로 생각하고 도쿄, 파리 등 세계 유명도시를 순회하며 독일월드컵을 알려온 것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축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세계 단편 영화제를 개최한다. ‘2006 세계 거리 축구 페스티벌’, 투자박람회, 그밖에도 정부의 주도하에 국내외에서 출전한 40 종류의 문화ㆍ예술 프로그램, 예를 들면, 쇼, 연극공연, 사진, 조각, 회화, 비디오 전시 행사가 월드컵 기간 중 곳곳에서 개최되는 것도 주요한 볼거리에 속한다.

도시의 3분의1이 녹지인 태양열의 도시 켈젠키르헨, 1년 내내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함부르크, 무역박람회로 유명한 하노버, 미군기지이자 숲속의 도시인 카이저스라우테른, 1972년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뮌헨, 수도 베를린 등을 포함해 12개 도시에서 독일월드컵은 분산돼 열리고 있다. 그중 신축된 경기장은 5곳이고 나머지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했다.

축구를 통해 세계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이상은 독일월드컵 슬로건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Time to make friends)’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무려 168개국에서 온 50000명의 해외 자원봉사자가 언어 통역을 비롯한 월드컵 행사를 도와주기 위해 지난 3월말부터 교육을 받고 친구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FIFA가 공식 선언한 최초의 환경월드컵

여느 때보다 지구촌 열기를 뜨겁게 달구는 독일월드컵의 이채로움은 월드컵 역사상 명실 공히 FIFA가 공식 선언한 최초의 환경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데 있다. 독일정부는 월드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그린 골(Green Goal)’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5년 9월 독일 환경부장관 위르겐 트리틴(Jürgen Trittin), 유엔환경계획기구(UNEP) 사무총장 클라우스 퇴퍼(Klaus Töpfer), FIFA 월드컵조직위 부위원장 호르스트 R. 슈미트(Horst R. Schmidt) 등이 그린 골 이니셔티브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러한 독일정부의 환경 이니셔티브의 하나로 독일축구연맹과 2006 FIFA월드컵조직위는 모든 대회를 환경친화적으로 치르기로 합의했다. 클라우스 퇴퍼 UNEP 사무총장은 2006 독일월드컵이야말로 FIFA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고려하기로 했다는 것을 특별히 언급했다.

그린 골은 환경규제를 통해 물, 에너지, 쓰레기, 교통 등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네 영역 - 물 에너지 쓰레기는 20%, 대중교통은 50% - 의 온실가스 발생 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대회 전뿐만 아니라 대회 후에도 경기장과 월드컵 개최도시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장기적 목표에 해당한다. 태양열과 더불어 첨단 열효율 신기술이 뉘른베르크 축구경기장에 적용되며 국가에너지 기술관리 시스템이 슈투트가르트에 도입됐다. 또한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월드컵 경기장 조명에 사용되고 있다. 우수저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경기장 잔디관리, 경기장 외부 청소, 화장실에 빗물을 사용한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남자 소변기도 설치되었다. 그 결과 10000m₃음용수를 절약할 수 있게 되어 환경보호는 물론 경기장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2006 FIFA 월드컵의 그린 골 환경 프로그램은 환경에 대한 대형 스포츠 경기의 부정적 영향을 없애기 위한 종합전략이다. 기후무변화(climate neutrality)는 그린 골의 최우선 목표로,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독일 환경부장관은 독일국민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2등을 했지만 2006년에는 월드컵 환경챔피언에다 축구성적도 1등 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대다수의 대형 스포츠 경기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행사로 인한 온실가스 추가 방출량은 엄청나다. 재생에너지와 첨단에너지 효율 기기를 사용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행사시 온실가스 방출 제로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10만 톤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 그린 골 프로젝트는 BASE(Basel Agency for Sustainable Energy)와 WSD(Women for Sustainable Development)가 UNEP와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독일환경부 후원과 독일 연방환경재단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FIFA는 2000년부터 월드컵 개최 후보지 결정 요소로 환경을 처음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2000년 독일축구협회가 2006년 월드컵 개최지 후보 지명을 위해 ‘경기장 환경 이니셔티브’를 후보지 제안서에 포함시킴으로써 환경전략은 독일이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후 대회조직위는 2006 월드컵 환경이니셔티브를 개발했으며 월드컵 경기장의 엄격한 환경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좀 늦었지만 FIFA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한 예로, 교통면의 온실가스 감축을 살펴보면, 300만 이상의 관람객이 64게임을 본다고 예상할 때 7만 내지 8만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독일월드컵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80%를 능가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 목표율을 50%로 잡고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입장권에 대중교통 이용권이 포함된 콤비 티켓을 팔고 있다. 베를린 경기장은 시외로 연결되는 기차, 지하철, 버스, 자전거가 모두 접근 가능하도록 하여 대중교통 수송 분담 목표율을 70%로 잡고 있다. 켈젠키르헨 경기장은 태양열을 이용한 다양한 시설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응용생태연구소에 의하면 아무리 감축 노력을 한다 하여도 10만 톤의 온실가스 발생은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10만 톤은 남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기후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보전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그 비용은 전적으로 월드컵조직위가 부담하며 무려 백만 유로에 달한다. 이러한 모든 조치는 독일월드컵이 지속가능한 환경유산을 남기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부산시가 배워야 할 점은...

그린 골은 월드컵 개최기간에만 행해지는 녹색섬(green island)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 독일의 다른 스포츠 경기에도 적용되도록 하기 위한 경기장의 장기적 환경관리이다. 스포츠의 근본정신이 페어플레이라고 한다면 미래세대에 대한 스포츠의 페어플레이는 기후보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기후보호는 제2의 쓰나미 발생을 막기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도 독일월드컵을 기후무변화 월드컵으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예상보다 많은 백만 유로의 기업기부금이 독일 환경월드컵의 실현을 입증해 주고 있다. 담배를 자유로이 피우는 유럽이지만 경기장내에서는 이번 독일월드컵 기간 중 비흡연자의 건강을 위해 금연하도록 규정했다. 이밖에도 도로 주행상 정체로 인한 온실가스 과다방출을 막기 위해 운전자들이 쉽게, 빨리 경기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최도시의 도로망 확충과 이정표 제작에 37억 유로를 사용했다.

FIFA는 이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다른 스포츠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환경 보전 행동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 도시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비해 여러 개의 개최도시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은 전체적으로 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국제경기의 경우 경기장의 대형화, 고급화로 엘리트 스포츠가 되어 가고 있고 스포츠 예산도 대형 경기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으로 지은 경기장을 대중이 활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그 활용도가 낮은데다 올림픽을 치른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이 없으면 그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도 어렵다.

한일월드컵이 끝난 2004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서울시를 제외한 타 월드컵 개최도시는 경기장 사후 활용도가 낮아 적자운영 상태이며 경기장 유지비에 연간 10억-20억을 사용했다. 작은 도시의 경우 그 예산 비중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관리 유지부분의 예산은 대부분 시민복지에 들어갈 예산이 전용되고 있다. 경기장 신축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하면 한 때 대규모 국제행사의 그림자가 오랫동안 시정에 주름살을 지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 유치와 같은 대형경기를 유치할 때는 시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입버릇처럼 되뇌는 유치위원회의 경제 유발 효과 수십조에 현혹되지 말고 개최 희망도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진정으로 지향하고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 보아야 한다.

부산시의 2020 계획에는 하계올림픽 유치계획이 들어 있다. 올림픽 유치성공의 주요소에 환경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습지 보전지역을 관통하는 명지대교를 건설하지 말고 노선지하화나 지하철노선 연장, 우회도로 확대 등 대중교통을 위한 다른 방안을 좀 더 연구했어야 했다. 이러한 생태 보전 노력이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때 올림픽 유치가 좀 더 희망적이 될 수 있다.

이제 올림픽과 월드컵은 환경 실천 모범도시나 모범국가가 아니면 개최하기 어려울 만큼 그 선정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개발 및 개도국 기술 전수, 황폐지역이나 사막지역의 숲 가꾸기 등 파트너십을 통한 기후환경 보전노력이 향후 대형 스포츠 행사 유치에 큰 이정표가 되리라고 예상된다. 독일월드컵에서 보듯이 온실가스 발생량을 보전하기 위하여 아프리카의 기후행동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스포츠의 인류애를 실현하는 길이다. 향후 올림픽을 비롯한 대형 스포츠 행사 시 개최 도시 차원의 기후무변화 행동계획 이행을 위한 아프리카 및 제3세계 지원은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계속 증대되리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김귀순 기자는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로 전국여성지방분권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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