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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인 김진경 씨가 전교조를 '교육발전의 적'이라고 지목했다. 김씨는 "교사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우수한 인력집단으로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 하지만 지금의 전교조는 조합원인 교사들의 이익만 대변해 국민들로부터 괴리되고 고립되고 있다 ... 지금의 전교조는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세력"이라 했다고 한다.

또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머리는 좋은데 집안이 너무 가난하거나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공부라도 할 수 있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 (방과후학교는) 소외지역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의미 있는 정책으로, 학력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인데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보여준 전교조와 교육에 대한 인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야말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라. 교육시장화, 입시지옥, 교육양극화에 반대하면 교육발전의 적이고 이기적인 행태가 되는가?

정작 김씨나 정부는 대안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전교조에겐 대안이 있다. 이미 '학벌없는사회'가 대안으로 대학평준화를 그리고 1차 실행안으로 국공립대 입시통합을 제시했고 전교조도 그것에 동의했다. 초중등 부문이 지옥으로 바뀐 원인은 사회양극화와 대학서열체제에 있다.

교육정책은 첫째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고 둘째 사회양극화를 보정하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교육개혁은 대학서열체제를 더 심화하고 사회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내용 일색이다. 거기에 반대하니까 교육발전의 적이라니, 이런 적반하장이 있는가.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없으면서 자사고, 특목고, 공영형혁신학교, 논술, 수행평가, EBS수능강좌, 내신, 초등학교영어교육 등 온갖 정책들을 난지도에 쓰레기 부리듯 퍼부어댔다. 또 정부는 국립대를 철폐하려 하고 있고 고등교육 부문 시장화를 기정사실화하려하며 초중등부문마저도 외국인학교 등으로 우회해 더욱 강도 높은 시장화 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히 한 지점, 귀족국가로의 회귀다. 부자들만 국제적 수준의 질 좋은 교육을 받아 엘리트가 될 수 있는 교육제도를 정부는 노리고 있다. 거기에 반대하면 교육발전의 적인가?

방과후학교, EBS수능강좌 등으로 서민의 학력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그것에 반대하면 서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김씨나 현 정권의 태도에서 놀라운 무지와 독선을 읽는다.

단일한 대학서열 체제에서 좁은 일류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모든 가정이 전면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국의 서민들에게 강남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준의 사교육비를 보장해줄 수 있는가? 만약 그렇게 되면 강남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더 올릴 것이다. 그럼 정부도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인가? 절대로 정부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은 그저 서민들에게 일류 사교육의 조악한 대체물을 안겨줄 뿐이다. 마치 모르핀처럼 마치 가짜 젖꼭지처럼 말이다. 김씨는 진정 이런 정책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정책은 대학서열 체제와 입시경쟁을 오히려 정당화한다. 국가가 입시경쟁을 당연시하고 단지 그 전쟁터의 합리적 관리에만 신경쓰는 동안 서민의 아이들은 죽어나간다. 교사평가도 결국 입시전쟁의 합리적 관리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인 전체가 그리고 정부가 입시전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직 전교조만이 매몰차게, 일관되게,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한다. 그 결과 전교조는 '명예로운 고립'이라는 훈장을 얻었다.

김씨는 그런 전교조의 고립을 비난하지만 전교조의 그런 태도엔 경의를 표해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익천지인 이 나라에서 집권 민주화 세력이 단체로 우익 시장주의 세력이 되어 나라가 오른쪽으로 뒤집히려는 지금 전교조가 왼쪽에서 국가전복을 막고 있다. 김씨는 그것마저도 치우려 하는가?

김씨는 망발을 취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전교조에 "순수한 정신이 사라진 것 같다"는 김씨야말로 아이들을 생각하라. 입시지옥와 대학서열 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경쟁시스템의 합리적 관리에만 치중하는 한 교육발전의 적은 정부다. 경쟁력 향상을 명목으로 교육체제를 유연화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는 한 교육발전의 적은 정부다.

진정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 집권 민주화 세력의 교육개혁이 아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인과관계가 보이기 전까지 김씨는 교육발전 운운하며 전교조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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