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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이선실이 실제로 있었느냐는 등 숱한 논란을 낳았던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이 조작된 게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이하 국정원 진실위)는 1일 오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옛 안기부가 수사한 사건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년간 계속돼 온 ‘공안사건 조작’ 시비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국정원 진실위에 따르면 ‘간첩 이선실’은 신순녀 등의 가명으로 남한에서 활동했으며, 황인오와 손병선을 포섭해 지난 1991년 입북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낙중이 1990년 공작원을 접선해 공작금 210만불과 공작장비를 수수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손병선과 황인오 등 관련자들이 A-3방송을 통해 북한과 통신했다는 안기부 수사 결과 역시 사실로 밝혀졌다.

국정원 진실위는 또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도 조작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원 진실위는 “황인오와 최호경 등은 대외 명칭을 ‘민애전’으로 하는 중부지역당을 결성하고, 강원도당으로 ‘조애전’을 조직했으며 산하조직으로 ‘애국동맹’을 뒀다는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정원 진실위는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의 실체를 인정했지만, 안기부 발표가 과장된 점이 많고 군사정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김낙중 사건의 경우 안기부는 김씨가 36년간 남한에서 고정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진실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북한의 지시에 의한 지령 수행 차원에서 민중당 활동을 했다는 안기부 주장도 부인했다. 중부지역당 사건 역시 다수의 하부 구성원들은 북한과의 연계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 진실위는 안기부가 서로 다른 세 가지 사건을 하나로 엮어 사실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진실위는 “안기부가 북한이 이선실을 책임자로 두고 김낙중, 손병선, 황인오 등 3개 간첩망을 중심으로 한 남한 내 ‘조선노동당’을 결성했다고 발표한 것은 과장”이라며 “개별적인 3개 사건을 단일한 사건으로 부풀려 발표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들에 의한 고문이 자행됐다는 의혹도 일부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진실위는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일부 구타, 잠 안 재우기, 벌 세우기 등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는 피의자들 주장은 설득력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기부가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발표하며 관련자 62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진실위는 14대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사건을 발표한 것은 정보기관으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안기부가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이나 ‘북한의 민주당 지지 지령’과 같은 미확인 첩보까지 공개한 것을 두고 “안기부가 실질적으로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 같은 결과를 가져와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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