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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지구 굴리기 게임
ⓒ 홍용석

아침부터 찔끔거리던 비가 11시가 되어도 그치지 않자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비 때문에 운동회가 취소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오늘은 제주시 일도2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가을 운동회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회에 대한 추억도 더듬어 보고 어린 학생들의 솜씨 자랑도 보면서 모처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는데,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저의 마음을 어둡게 했습니다. 비가 좀 그치는 것 같아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시각에 학교에 도착했는데 운동회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운동장에는 도깨비 형상의 가면을 쓴 학생들이 현대식 리듬에 맞춰 탈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무대였습니다. 몇몇 분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탈춤이 끝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지구를 굴려라’순서가 되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양쪽으로 나뉘어서 커다란 공을 굴리는 게임인데 반환점을 먼저 돌아오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을 굴리셨습니다. 연로하신 나이에 어떻게 저런 열심이 나올까 싶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얼씨구~ 좋다~ ’풍물놀이는 그야말로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이었습니다.

▲ 풍물패의 '얼씨구~ 좋다~'
ⓒ 홍용석

동료 학생들이 흥겨운 농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깃발을 잡은 한 학생이 흥에 겨워 무릎 춤을 추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지 연신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의 무릎 춤이 기폭제가 되었나봅니다. 이후의 모든 순서는 학부모, 학생, 교사가 다 같이 참여하고 다같이 즐거워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운동회는 시간이 갈수록 흥겨운 축제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 무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 (학부모 달리기)
ⓒ 홍용석

달아오른 분위기는 ‘어머니 회장의 꼭지점 댄스’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어머니 회장의 꼭지점 댄스에 맞추어 모두가 하나 되어 꼭지점 댄스를 추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흥에 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카메라를 잡은 기자의 손도 흥에 겨워 흔들거립니다.

▲ 어머니 회장의 꼭지점 댄스를 따라하는 선생님과 학생.
ⓒ 홍용석

운동회의 마지막 순서는 ‘휴지 줍기’였습니다. 운동회에 참여하였던 모든 사람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휴지를 줍는 순서였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그리고 선생님도 다 나와 휴지를 주웠습니다.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와 휴지를 줍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산 교육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운동회는 '축제' 이고 '교육' 이었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백군이 이겼습니다. 백군 대표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숫자상으로는 백군이 이겼지만 오늘은 백군, 청군 모두 이겼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다 하나로 어우러진 ‘한마음 축제’였으니까요.

그리 크지 않은 학교에서 비오는 날 열린 운동회.

어쩌면 의미 없는 작은 행사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이 행사가 학부모, 지역주민, 학생, 교사가 모두 하나된 축제의 마당이 되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어떻게 오늘 이 운동회는 축제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순서 하나하나 마다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하고 모두 가 다 같이 즐거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평소 ‘어울림과 하나됨’을 가르쳐온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운동회가 끝나고 학교를 나서면서 교장선생님의 바램대로 이 학교에서는 ‘왕따’ 나 ‘은따’라는 말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소망해 보았습니다.

▲ 다함께 휴지 줍기
ⓒ 홍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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