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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함께 추는 포크댄스
ⓒ 홍용석
▲ 즐거워하시는 어머니
ⓒ 홍용석
개천절인 오늘 10월 3일,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그 동안 집에서 애기 돌보시느라 힘드시고 답답하셨을 어머님을 모시고 가을 운동회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학교는 저희 집과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니 운동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빈자리가 없나 두리번거리다 학교 모퉁이 수돗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운동장에는 학생과 어머니의 포크댄스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즐거우신 듯 바라보고 계십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앞에 두고 지민이는 우유 먹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민이의 생활철학은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 금강산도 식후경
ⓒ 홍용석
▲ 자루끝을 꼭 잡고 최선을 다해 뛰는 학생들
ⓒ 홍용석
▲ 환하게 웃으시며 즐거워 하시는 어머니
ⓒ 홍용석
어린이들의 '자루 잡고 달리기'가 이어집니다. 앞서가는 학생은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뒤따라오는 어린이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듯 안타까운 웃음을 지으며 눈을 질끈 감아봅니다. 이제 막 자루에 발을 담그는 학생은 어떤 표정일지 궁금합니다. 각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어머님도 즐거우신 듯 환하게 웃으십니다. 어머님께서 즐거워하시니 저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오늘 밖에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유 한 병을 다 먹은 지민이가 할머니를 따라 운동회 구경에 열중합니다. 그런데 값자기 할머니와 지민이의 시선이 180도 달라집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 순서에 이어 학부모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아내가 저에게 말합니다.

"2년 후에는 나도 저자리에서 달려야 되는 거예요?"
"그렇지. 미리 준비 좀 해둬. 강민이 앞에서 꼴찌하면 창피하잖아."

▲ 할머니와 함께 운동회 구경에 열중인 지민이(좌). 저게 뭐지?(우).
ⓒ 홍용석
오늘처럼 그냥 운동회 구경나온 기분하고 2년 후 학부모가 되어 운동회에 직접 참여하는 기분하고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차이는 2년 후 이맘때가 되어야 정확하게 알것 같았습니다.

운동회 구경에 지쳤을까요? 운동회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을까요? 지민이가 할머니 무릎에 드러눕습니다.

▲ 할머니 무릎에 누운 지민이
ⓒ 홍용석
구경하는 가운데 어느덧 오전 프로그램이 다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점심을 먹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의 가을 나들이 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집에만 계시던 어머님도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셨을 겁니다. 그리고 강민이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강민이가 구경꾼으로 이 가을운동회를 바라보았지만 2년 후에 이맘 때 쯤에는 강민이가 가을 운동회의 주인공이 되어 있겠지요. 강민이가 주인공이 되어 있을 2년 후의 가을운동회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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