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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어로 '첨밀밀'을 노래하는 화순제일초교 4학년 1반 친구들.
ⓒ 박미경

전남 화순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2교시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으로 모여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단상을 응시한다. 단상에는 적게는 한 두 명, 많게는 십여 명의 학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서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교장선생님의 짧은 당부 말이 끝나면 단상 뒤에 있던 학생들이 단상 앞으로 나선다. 단상 아래 학생들이 낯익은 친구 또는 선후배들이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며 단상을 지켜보는 가운데 단상의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재주를 조심스레 선보인다.

이 초등학교는 매주 월요일마다 전교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학습발표회를 갖는다. 학습발표회는 지난해 2월 김영률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교장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애국조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학생들이 저마다의 재주를 자랑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된 학습발표회는 6학년부터 저학년 순으로 각 학급별로 이루어진다.

여건상 30여명의 학급친구들이 모두 발표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학급을 대표해 자랑하고 싶은 재주들을 생각하고 발표준비를 하면서 어린이들은 ‘같은 반 친구’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다.

학생들은 때로는 스포츠 댄스 등의 무용을, 때로는 리코더(피리)나 기악합주, 영어와 중국어 등으로 꾸민 연극공연 등을 선보인다. 정성껏 써 내려간 일기나 체험학습을 통해 보고들은 일들을 발표하는 친구들도 있다.

비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무척 덥거나 추울 때는 방송실 장비를 이용해 화상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이럴 때면 발표하는 어린이들은 TV속 연예인이 된 듯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 진지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서 펼쳐지는 발표회를 지켜보는 학생들.
ⓒ 박미경

오늘(9일) 열린 학습발표회에서는 4학년 1반 친구 10여명이 중국어로 대만 여가수 등려군의 첫 히트곡인 '첨밀밀'을 노래했다. 전교생 앞에 선 학생들의 얼굴에는 사뭇 긴장감이 흐르고 반주에 맞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만 목소리는 자꾸 기어들어만 간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흐르고 전교생이 지켜본다는 두려움도 멀리 달아난다. 발표를 마친 학생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안도의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찬다.

김영률 교장은 “어린이들이 자기만의 특기와 자랑거리가 있어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자랑할 기회가 적어 스스로의 재주와 끼를 자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애국조회 대신 학습발표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어린이들이 단상 위에 올라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자신만의 장기를 선보이면서 발표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는 등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덥고 추운 날씨, 교장선생님의 길고 긴 ‘연설(?)’에 마냥 싫기만 했던 애국조회가 화순제일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끼와 재주를 자랑하는 발표회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 이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겁니다.
ⓒ 박미경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SBS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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