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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 한평생을 살면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사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일,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많이 일어나게 되어,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아껴주고 부족함을 채워주며 아픔을 보듬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아울러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빈익빈 부익부가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엔 서로 나누고 관심으로 보살펴주는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문화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이해하며 행동으로 옮길 때, 그 사회는 따뜻한 마음으로 모아진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는 이런 학생이 있다. 부모님이 성격차이가 심해 서로 남남이 될 수밖에 없는 길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린 7살 때 겪어야 했던 학생이다. 그 후 맞이하게 된 새어머니라는 존재는 평소 어색했으며 늘 남처럼 생각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 왔기에, 항상 주위 사람들에 ‘따뜻한 정’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정붙일 곳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가정의 무관심과 학교 친구들의 차가운 시선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갖은 노력 끝에 대화의 상대를 찾은 것은 집에서 친구삼아 기르는 강아지였다. 집 밖에 나오지도 않고 주로 강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성장하면서 다행히도 성격이 삐뚤어지거나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진 않았다. 그저 자신의 희망을 찾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늘 친어머니만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이 학생과 지난해에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학생이 2학년이던 지난해,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내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그 중 유난히도 이 학생의 글은 내용이 구구절절하고 안타까운 가정의 사연으로 꽉 차 있었다. 그 당시 담임이었지만 학기 초라서 신상파악을 제대로 못해, 우선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께 이 학생의 성격과 생활태도를 물어보았다.

이 학생은 7살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새어머니와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 다행이도 친어머니와 함께 다시 생활하게 됐다. 그 후 심리적으로 안정은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어머니 혼자의 수입으로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 또한 원만하게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삼성사회봉사단에서 열린 장학생을 모집한다는 인터넷 공고문을 보고 정성을 다해 학업계획서, 가정환경조사서, 담임추천서, 그리고 각종 서류를 작성하여 이 학생을 추천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이 학생은 열린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장학생으로 확정이 되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모두를 1년간 지원받게 됨으로써 지금(고3)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정신적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 장학금을 받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 이 학생에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어 학업성적이 상위권으로 향상되었다. 또한, 얼굴 표정과 마음이 밝아져 동료들과 함께 또래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렵고 힘든 생활을 경험한 후 장학금을 받게 되어, 자신 또한 자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며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는 아름다운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틈을 내어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관심과 정성이 이 학생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인 나도 많이 변했다. 그저 가르치는 일만이 교사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만 여겼는데, 그것은 교사 누구나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성의 문제이고, 그 이상으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학생을 이해하며 도와주는 삶의 모습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학생과 인연을 맺은 후부터 나도 제자를 가르치는 일에 정성을 더 쏟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학생들과 함께 찾아가 봉사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제자를 찾아 조금이나마 도와주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시발점으로 더 많은 단체와 국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나눔의 문화를 활성화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마도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래의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배움의 길을 찾고 싶어도, 가정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배움을 계속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국가적으로 인재 양성에 큰 차질을 빚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 또한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희망이 곧 국가 미래의 희망임을 결코 잊지 않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고생한 만큼 시험을 잘 치러 원하는 대학에 이 학생이 꼭 합격하기를 아울러 소망한다. 그리고 난 늘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이 장학금을 수혜 받은 학생이 나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훗날 성장하면 제가 받은 이 은혜, 꼭 사회에 보답할 겁니다.” 너무도 기특한 생각에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흠뻑 느낀다. 스승과 제자 사이는 진정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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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되어 교육의 올바른 방향 제시와 바람직한 교사상을 확립하는 데 교육가족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현직 교사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교육활동 내용을 실감나게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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