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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가투쟁에 돌입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교원평가 저지와 성과급 철폐를 위한 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연가투쟁을 다녀왔다. 뜨겁다. 할 말이 참 많다.

사실 연가투쟁이라는 단어의 조합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왜 투쟁이어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 덧붙여 가끔 철도노조나 버스노조에서 흘러나오는 준법투쟁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법을 지키는 것이 어떻게 투쟁이 된다는 것인지 설명하기 난감한 노릇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민주노총의 파업과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질타한다. 임금 문제와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고 파업하면 집단이기주의라서 안된다고 한다. 한미FTA 반대를 위한 투쟁은 정치파업이라서 안된단다. 심지어 가뭄에도 파업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교통체증 때문에 시민들이 짜증내니까 파업은 그만하란다.

헌법1조와 제21조 그리고 제33조는 효력정지되었는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 노동자 민중이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면, 그런 헌법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고 얘기를 청취한다'는 공청회에서, 몇 마디 했다고 잡아가두는 것이 언론의 자유인가?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의 사용을 불허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인가? 붉은 옷 입고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것만이 허용되는 것이 집회의 자유인가?

연가의 결재권은 학교장에게 있다. 그러나 학교장의 책임과 자율 경영을 얘기하던 교육 당국은 그 권한을 '공문 한 장'으로 정지시켰다. 전두환 정권 시절도 아닌데 '결재하지 말라'는 명령을 아무렇지않게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더 한심한 것은 그런 부당한 간섭과 지시에 그저 '양처럼' 순종하는 소신없는 학교 관리자들이다.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고압적인 자세로 '학교장 방침'을 들이밀던 그들이 교육부의 공문 한 장에 자신들의 자존을 팔아먹은 것이다.

장기 투병중인 교사가 조퇴와 병가를 요청하자 '귀가'를 허락하면서도 '결재는 못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수준'이다. 그렇게 교감과 교장이 되었으니 일부 기득권있는 '힘있는 학부모들'의 부당한 간섭에서 학교와 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그런 학부모들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 더 해야겠다. 학교장은 '어떤 이유이건' 수업 공백이 생기면 그 공백을 메꿀 의무가 있다. 출근하던 교사가 교통 사고를 당해 연락이 없을 경우도 있을 터이고, 울릉도에 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다. 연가를 냈든 무단 결근을 했든 학교장은 학생들의 수업 시간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일' 하라고 '수업도 안 하는' 사람을 관리자로 임명한 것이다.

그런데 연가를 낸 교사들이 수업공백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수업을 조정하고 보강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 관리자들이 있다. 방해한 것도 모자라 언론과 학부모들에게 이를 '일러 바치는' 일까지 저지른 학교장이 있다. '나 학교 관리를 잘못하고 있소!'라고 누워서 침뱉는 격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평소에 입만 열면 학생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금과옥조처럼 얘기하던 그들이, 학생들의 한 시간 수업보다 '방치된 교실이 생산할 비난 여론'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 가지라'는 솔로몬의 '판결'에 냉큼 '그러마' 하고 답한 꼴이다. '애야 죽든지 말든지' 그저 내 신상에만 아무 탈없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입에 올리는 '교육가족'의 모습이다.

교육부가 징계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징계하라'고 하고 싶다. 징계 과정에서 왜 우리가 연가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교원평가를 반대하는지, 왜 교원평가가 공교육을 망칠 것인지 조목조목 얘기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싶다.

연가투쟁에 참여한 교사들은 어쩌면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여론도 나쁘고, 참여하면 징계하겠다고 얘기하는데 왜 '꾸역꾸역' 그 길에 나섰을까? 교육부장관의 협박과 학교장의 '회유' 그리고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을 뒤로한 채, 왕복 12시간 버스를 타고 5시간을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서 대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바보같은 선택'을 한 것일까?

대체 어찌된 마당에 대한민국의 학교들은 '전교조 선생' 한 둘만 학교를 안 가면 '수업권'이 박살나고 혼란에 빠진단 말인가? 평소 출장이니 병가니 교육청 행사니 해서 한 둘이 아니라 둘 셋이 학교를 안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돌아 오는 버스안에서 뉴스를 들었다. 전교조가 왜 연가투쟁을 벌이는지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다행이다. 이제야 왜 우리가 싸우는지 관심을 보여주는 듯 한다. 왜?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희망이다. 우리 얘기를 들어 줄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학부모들의 바람처럼 능력있고 우수한 교사들을 '학교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와 이사장이 '좋아하는' 교사들만 학교에 '남길' 것이다. 우리는 '징계의 위협' 보다 교원평가로 인한 공교육의 파멸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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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나가고 이슈화하여 맑고 투명한 교육행정과 이에 기반한 교육 개혁을 이루어 나가는 하나의 방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입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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