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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체남벽 구조와 예상 등반루트와 현재 진출 루트/로체남벽의 거대한 눈사태, 눈사태는 낙석을 동반한다.
ⓒ 한국산악재단
세계 최대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로체남벽은 크게 하단, 중단, 상단, 정상의 4부분으로 구분된다. 남벽의 등반 최대의 장애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풍과 낙석이다.

@BRI@하단부는 혹자의 비유처럼 비너스의 허리와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의 모습을 닮았으며 길이는 약 1500m이다. 비너스 치맛자락의 끝부분은 노란바위가 보석처럼 박혀 있고 치마 중간에는 4m 폭의 크레바스가 주름처럼 좌우를 가로 질러 입을 벌리고 있다.

비너스의 잘록한 허리는 높이 100여m로 2개의 수직 암벽을 이루며 이 아래에 캠프1이 해발 5900m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좌측암벽 아래에는 한국 팀이 3동의 텐트를 설치하였고 맞은편 우측바위 오버행 아래에는 4동의 텐트를 설치하였다.

중단부는 비너스의 우측 허리가 옆구리를 타고 오르다 끝나는 부분의 V자 골짜기에서 시작된다. 상부에는 거대한 역층의 삼각봉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정상부에서 떨어지는 낙석과 낙빙, 눈사태의 통로이며 좌측 상단의 거대한 Y자 계곡 까지를 중단부로 간주하는데 이곳 7100m에 캠프 2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캠프1과 캠프2가 설치되어 있는 해발 5900m~7100m 사이는 낙석과 낙빙이 심하고 경사가 급해서 캠프를 설치할 공간이 없다. 따라서 캠프1과 캠프2의 고도차가 크므로 대원들은 체력소모, 고소증세와 싸우며 루트를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로체남벽의 눈사태 장면, 눈사태는 흔히 대형 낙석을 동반한다.
ⓒ 한국산악재단
상단부는 좌측 7300m지점의 Y자 모양의 협소한 암벽계곡에서 우측정상부가 시작되는 캠프3(약8000m예상)까지로 간주한다. 이 Y자 계곡 상단은 로체서릉 정상부의 삼각암봉에서 흘러내리는 낙석과 눈사태가 모여드는 매우 난해한 구간이다. 이 계곡 중간에 임시 캠프3(7300m)을 설치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머물거나 취침을 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낙석과 분설눈사태(눈가루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장비와 식량만 저장 한다.

정상부는 켐프3(8000m)에서 정상까지이며 직벽을 200여m 트래버스(옆으로 횡단)한 다음 정상을 향하여 약 500m가량 협곡을 뚫고 올라가는 구간이다. 여기가 바로 세계적인 산악인 예지 쿠쿠츠카가 횡단등반 중 추락사한 곳이다. 원정대 본부의 이윤지 대원이 위성으로 받는 11월 23일자 국제산악기상 정보 자료에 의하면 이 지역은 평균 영하 31도이며 바람은 초속 36m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로체남벽의 최대 적수는 혹한의 강풍과 낙석이다. 바로 하나의 능선너머 이웃한 에베레스트 쪽에서 8000m 상공에 몰아치는 제트기류와 아마다블람·아일랜드 피크쪽 빙하계곡에서 남벽을 타고 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 수직의 로체 대 암벽에 부딪히면서 강력한 돌풍이 발생한다.

이때 돌풍은 수십 장 타일처럼 쌓여 있는 남벽 역층의 암반을 뜯어내어 쏟아내 바람에 섞여 춤을 추듯 날아다닌다. 남벽 맨 아래 빙하와 접하는 부분에는 상단에서 떨어진 낙석이 축구장 수십 배 크기의 채석장처럼 쌓여 있다. 낙석은 마치 예리한 칼날과 같이 얇고 납작하여 등반하는 대원들에게는 공포의 부메랑과 같다.

▲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베이스 켐프 전경, 모처럼 날씨가 맑다.
남벽의 8000m 상공의 제트바람은 송골매 배회하듯이 로체남벽 허공에 분설 눈가루가 강풍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군무(群舞)를 이루다 흩어진다. 이때 거대한 굉음의 강풍소리가 머리맡의 항공기 엔진소리처럼 들린다 하여 대원들은 '항공풍'이라 부른다.

베이스 캠프(B.C)에 도착한 날부터 공포스러운 항공풍이 며칠 동안 밤새워 윙윙거리며 남벽에 접근하는 원정 대원들을 위협하였다. 그러나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은 공포의 항공풍이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강풍은 베이스 캠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스 캠프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메마른 모래와 자갈밭으로 이루어져있어 강풍이 불때마다 먼지를 몰고 다닌다. 텐트와 침낭을 비롯한 모든 장비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대원들의 옷과 얼굴에도 반짝이는 화장을 한 듯 은빛 모래 가루가 붙어 다닌다. 이 미세 모래가루는 당연히 코로 입으로, 폐로 들어가게 되어 대원들은 콜록거리는 기침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 한다.

특히 베이스 캠프에 물이 없어서 30분 거리 빙하에서 물을 길어 와야 하므로 먹는 물 해결이 급선무라 씻는 문제는 자유로울 수가 없는 형편이다. 어느 후배의 '25일간 씻지 않은' 기록이 머지않아 깨질 수도 있을 듯하다.

낙석과 혹한의 강풍이 있어도 우리 로체 원정대원들은 오늘도 저 난공불락의 로체남벽을 오르면 가슴이 설렌다. 왜 그럴까?

덧붙이는 글 | * '난공불락 로체 원정대'의 홈페이지는 www.invincible.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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