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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다단계 업체 제이유(JU)그룹 본사. 현재 검찰은 제이유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JU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오면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세직이나 서한샘 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감독기관인 재경부나 심지어 청와대, 검찰들의 이름들까지 줄줄이 따라나오는 상황이니, '도대체 다단계 판매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JU를 은근히 비호했던 주요 언론들과 방송의 이름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니, '경제사범'으로 이해하기에는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힘없는 사람에서 힘 있는 사람까지 골고루도 퍼져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힘없는 사람에서 힘있는 사람까지

@BRI@JU 사건에 연류된 사람들의 전체 숫자와 지금까지의 총판매 액수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일이지만, 이 정도의 규모면 4번에서 5번만 넘어가면 전 국민이 일정한 관계에 있다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JU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듯싶다.

친척이거나 친척의 지인 그리고 친구이거나 친구의 친구 등 2~3번의 연관 관계로, 정치적 신념과 경제적 규모 그리고 종교적 믿음과 상관없이 JU 앞에서 온 국민이 전부 유관자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감독을 맡고 있는 기관의 부실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사실 옳은 얘기이기는 하지만, 다단계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도대체 현대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이 들게 된다.

'건전한 다단계'라는 말이 성립하는지도 의문스럽다. '불법 피라미드' 업체 규모가 하도 커지다보니까 합법화시킨 이 상황에서 정부라고 이 복잡하게 진화하는 판매 방식에 대해 매번 적법하고 날카로운 규정을 제때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서 JU 사건을 끝으로 다단계 스캔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나의 고리가 사라질 뿐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JU의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낫다. 토종이라면 토종인 셈인데, 그래서 우리나라 행정력의 범위 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라도 검찰이 나서 최소한의 해결을 할 수 있는 경우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들은 외국계 다단계 회사나 정부 시책과 직접 연결되는 다단계들이다. 일부 외국계 다단계 회사의 경우는 문제가 생겨도 보통은 '코참'이라고 부르는 미국 상공회의소 같은 데에서 직접 나서 항의 하기 때문에 국제통상 문제로 비화할지도 몰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다단계, 사이비종교와 다를 바 없어

도대체 다단계가 뭔데 전두환 정권의 '불법 피라미드'라는 용어에서 김대중 정권의 '방문판매업'이라는 이름을 거치면서 정부의 관리 범위 내로 들어갔는데도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따져보면 인간의 가장 말초적이고 근본적인 욕망과 관련되어 있는 이 특별한 경제활동 방식은 사이비 종교가 작동하는 방식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종교와 사이비 종교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듯이,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불법 다단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잘 살고 싶다"와 "행복하고 싶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 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 같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배금주의 사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노동 수익으로 생활하라"는 중세 혹은 사회주의식 사회원리를 따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많은 경제사범의 경우에는 '선의의 피해자'라는 개념이 존재하게 된다. 법적으로 '선의'는 "모르고 있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알고도 그리 한 경우를 '고의'라고 한다. 어음을 받았는데, 그 어음이 부도가 난 경우의 피해자가 대표적인 '선의의 피해자'이다. 임금을 사장이 고의로 체불하고 회사문을 닫아버린 경우에도 체불 노동자들은 선의의 피해자이다. 사장이 임금을 떼어먹을 것을 미리 알고도 노동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부를 통해 최대한 선처를 위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다단계 판매의 경우에도 '선의의 피해자'가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좀 복잡하다. JU의 경우에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150%의 수당을 주수도 회장이 지불하지 않은 것을 몰랐다는 것이 이 경우의 '선의'에 해당하는데, 나는 변호사가 아니라서 법리를 규정할 권한은 없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경제사범의 선의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런 황당한 계약은 비록 '경제적 계약'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함의로는 연인들간의 사랑의 약속에 더 가깝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그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JU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단계의 상위 랭커들의 소득은 원칙적으로 하위 판매자들이 지불한 것인데, 이는 마치 윗단계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지 아니한 사람들의 노력의 대가를 '전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일종의 노예 계약과 비슷한 것인데, 여기에 하나 개입하는 것은 이 계약이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 혹은 미성년자가 이런 황당한 계약을 하게 될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적인 원리로만 따져보자면, 이런 종류의 자발적 계약과 비슷한 경우가 '자발적 노예'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자본주의 사회는 노예제도를 금지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예 계약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에서는 이런 종류의 계약이 허용되고 있다.

다단계 가입자를 선의의 피해자로 볼 수 없는 이유

이러한 계약을 한 사람을 '선의'로 보아야 할까? 언젠가는 자신도 '퀸'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다 상위에 있는 '정식 직원'까지 도달하는 윗단계에 도달할 것을 생각하면서 다단계에 가입한 사람을 다른 경제사범의 '선의의 피해자'와 같이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법률도 이 점까지는 반영을 하고 있는데, 일단 다단계판매업자와 계약을 한 사람은 그 순간부터 '다단계판매원'이라는 용어로 이해되고, 그들이 만나게 되는 선량한 사람들을 '소비자'라고 이해한다.

약간 엄격하게 법정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소비자들은 선의의 시민으로 이해되고, 일단 다단계판매업자와 계약을 하는 순간 법적 위상은 소비자에서 다단계판매원으로 간주된다. 이 순간부터 선의의 소비자에서 법적으로 조사 및 감독 대상이 되는 잠정적인 범죄자처럼 법은 처리한다. 다단계판매원으로부터 선량한 소비자들을 보호하는데 법은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자면, 다단계 판매를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아직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을 하기 이전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 실제로 다단계판매 내에 판매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아니다. 물론 판매업자가 이런 사실들을 소비자들에게 적절하게 공지해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35조 2항에 규정된 '공제조합'에 자신들이 가입해 있고, 이 법에 따라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합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법 전체를 논술시험 준비하듯 꼼꼼하게 살핀다면 법은 아직 판매원 계약을 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을 '선량한 피해자'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삶의 언저리까지 밀려서, 혹은 친구를 잘못 만나서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미래에 자신에게 발생할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순간에 이 법률을 그렇게 꼼꼼하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그것도 행간을 짚어가면서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법이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알아들을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문구는 사실상 딱 한 구절이다. 15조 2항의 경우가 그렇다.

"제 15조.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
1.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또는 교육공무원 및 사립학교법에 의한 교원"


그렇다. 법률에 의해 행위하는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 중 공무원과 선생님 그리고 교수님들을 딱 찍어서 다단계판매원을 하지 말라고 적시해서 명령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는 자신들의 식솔들 정도에게만 이유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하여간 다단계판매는 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셈이다.

이 문장 하나가 수많은 공무원과 선생님들을 다단계의 세상 바깥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만약 했다면? 이 법률에 의거하여 면직하면 그만이다. 인간의 말로는 정부는 다단계에 빠져든 공무원과 선생님들을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말이다.

가끔 보면 자신의 조직에 공무원도 많다고 광고하는 다단계 회사들을 볼 수 있다. 몰래 하기 때문인 셈인데, 법률에 의하면 정상적인 다단계판매업자들은 총리령에 따라 판매원들의 등록부를 작성하고, 소비자 즉 누구든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다단계 판매원인 공무원이 있다면, 감독기관 및 총무과의 공무원 관리에 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언제든지 상급 기관에 알려지기만 한다면 즉각 처리될 것이므로 걱정하실 필요가 없고, 또 감사원은 이런 일들 하라고 있는 기관이라서 공무원 중에서는 다단계 판매원이 없다는 데에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이 규정이 실제로 무서운 것은 새로 공무원 시험을 볼 사람에게도 해당되지 않느냐는 경우이다. 물론 이 규정은 소급 적용되는 무시무시한 법은 아니므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다단계판매원을 그만두면 된다. 가끔 사업자 전력 때문에 공무원 임용에 탈락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현재까지의 법률로는 그렇지는 않다.

약간 애매한 경우는 그렇다면 이런 공무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다. 공사나 공단과 같은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 신분이기는 한데, '공직자'라는 용어로 정당가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가 공무원과 비슷하게 관리되는 내규를 운용하고 있다. '공무원에 준하여'라는 단 하나의 규정이 이 규정을 공사와 공단 등의 소위 준공무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하여준다.

이 조항의 해석에 대해서 마지막 남은 질문은 그렇다면 멀쩡한 대기업의 경우는 어떠할까라는 문제이다. 이 경우는 경우마다 다르다. 수 년 전 직원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금지시킨 포스코의 경우처럼 가끔 이런 게 문제가 될 때 회사가 직접 나서서 공무원에 준하는 규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확실할 것은 다단계 판매원임을 알고도 멀쩡하게 승진시키는 대기업은 별로 없다.

가족 중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 지난 7월, 한 대학생 다단계 업체에 학생들이 모여 있던 모습.
ⓒ 최상진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정부는 공무원과 선생님에게는 다단계 판매원이 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많은 대기업들도 이에 준하는 내부 기준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일반인들은 이에 해당하는 약간의 기준 같은 것도 정부가 제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질문은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가족이 JU 판매원이고 이 와중에도 꼬박꼬박 판매수당을 받아서 검찰조사를 받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청와대의 이재순 사정비서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본인이 다단계판매원의 경우라면 법률에 의거해서 불법인 셈이니까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가 선의로 그의 가족에게 접근한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이미 돈맛을 본 식구들을 설득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가 종종 다단계판매를 사이비종교와 비교하는 것은 막상 주위 사람이 예를 들면 어머니나 형제 혹은 딸과 같이 끊을 수 없는 네트워크 '제 1 노드(nod)'에 해당하는 사람이 다단계판매원이 되는 경우, 주변 사람들이 받게 되는 고통과 당혹스러움이 사이비종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다단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게다가 법률체계나 허점 투성이인 행정체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고, 어떻게 설명하거나 대응할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내가 '다단계 가족'이라고 부르는, 부모들을 포함해서 식구들이 전부 다단계판매원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히 국가가 나서거나 시민단체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온 식구가 평온하게 잘 사는데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외부에서 하는 것도 부당한 공공의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특별한 가족을 제외하면 내가 아는 한에서 한 명이 다단계판매를 시작하는 순간 대부분의 집안에서 우환이 시작된다.

딸이 공무원이 되기를 바랐던 어느 한 유명대학의 교수님 집안에서 벌어질 법한 한 사건을 생각해보자. 멀쩡하게 보수주의자로 열심히 연구하는 이 교수님은 며칠을 뒤져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돈만 벌면 됐지 공무원은 무엇하러 되느냐고 하는 딸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될 것이다.

이 반대의 경우는 이미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에서 보았다. 도대체 어머니를 어떻게 아들이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의 현행 법규 체계는 생각보다 강하게 규정되어 있고, 불법다단계에 가입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이들로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상당히 강한 판단을 전제하고 있는 법체계이다.

물론 그 감독기관의 상급자들이 관리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운용상의 황당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는 하지만, '제도'가 하는 일에서 그런 운용상의 폐해마저 완벽하게 금지하기는 어렵다. 공무원과 선생님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상당히 강한 판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 위에 서 있는 다단계가 불법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제도 개선만으로 막기는 어렵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통상마찰을 무릅쓰고 이 정도로 버티는 것도 정부가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외국계 다단계회사들이 우리나라의 이 법률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 개방의 정도가 높아지면 지금보다 정부 운용 규정이 더 느슨해지면 느슨해지지, 더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수한 네트워크 관계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에 외국 수준의 기준이 들어오면 점점 더 난리 부르스로 변해갈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에 총리실에서 민생사범에 대한 정책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면서 다단계판매를 민생범죄로 분류해서 강력대응한다고 했지만, 그 와중에도 JU 사태에서 보듯이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일부 동구권 국가에서 보았듯이, 다단계판매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체계와도 관계없고, 정치적 민주화와도 관계없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변동이 심해질수록 기승을 떨치고, 안정될수록 줄어드는 것이 다단계판매사업이다.

잡지 못할 바에야, 상담소 통한 예방이라도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두환도 못 잡고, 노태우도 못 잡았고, 당연히 노무현 정부도 뾰족한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이건 시장사회, 민주화 그리고 '다이내믹 코리아' 같은 것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도 별로 없다. 지금도 수당지급 기준 같은 것들이나 환불조치, 이런 것들은 매우 강력하게 다 되어 있는데,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쩔 것이냐! 사이비종교와 깃들어 사는 법을 배우듯이,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국민 경제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도 운용해서, 개개인의 합리적 경제활동에 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는 것을 바랄 수밖에…. 그야말로 정답이지만 하나마나한 소리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보자면, 좀 잔인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상담소를 운영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문가의 영역이기도 하고, 치료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단계 판매의 폐해와 사례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평온한 경제적 삶에 대해서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정부가 확보하고,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상담소 운용 정도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같아 보인다.

물론 잔인한 발상이고, 실제 운용을 생각하면 애매하기는 하다. 스스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상담소까지 가도록 할 것인가,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었을 많은 인문학도들이 돌 던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실 '돈독' 오른 사람들에게 사회가 제시할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 같은 것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의 여러 사례들을 알려주고, 최소한 현실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률적 상식이라도 알려줄 수 있는 상담소 정도 운용하는게 그렇게 폭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식구의 다단계판매로 인해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가정들의 아픔에 비하면 말이다.

JU 사건은 이 사회에 많은 교훈을 알려줄 것이기는 하다. 소위 공인들의 위선적 삶에 대해서 일부 알려줄 것이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된 공무원 관리체계가 재검토될 것이고, 세부 운영사항의 미세한 부분에 대해서 재검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비정규직도 늘어나게 될 터인데, 안정된 경제적 삶의 기반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단계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현행 정부 체계에서 획기적으로 공무원과 선생님이 아닌 사람들에게 기준을 제시하고 경제행위를 규제를 늘리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닐뿐더러 할 수 있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없다.

나는 이 기회에 클리닉 개념의 상담소 하나라도 설치하고 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률로 "확 막아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데 사태의 어려움이 있다. 다단계 판매와 같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현 시점의 냉정한 판단이다.

주위 사람이 다단계판매에 빠져들어갈 때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때 조그만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공장치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야말로 한국과 같은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가 자본주의의 네트워크 판매장치를 만났을 때 생기는 사소한 부작용에 관한 고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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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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