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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기업체에 의식개혁 강의를 하고 다닐 때는 "변화해야 산다"는 주제가 한창 유행했다. 특강 제목도 '21세기,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앞에 붙이고 '관리자의 리더십' 혹은 '성공창조', '행복창조', '직업관', '직업의식', '고객감동' 등을 뒤에 붙였다.

제목을 어떻게 걸었든 간에, 21세기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로서 개인이건 회사조직이나 국가이건 경쟁의 우열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창의력과 아이디어, 도전의식이 힘의 원천이며 누가, 어느 집단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 감동시키며 마음을 사로잡아 좋아하도록 만드느냐에 승패가 좌우됨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 당시 강연 요지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가 나를 좋아하겠는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그들을 좋아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도우며 베풀 때 그 이상이 내게 돌아온다.

리더십의 대상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의 마음을 바탕에 두지 않으면, 아무리 지식과 경험이 많고 리더십이론에 통달하고 기법을 잘 익혔더라도 유능한 행정가나 관리자는 될 수 있을지언정 훌륭한 리더는 될 수 없다.

@BRI@불행히도 과거 우리나라의 각계 리더들은 대부분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직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랬다. 경영자 층의 수강 태도에서는 자기반성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바꾸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진정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부하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들려줄 그럴싸한 내용이 없는지 알아보자'는 식이었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를 관찰하면 그 나무의 과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병충해로 시달렸던 해, 심한 가뭄으로 말라죽을 뻔했던 해, 홍수로 혼이 났던 해 등을 전문가들은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이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한 역사의 길을 거쳐 오는 동안 한이 맺혀,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불신하는 병든 나이테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군에 복무하고 있을 때 어머님께서는 자주 "명열아! 너 사람 조심해야 한다, 너는 너무 순진해서 사람을 그냥 믿어버리는데 사람처럼 무서운 것 없다 잉"하고 말씀하셨다.

원래 우리는 서로 돕고 베풀며 살아온 선한 민족이었는데, 1590년대에 7년간 학살과 방화로 삼천리강산을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의 충격으로 그 후 사회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병자호란 때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풀려올 때, 납치돼 갔던 3만여 명의 여자들도 이들을 따라 송환됐다. 찢기고 더렵혀진 몸을 끌고 파주에서 양주 쪽으로 넘어가는 고개 밑에 당도 했을 때 이 여자들은 "절대로 못 간다! 이런 더러운 몸뚱이 가지고!"하며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이에 인조대왕께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모두 그 근방에 있는 연못에 가서 씻어라! 그러면 아무 일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다. '혜음령'으로 명명된 그 고개를 지금도 거기 사람들은 '세음령'(洗陰嶺)이라 부른다고 한다.

민초들은 언제나 당하기만 해왔다.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각성해야 한다.


대충 이런 내용으로 강연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하고 한참 오는데 자동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더 하는 것 같았다. 내려셔 살펴보니 앞바퀴에 바람이 상당히 빠져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어떤 XX가 쑤셔버렸구나!"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나 자신에 대해 놀랐다. 방금 전까지 진실로 믿고 사랑하자 떠들어 큰 박수를 받았으면서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하다니! '사기꾼! 이중인격자! 겉 다르고 속 다른 놈!' 내 진짜 모습은 이렇게 가증스러운데, 리더십이 어떻고 민족의 장래가 어떻고 떠들고 다닌 것이다.

대부분의 의식개혁 교육의 원리는 인간 뇌의 기능적 특성을 설명하는 '사이코사이버네틱스'(Psycho-Cybernetics) 이론에 근거한다. 뇌의 특성상 21일 이상 계속 반복하면 생각도 습관이 된다는 내용이다.

습관 고치기가 쉽지 않다. 어려서 다리를 꼬고 앉아 까불다가 "복 달아난다"고 어머니한테 혼난 적이 있다. 다리 흔드는 것을 무심코 21일 이상 하면 나도 모르게 습관화돼 끊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겉으로 나타나는 습관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칠 수도 있지만 생각의 습관은 본인 자신도 모를 수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비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나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식개혁에 관한 책이라면 나름대로 읽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폴 마이어의 프로그램, 히로세의 프로그램, 코비의 프로그램 등 고가의 교육도 이수했지만 헛일이었다.

사이코사이버네틱스 이론에서 왜 21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여간 뇌의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한 환자가 1주일 전에 왼쪽 팔을 자르고 입원해 있었는데, 아침이 되어 수술을 담당했던 과장께서 회진을 했다고 한다. 그 때 그 환자가 "선생님! 어제 밤에 왼쪽 손가락이 아파서 잠을 설쳤습니다"하고 하소연했다면, 이는 그의 뇌에 아직 팔 있는 사람이라는 기억이 입력돼 있어서 그 프로그램이 바뀌려면 최소한 3주일은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산훈련소에서는 민간사회에서 길들여진 사고방식을 청소, 세뇌하기 위해 최소한 3주간 훈련받도록 되어 있다. 의식혁신에 관한 프로그램도 대개 3주간 어떻게 집중적으로 훈련하느냐 하는 내용들이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나온 후 한때 <20대에 운명을 바꾸는 50가지 작은 습관>, <30대에 운명을 바꾸는 50가지 작은 습관>, <50대에 운명을 바꾸는 50가지 작은 습관> 등 습관에 관한 책이 많이 팔렸다. 그러나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습관화하는 훈련을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21일 동안 집중훈련하면 효험을 볼 수 있고 계속하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고 열심히 했다. 그 경험담을 주요 내용으로 삼아 특강을 많이 다녔다.

사관학교 훈육은 3주일이 아닌 4년간이다. 훈육제도만 개혁하면 직업간부들의 바람직한 역사관, 불타는 민족의식, 인간존엄의 가치관을 충분히 함양할 수 있을 것임을 나는 지금도 자신 있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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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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