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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 경부운하 등으로 민생, 경제라는 의제에 한층 가까이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움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요즘 정치를 해보니 1 대 9로 싸우고 있는 것 같다." (9일 '21세기 동서포럼' 주최 강연에서)
"나를 향한 음해와 모략, 흑색선전이 당내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내가 한나라당에 있는 것인지, 열린우리당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10일 블로그에 올린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중에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들어 한 말들이다.

당내·외 경쟁 주자들이 그동안 자신을 겨냥해 갖가지 공세를 펼쳐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순풍에 돛단 배, 그러나 예상되는 먹구름

@BRI@이 전 시장의 대선 행보는 최근까지만 해도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새해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1일 현재 최소 44.1%(중앙일보), 최대 58.8%(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는 한나라당의 취약 지역이었던 호남에서도 1위로 부상했다. 이 전 시장도 "역사적으로 이런 지지율을 보여준 전례가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다.

올해 대선에서는 과거처럼 '민주화', '개혁' 같은 추상적인 의제보다 '민생', '경제'라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의제가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도 이 전 시장에게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02년 대선과 달리 지금은 경제가 주요의제"라며 "이 전 시장의 대표적인 업적인 '청계천'과 민생은 별다른 상관 관계가 없지만, 사람들은 이 전 시장이 민생문제를 청계천처럼 잘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당내 경선을 무사히 통과하고 여권이 변변한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그 자신의 바램대로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행보에 대해 '이제부터 위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너무 빨리 1위로 올라선 데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꿈틀대고 있다.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 지난달 18일 한 강연에서 한 말도 '이명박 대세론'을 바라보는 보수진영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떼놓은 당상일까? 우리 국민들은 싫증을 빨리 낸다. 올 12월까지 지지율 50% 드라마를 끌고가야 하는데, 드라마가 너무 길면 사람들이 안 본다. 사람들은 벌써 (이명박이) 대통령을 이미 한 걸로 알고 있다. (청중들 웃음) 이회창씨도 5년 전 이맘 때 이미 대통령이나 다름 없었는데, 결국 못하지 않았나?"

[신선도] 너무 높은 지지도가 문제... "드라마 너무 길다"

▲ 지난 2005년 9월, 이명박 시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의원들을 초청해 청계천 일대를 둘러봤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캠프도 이 전 시장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고민이 많다.

이 전 시장이 6일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른바 'MB 독트린'을 발표한 것도 '경제전문가' 일변도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이명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경제' 얘기를 너무 많이 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경제 이외의 현안에도 차근차근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 회사들에서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중 이 전 시장은 인물 기반 호감도(73.1%)에서, 박근혜 의원은 정당기반 호감도(57.5%)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박 의원의 경우 '인물'과 '정당' 모두 지지층이 견고한 데 반해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은 "정당은 싫지만 인물이 좋다"는 정서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게 KSOI의 분석이다.

<중앙일보>의 지난 1일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 지지층의 충성도는 작년 11월 56.1%, 12월 말 53.7%에 이어 49.7%를 기록해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여기서 지지층 충성도란 "현재의 지지 후보를 12월 대선 때까지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여권에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현실이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지만, 인물 기반의 지지도라는 게 불안정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서 최악의 경우 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이 전 시장의 인물 기반 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 사람'으로서의 인식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성향 유권자들까지 외연을 넓히는 데는 유리할 수 있지만,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데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네거티브] '도덕성 검증'에 예민하게 반응한 까닭

▲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 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지율 조정 국면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위력을 발휘할 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들어서 재산이나 부동산 등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악재가 불거지면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최근 박근혜 의원 측근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에 대해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이 10일 발표한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도 처음에는 '설 연휴 인사' 정도로 가볍게 준비됐지만, 박근혜 캠프쪽의 정인봉 변호사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에 정면대응을 하겠다는 기조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정 변호사는 9일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박근혜 의원 등의 만류로 인해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명박 캠프의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의혹이 있는 것처럼 흘리는 게 더 문제"라며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이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2002년의 악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도덕적 하자가 있어서 패했나? 후보가 유언비어로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당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며 당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대권 가장 가까이에, 그러나 이제부터 '본 게임'

그러나 마치 이회창씨의 '빌라 게이트'나 '손녀 원정출산', 아들들의 병역면제 의혹 등이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으로도 들리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7일자 칼럼에서 "당시 정당팀장으로 취재했던 필자는 빌라 게이트가 2002년 대선에서 한 분수령이었다고 믿는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이회창 후보는 당시 지지율 1위였지만 많은 보수적인 사람들조차 그 때 이 후보를 다시 보았다"고 썼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도 "지금의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이 그 때 한꺼번에 검찰청사로 찾아가 병풍 수사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냐?"며 "당에서는 할만큼 했지만, 이 후보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론을 '정치공작'으로 일축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풍문에 대해서도 대응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놓았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지금으로서는 차기 대통령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당 내외에서 불어닥칠 '검증'의 파고를 헤쳐나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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