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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요일은 <하얀거탑>, 월요일은 <프리즌 브레이크>.

눈이 바쁘게 돌아간다. 주말이 지나면 주사 한 방을 맞은 것처럼 멍하다. 그 주사 속에는 긴장감과 흥분을 고조시키는 아드레날린이 들어 있다.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수다를 떨고 자기만의 예측을 한다.

꽉 짜인 구성으로 잘 만든 드라마 두 편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 편은 일본 드라마의 한국판 리메이크작 <하얀거탑>, 그리고 또 한 편은 <24시>의 땜빵용 드라마에서 출발해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내고 있는 <프리즌 브레이크>다.

<하얀거탑>은 일본판 원작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버디 드라마에서 의료-법정 드라마를 넘나들며 순항중이고, <프리즌 브레이크>는 이미 한국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 CSI 과학수사대 >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네티즌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파된 소문들이 만들어낸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는 <프렌즈> 이후 한국에 다시 한 번 미국 드라마의 부활을 알리는 클라이맥스가 되고 있다.

1. 마이클 스코필드 vs 장준혁

한 사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는 닮았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건축가인 마이클과 패기만만한 외과의사 장준혁. 두 사람의 천재가 계획을 세우고 야망을 드러내면서 관객들은 이들에게 몰입한다.

마이클은 시즌1의 1회부터 의도적으로 감옥에 들어가 탈옥하겠다고 밝혀 드라마가 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마이클 주변으로 모여들고 마이클은 이들을 모두 빨아들여 극의 외형을 키운다.

선천성 도우미 증후군(?)으로 착한 캐릭터임을 처음부터 암시하는 마이클은 그가 중간에 누구를 때리고 동료들을 배신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하는 당위성을 관객에게 주입시킨다.

▲ 웬트워스 밀러 vs 김명민
장준혁의 카리스마는 마이클과는 조금 다르지만 극의 흐름을 지배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최고의 의술을 가진 그는 외과 과장이라는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이 그를 응원하고 방해하면서 편 가르기를 한다. 그리곤 그를 중심에 놓고 누가 옳고 그른지 관객에게 내기를 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선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중심에 놓고 이를 끊임없이 방해하는 요소를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면 <하얀거탑>은 누가 선이고 악인지 알 수 없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한 사람의 현실적인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변화시킴으로써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두 개의 구성을 이끌어가는 것은 마이클과 장준혁이지만 결국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상황의 변화가 이들을 계속 코너로 내몰면서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더욱 동화되고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2. 감옥 vs 병원

▲ 폭스 리버 교도소 vs 명인 의대 수술실
ⓒ 해당 저작권자
두 드라마를 비교하고 있으려니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감옥과 병원이 비슷하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푸코는 건물 형태와 규율, 폭력, 비합리적이고 억울한 경험들은 두 개의 다른 공간을 비슷하게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폭스 리버 교도소의 웅장함이나 명인대학 병원의 으리으리함은 공간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외부와는 소통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의 억압된 분위기에 짓눌린 공기가 인물들의 갈등을 더욱 자극한다. 인물들 간의 상하 관계는 더욱 벌어져만 가고 약육강식의 현실은 관계들을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로만 기능하게 한다.

<하얀거탑>의 화려함이나 <프리즌 브레이크>의 꾀죄죄함. 외형적으로는 극과 극이지만 이 속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단색의 유니폼을 입고 명령에 철저히 복종하며 누군가를 밀어내야 자신이 지위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3. 친구 vs 배신

무엇보다 두 드라마를 흥미롭게 하는 것은 누가 누구와 한 패가 되고 누가 배신할지를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클과 장준혁이 기지를 발휘해 갈등을 해소하는 경우에도 주변 인물들과의 앙금은 그대로 남는다. 그 앙금이 다음 이야기에서 위기가 되고 때론 협력을 논의할 구실이 된다.

잘 쓴 대본이 대부분 그렇듯 이토록 긴 이야기에서도 초반부의 작은 설정이 나중에 영향을 미치고, 예전의 적이 현재의 내가 끌어들여야 할 우호세력이 된다.

▲ 켈러만 요원 vs 우용길 부원장
ⓒ 해당 저작권자
<하얀거탑>의 오남규 학회장과 <프리즌 브레이크>의 포프 교도소장은 적에서 동지로 변신하고, <하얀거탑>의 우용길 부원장과 <프리즌 브레이크>의 켈러만 요원은 자기 자신을 위해 주인공에게 협력하지만 결국 또다시 팽 당한다.

일직선으로 내달리는 <프리즌 브레이크>와 나선형을 그리는 <하얀거탑>의 이야기구조의 특성상 인물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인물들 간 신뢰와 배신이 사건을 만들어내고 갈등을 증폭한다는 면에서는 두 드라마가 많이 닮았다.

물론 두 드라마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차이 때문에 <하얀거탑>의 인물들이 더 입체적인 반면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물들이 단선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쪽은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쉼 없이 도망가야 하는 롤러코스터식 운명에 처해 있는 반면, 한쪽은 동지가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몰라 불안한 상태에서 갈등하는 바이킹식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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