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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처음 중국을 다녀 온 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보편화된 고속도로 상에서의 역주행, 대면(對面)식 공중화장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양꼬치 구이의 맛. 과연 그 맛을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주저 없이 서울의 중국식 양꼬치구이 집을 찾아나선 필자는 대략 3개 지역에 주목할만한 꼬치구이집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신촌, 동대문, 건대입구. 각각의 지역에는 2개 이상의 식당들이 이웃해 있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맛, 메뉴, 가격 등에서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이 중 현지의 맛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해 주고 있는 집은 건대입구역 근처 '00반점'. 취재를 빙자해 찾아가봤다.

▲ 옹기종기 모여앉은 손님들로 늘 가득하다.
ⓒ 엄주현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호프집을 찾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호프집에서는 입에 착 달라붙는 술 맛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커다란 홀보다는 작고 오밀조밀한 공간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정신없는 분위기보다는 동행과 함께 부대끼며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 편하다.

거기에 이국적 향취와 저렴한 가격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가게 앞에 이르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양꼬치를 열심히 굽고 계신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좁은 가게 안에 손님이 제법 꽉 찬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동행을 기다린다. 중국 심양에서 오셨다는 주인아주머니는 이렇게 직접 구워야 제대로 구워진다며 넓지도 않은 화로 앞에서 연신 꼬치를 굽고 계신다.

▲ 밖에서 구워낸 꼬치를 이렇게 쟁반에 담아 주신다.
ⓒ 엄주현
15분을 기다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양꼬치와 중국산 칭따오 맥주. 00반점을 비롯해 양꼬치집에 왔다면 필수 주문목록이다. 간혹 중국맥주라 해서 색안경을 끼고 맛을 의심하기도 하는데 모르시는 말씀이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맥주로, 여느 수입맥주 못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큰 병 하나가 단돈 3000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지. 어찌 시키지 않을 수 있을지. 지글지글 잘 구워진 양꼬치가 쟁반에 담겨 나온다. 온기가 가시면 꼬치의 생명도 다하는 법. 테이블에 작은 화로는 필수다.

▲ 양꼬치와 함께 구워먹는 통마늘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 엄주현
이제 먹는 일만 남았다. 시원한 맥주를 한껏 들이켠 후 양꼬치 몇 점 베어 물 때 퍼지는 이 중독성 강한 향. 간혹 양고기를 특유의 향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있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으며 당연히 중국에서 양꼬치구이를 처음 접할 때 거부감도 들었었다. 하지만 먹어본 결과 견딜 수 없는 양고기의 향은 거의 느낄 수가 없을 뿐더러 너무나 맛있었다.

오죽 했으면 한국에 돌아와 찾아갈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먹어보면 안다. 정말 당긴다. 소주, 맥주, 고량주 할 것 없이 모든 주류에도 잘 맞는다. 가격은 10꼬치에 6000원. 다시 한 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지.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은 먹고 남은 쇠꼬챙이에 서비스로 나오는 통통한 마늘을 줄줄이 꾀어 잘 구워 먹는 것. 잘 구워진 마늘을 껍질 훌훌 걷어내 먹으면 흡사 폭신폭신한 군고구마를 먹는 것 같다.

▲ 양꼬치를 주문하면 이렇게 밖에서 직접 구워다 주신다.
ⓒ 엄주현
이외에도 많은 중국식 요리들이 즐비하다. 5, 6천원대에 즐길 수 있는 중국요리들은 흔히 고급중국집 코스요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급스러움은 없지만 중국 현지의 맛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한국인들이 주로 시켜먹는 요리는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로우'와 가지 볶음요리. 이밖에도 용기 내어 시켜봄직한 요리들은 부지기수다. 단 칼로리는 상당히 높아 보이므로 살 찔 걱정이 되는 사람은 먹는 양에 신경을 쓰는 게 필수.

메뉴판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을 기대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중국식 음식 이름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붙들어 매시라. 한국어에 능통한 주인아주머니가 명쾌하게 해답을 주시니 기탄없이 질문하자.

즐겨 찾다보면 좋아하는 메뉴 몇 가지정도는 중국식 발음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중국식 주점에서 유창한 현지발음으로 아는 척을 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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