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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만 MBC 기자는 한국 교회에 자정능력을 보여 달라고 했다. 대형교회들의 문제점을 보도한 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김주만 MBC 기자는 이번 취재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했다. MBC 시사프로그램인 '뉴스후'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금란교회 등 대형교회의 문제점을 다룬다는 보도가 나간 뒤부터 취재를 담당한 김 기자의 전화기는 불이 났다. 이렇게 많은 항의를 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3월 22일 방송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MBC 앞으로 보낸 데 이어, 3월 23일에는 이용규 대표회장 등 임원진이 직접 MBC를 방문해 최문순 사장과 면담했다. 그리고 비록 취소는 했지만, 방송 당일인 3월 24일에는 오전 9시부터 일몰시까지 MBC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겠다는 신고도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방송됐다. 보도가 나간 뒤 인터넷은 뜨거웠다. '뉴스후' 시청자 게시판은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기사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이번 보도를 통해 대형교회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반응이었다. 시청률도 높았다. 16.5%(TNS 집계)로 당일 시청률 5위에 올랐다.

외부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한국교회

김 기자는 보도 대상이 된 대형교회를 취재하면서 '정의의 하나님은 어디 갔는가'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교회가 정의를 부르짖지만, 정작 교회 안에서 그것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교회들의 행태지만 말이다. 김 기자는 또 "현재 한국교회에 자정능력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정말 자정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교회 내부의 일은 내부에 맡기라'는 일부 단체와 교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한다면, 교회가 사회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모인 것이 교회고, 그것이 존재 이유라면 사회를 같이 살고 있는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김 기자는 교회가 지금처럼 귀를 닫는다면, 굳이 불신자들을 전도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는 교인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위기는 이런 부조리를 보고도 내부에서 문제제기조차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내부에서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극히 소수일 뿐이고 힘도 미약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보도를 한 이유 중 하나도, 내부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김 기자는 '뉴스후'의 보도가 재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과거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해결됐다면, 굳이 다시 보도할 필요도 없다는 것. 자정능력이 있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음을 보여 달라고 했다.

김 기자는 마지막으로 교인들이 부조리와 비리에 대해 분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회를 다니는 것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자신과 자신이 다니는 교회만 잘되는 것이 목표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인터뷰는 3월 26일 광화문에서 이루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이번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올해 초 기획회의를 하던 중 우리나라 부의 대물림에 대해 다뤄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뉴스후'는 대형교회 세습에 이어, 3월 31일에는 재벌의 세습을 다룬다 - 기자 주). 이런 과정에서 교회 얘기가 나왔다. 교회도 이런 대물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취재 결과 교회의 대물림 방식이 재벌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교회는 교인 모두의 것 아닌가. 그래서 대물림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교인 중에는 장로 대통령도 나왔고, 현재 대선 주자들 중에도 교인이 있는 등 교회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취재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이다. 비판의 대상이었던 교회는 물론이고, 교회 세습 문제로 싸웠던 사람들도 취재가 안 됐다. 과거 이 문제로 싸움을 벌였던 사람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분들은 이미 매우 지쳐 있었다. 또 이런 문제를 계속 나서서 제기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같았다.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 한기총 등에서는 이번 보도를 놓고 어떤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교회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의도가 있다. 곪은 상처를 놔둔다고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그럼 교회는 왜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전도하나. 교회가 예수를 안 믿는 사람을 전도하는 이유가 사회와 같이 호흡하자는 것 아닌가. 그런 곳이 외부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교인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데서 비롯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교회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없다는 것이 더 크다. 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상적인 조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기 목사의 장남인 조희준씨의 예를 들어보자. 조씨는 한국에서 5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돈이 없으면 노동을 해 벌금을 내야 하고, 돈이 있으면 지금 내면 된다. 그런데 둘 다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 그것도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부촌에서. 교계 지도자의 아들이란 사람이 그러면 되나. 조씨가 일본에서 머문다는 사실을 안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람들은 뭐 했나. 교회 내부의 자정능력이 있다면, 조씨한테 한국에 들어와 벌금 내고 떳떳하게 살라고 충고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뉴스후'의 보도가 재탕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 문제제기 당시 해결됐다면, 다시 보도할 필요도 없다. 그거는 정말 딴죽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해결된 게 뭐가 있나. 단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이다. 평화가 찾아왔다고 하지만, 부조리한 상황에서 온 평화가 무슨 소용이 있나. 그게 진정한 평화인가. 불편부당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는 것이 정의라면, 현재 한국교회에는 평화도 정의도 없다. 정의의 하나님은 어디 갔나."

- 한국교회를 향해 한마디 해 달라.
"평범한 교인들이 부정이나 비리에 대해 분노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예수를 믿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지금 우리 사회가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신경을 쓰자. 교회 내부의 자정능력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자정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기총은 외국에서는 세습을 한다고 하는데, 정통 교단은 세습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극소수인 일을 마치 모두 그런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형교회#한기총#MBC#김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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