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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한나라당은 "매년 증가하는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로 '전자위치확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진수희 의원이 전자팔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온나라가 한미 FTA 타결 소식에 들썩거리던 4월 2일, 국회에서는 '무관심속에' 아주 특별한 법이 만들어졌다. 이름하여 '특정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쉽게 말하면 성폭행범죄자에게 국가가 '전자 팔찌'를 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앞으로는 상습성이 있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의 몸에 전자팔찌 등 감시장치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안은 성폭행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전자감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강력한 주장에 힘을 얻어 정치권에서 추진돼 왔다. 한편에서는 이 법이 개인의 신상공개, 사생활 감시, 이중처벌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었으나, 이 법안은 2005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된 지 2년만에 결국 통과되었다. 이 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상습범, 미성년자 상대 범죄자가 대상

전자장치는 성폭력 범죄의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만 부착한다. 즉, 형법과 특별법 상의 강간, 강제추행죄를 비롯하여 미성년자 간음, 특수강도강간 등을 저지른 사람(미수를 포함)이 대상이 된다. 입법과정에서 적용 범위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전부 전자장치를 채우는 것은 아니다. 전자장치는 원칙적으로 검사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받아 법원이 부착명령을 내려야 집행할 수 있다.

검사는 범죄자가 ▲성폭력 범죄로 2회 이상, 통산 형기 3년을 넘은 사람이 출소 후 5년내에 재범한 때 ▲상습성이 인정될 때 ▲13세 미만의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성폭력 범죄사건의 판결선고와 동시에 부착명령을 내린다. 범죄자가 무죄,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을 경우에는 부착명령을 할 수 없다.

또한 성폭력 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기 전에 가석방될 때, 법원이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할 때도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

형기 마치고 출소하면서 '전자감시' ... "이중처벌" 논란도

부착명령을 받는다고 바로 전자장치를 붙이는 것은 아니다. 전자장치의 부착은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거나 가석방되어 출소하는 날부터 집행된다. 보호관찰관이 석방 당일 전자장치를 범죄자의 몸에 붙이게 되고 이때부터 '전자감시'가 시작된다.

전자장치의 형태는 전자팔찌가 될지, 아니면 다른 형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법은 단말기 개발과 시스템 운용 등을 위해 시행 준비 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1년 6개월 후에 시행한다. 다시 말해, 2008년 10월부터는 누군가 전자팔찌를 차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전자감시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1983년 미국에 처음 도입된 전자감시제도는 현재 10여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범죄자를 수감하는 대신 범죄자의 외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스웨덴은 징역 3월 이하의 형을 받은 사람 중 원하는 사람에게 집이나 일정한 장소에 생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전자감시가 형 집행을 대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원래의 형기를 마친 다음에 재범방지를 위해 다시 일정한 기간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중처벌의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장치, 인권침해 우려 없을까

전자장치가 인권 침해 우려는 없을까. 이 법은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제3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전자장치의 수신자료는 수사, 재판 외에는 공개할 수 없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료를 폐기하는 등 인권보호 장치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또다시 일정한 기간 그 사람의 위치를 국가가 24시간 감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침해 소지가 없지는 않다. 또한 전자장치 부착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당사자에겐 형벌 이상의 처벌이 될 수도 있다.

전자감시제도가 애초의 목적대로 성범죄의 획기적인 감소를 가져올지, 아니면 시행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기획취재단 응모 기사입니다.


#전자팔찌#성폭행범#전자감시#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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