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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북부준비위가 연 평화통일강연회. 김민웅 교수의 강의를 수강생들이 경청하고 있다.
ⓒ 김형우

일찍이 우리 현대사에서 통일을 외쳤던 많은 이들은 불순분자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맥은 저 변두리 민간 통일 운동의 현장에서 면면히 이어져왔다. 그리고 오늘날, 각 정부의 공식 회담을 통해 통일 가능성을 전망해 보는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민간부문 통일 역량은 여전히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교류협력은 민간과 정부가 서로 역할을 존중, 보완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해 전부터 남북 지자체 교류협력으로 접근 채널이 다원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 강원 등을 중심으로 농업, 임업, 축산업 분야에서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교류협력이 활발하다. 특히 그간의 민간 교류가 단순 구호 물품을 증여하는 방식이었다면, 지자체 교류에선 기술 전수가 중심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통일운동의 지역화' 시대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 2% 부족하다. 남북 지자체의 교류협력은 자치단체와 몇몇 전문가들의 몫에 그치는 양상이다. 마찬가지로 민간 통일운동의 새 축을 열고 있는 6․15남측위원회에서도 노동, 농민, 청년, 여성 등 각 부문별 교류는 활발하지만 지역 중심 교류는 아직까지 초보적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6․15 남측위원회 백낙청 대표가 말한 '시민주도형 통일' 논의는 북한에 시민사회가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별개로 한국 시민사회를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삶의 공간과 일정 부분 동떨어진 채 발전 과정을 밟아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민 없는 시민사회'의 성숙이다.

시민사회는 부문별 외에, 지역 주민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 시민사회의 성숙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평화통일로 가는 정세 변화 속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만드는 것"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문턱일 수 있다.

이제 생활현장에서 솟구치는 통일의 열기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만한 지름길도 없기에. 그런 의미에서 구본승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북부준비위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구 집행위원장과 한 인터뷰 요약문.

-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작년 10월, 지역 통일 행사를 해오던 단체와 최근에 결성된 지역 단체가 의기투합했다.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생활 터전인 지역에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그간 통일운동 또한 중앙 집중형 활동이나 행사가 많았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이 잘 조화될 필요가 있다.

6․15선언의 의미를 살리려면 지역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이 만나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 북부준비위의 활동 방향은?
"먼저 주민 참여 공간을 지역에서 넓히는 것이다. 올 6․15행사는 평양에서 열리지만, 8․15행사는 남한에서 열린다. 지역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가깝게는 5월 24일 석탄일에 참여 단체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을 조직해서 개성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려고 한다. 또한 빵공장, 통일돼지농장 조성을 위한 모금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에 상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화통일로 가는 정세 변화 속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와 교육 사업뿐만 아니라,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서 지역 주민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 얼마 전 첫 번째 행사로 평화통일강연회를 열었다. 반응은 어땠나?
"단체 회원, 지역 주민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2․13베이징 합의 이후 한반도 통일정세'라는 주제로 김민웅 교수가 강의했다.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 속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와 2․13합의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행사였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 아직 준비위원회 단계다. 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은?
"2007년도는 중요한 시기다.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할 지 잘 판단해야 하는 시기이다. 지역 통일 운동은 아직 불모지다. 갈 길이 멀다. 행사를 진행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다. 구청에서 협력해 주지 않는다. 구청이 먼저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울북부준비위 조직에는 전통적인 주민운동 단체가 아직 결합하지 않았다. 통일 운동에 대해 공감대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장인지 확신을 못하는 분위기다. 지역단체들이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서 말의 구슬을 꿰는 노력들이 더 필요하다."

▲ 강북구 수유역에서 선전전을 여는 구본승 씨
ⓒ 서울북부준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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