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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누르시면 해당 영상이 재생됩니다. 제작 : 권우성 / 영상 : 김호중ㆍ문경미


▲ 18일 오전 고 허세욱씨의 대형영정 사진을 앞세운 장례 행렬이 서울 한강성심병원을 떠나 노제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5일 '한미FTA 저지'를 외치며 분신한지 보름 만에 사망한 고 허세욱(54)씨의 장례식이 동료들의 오열 속에서 치러졌다.

'한미FTA 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 고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이하 장례대책위·공동위원장 오종렬 외 8명)는 18일 오전 7시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에서 발인해 오후 4시께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허씨 유골 일부를 묻었다.

앞서 허씨 가족들은 사망 하루 만인 16일 성남화장장에서 허씨 유해를 화장한 뒤 산골해 조촐한 가족장을 마쳤다. 하지만 장례대책위는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허씨의 뜻을 기려 '열사장'을 다시 치렀다. 가족들의 반대로 허씨 유해를 모실 수 없었던 장례대책위는 화장한 유골 일부를 수습해 장례식을 열어야만 했다.

장례대책위는 이날 허씨를 모란공원에 묻기 전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노제를 열었다. 운구 행렬은 영등포 민주노총 앞과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사무실, 한독운수, 남산 하얏트호텔, 용산미군기지 정문을 차례차례 지나며 허씨의 넋을 기렸다. 민주노총과 한독운수는 허씨가 생전에 조합원으로,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곳이다.

오전 8시40분께 운구행렬이 민주노총을 거쳐 한독운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직장 동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구를 거쳐 들어오는 허씨 영정을 본 한 여성은 "불쌍해서 어떻하느냐"고 옆 사람을 부둥켜안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돌아서는 조합원도 있었다. 추모사에 나선 이명애 관악주민연대 사무국장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울고 또 울었다"고 말하자 조합원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오전 10시40분 남산 하얏트호텔 앞에 도착한 운구행렬은 집단 제례를 한 뒤 하얀 광목천을 두 갈래로 찢으며 넋을 위로하는 '길닦이춤'을 이어갔다. 한상렬 공동대표는 조사에서 청화 스님의 법문을 인용하며 "허세욱 님을 따라 다시 한발 내딛으며 좋은 곳, 우리 함께 꿈꾸는 참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백척간두 진일보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 고 허세욱씨의 영정사진이 동료의 손에 들려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고 허세욱씨가 근무했던 서울 봉천동 한독운수에서 열린 노제에서 꽃으로 장식된 고인의 영정사진이 택시위에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된 유골의 일부가 물과 함께 용산 미군기지 담장에 뿌려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허세욱씨를 추모하는 범국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허씨 유언 따라 유골 용산미군기지 뿌려

▲ 고 허세욱씨의 분신장소인 서울 하얏트호텔앞에서 열린 노제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이 고인을 추모하며 '평화(PEACE)'가 적힌 천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전 11시30분 용산미군기지 정문에서 벌어진 노제에서는 허씨의 유골 일부가 뿌려졌다. 허씨는 분신 전 동료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내가 죽거든 유골을 전국의 미군기지 담장에 뿌려 달라"며 "밤새도록 미국놈들을 괴롭히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장례대책위는 허씨 유골 중 일부를 따로 보관했다가 이날 용산미군기지 담장에 물과 함께 뿌렸다. 허씨가 회원으로 활동하던 변연식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는 조사에서 "재로 남은 당신을 이곳에 뿌린다"면서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미군의 악행을 멈추려는 우리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추모했다.

노제를 마친 운구행렬은 오전 11시50분부터 약 50분간 남영동 지하철역까지 도보행진을 벌인 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제를 열었다.

도보행진에는 '한미FTA 무효', '노무현 정권 퇴진'', '국민투표 실시' 등 글귀가 쓰인 100여개의 검은 만장이 등장해 장관을 이뤘다. 선두에는 평소 허씨가 몰던 한독운수 소속 택시가 영정사진을 앞세운 채 섰다. 허씨가 아끼던 민주노총 조합원 점퍼와 모자, 허씨 유골이 든 관이 그 뒤를 따랐다.

한독운수 소속 조합원 20여명도 각자 택시를 몰고 나와 대열의 후미를 따랐다. 각 택시에는 '열사 정신 계승, 한미FTA 저지'라고 쓰인 펼침막이 나붙었다.

오후 2시50분께 추모제를 마친 장례위원회 대표단은 영정과 함께 마석 모란공원을 향했다. 이들은 모란공원 내 전태일 열사 묘 앞에서 또 한번 간단한 추모제를 연 뒤 하관식을 거행했다.

한편 장례위원회는 18일 저녁부터 21일까지 매일 저녁 7시 광화문 일대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 서울시내 노제와 추모제를 마친 뒤 고 허세욱씨의 장례행렬이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고인의 영정사진이 먼저 들어온 가운데 하관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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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허세욱씨의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관식이 진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고 허세욱씨의 택시회사 동료들이 고인의 관위에 흙을 덮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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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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