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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서까레 완성후 합판 붙이기
ⓒ 장승현
성욱아, 아빠 몸이 예전 같지 않은가 보구나. 이틀 동안 일을 했더니 입술이 터지고 몸에 이상이 오는 것 같구나. 아빠는 참 건강했었는데… 몸 하나는 누구보다 좋았고 체력 또한 자신이 있었는데 작년 수술 받은 게 아직 후유증이 남았나 보구나. 그러나 이런 체력 또한 버티고 이겨내야 아빠답지 않겠냐?

원래 아빠는 몸이 안 좋은 사람이었단다. 아빠가 네 살 때부터 얼마나 건강이 안 좋았냐면, 할머니는 아빠가 오래 살 것 같지 않아서 아들 낳으려고 네 고모들 다섯을 쭉 낳게 되었단다.

그 다음에 아빠는 죽을 고비를 수십 번 넘기며 대수술도 50여 차례나 했단다. 학교 다닐 때는 1년이면 거의 두세 달을 빠지고 집에서 지내는 일이 허다했단다. 이런 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까 몸이 좋아지더라. 그 이후로는 누구보다도 몸이 건강했었는데….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목수 일을 하려면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술도 적당히 먹고, 담배는 아예 피지 말고, 고기 같은 것도 너무 많이 먹어 쪄서 뒤뚱거리면 목수일 하는 데 지장이 많단다.

목수는 키가 작고, 몸이 가볍고, 날렵해야 한단다. 뭐든지 그렇듯이 발이 빨라야 한다. 발이 가볍고 강단지게 몸이 야물어야지 체력적으로 일을 버틸 수 있단다.

성욱이도 만약 목수 일을 하게 되면 몸을 다듬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수 일이든 뭐든 할 수가 없단다. 요즘 아빠가 술을 안 먹게 되니까 몸이 더 좋아지는 것 같구나. 술을 먹게 되면 제일 먼저 저녁 시간이 많이 소비된단다.

아빠 몸이 조금 부대껴 잘 아는 목수 한 분을 불렀다. 지난해 병난 뒤 체력도 테스트 해볼 겸 혼자 일을 시작했는데 힘들기도 하고, 일도 많아 목수 한 분을 모셨단다.

김 목수라고 대전에서는 기술이 제일 좋은 분이란다. 아빠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아빠가 25년 전 직업훈련소에서 목공 기술을 배울 때 만난 형님이란다. 그분은 이미 중학교 졸업하고 목수 일에 뛰어들어 그 일에 도가 튼 사람이란다.

집을 지을 때도 아빠가 붙어서 골조 모양을 잡는단다. 도면을 보고 도면대로 집을 만들어내지만 구석구석 골조 틀을 잡는 데는 아빠가 직접 챙길 수밖에 없단다. 집을 많이 지어보니까 집은 감으로 짓게 되는구나. 서까래의 길이나, 지붕 경사 각도나 기본적으로 나오는 길이가 있지만 전체 집 모양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잡는 게 보통이란다.

눈이 보배라는 말이 있단다. 수평을 잡고 수직을 잡는데도 눈에 보일 때는 이상하게 수평이 아닌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단다. 도면대로는 집이 예쁜데 직접 건물을 지어놓고 보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집 모양이 달라 보이게 된단다. 그럴 땐 눈이 보배라고 눈으로 보일 때 예쁘고 멋있으면 되는 거란다.

▲ 썩지않는 시더 베벨로 처마돌림
ⓒ 장승현

서까래 작업이 끝나고 합판을 붙이기 시작했다. 벽체에 합판을 붙이고 나서 가새를 떼어내는데, 우선 지붕 합판을 붙이기 전에 서까래 보강을 정확히 해야 한다.

경량 목조주택은 보통 내림벽 구조인데 그 위에 트러스를 올리는 게 일반적인 공법이란다. 사진과 같이 모든 지붕을 버티는 건 투바이 퍼라고, 각재를 세워 내림벽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옥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가 지나가는 구조인데 이는 자재의 문제이기도 하단다. 옛날에는 지붕에 단열재나 마감재가 없으니까 1m가 넘게 쌓는 흙이나 흙을 구어 만든 기와가 지붕 재료의 전부였단다.

그러다 보니 지붕이 무겁고 그걸 버티기 위해서는 아름드리 기둥이 필요하고, 그 기둥과 기둥을 건너지르는 큰 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거에 비해 현재 아빠가 하고 있는 경량목구조는 첫째, 지붕이 가볍단다. 그리고 단열재도 글라스 올이라고 아주 가볍기 때문에 내림벽이 지붕 자체와 겨울에 눈이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구조면 된단다. 이 걸 적설하중이라고 하는데 지붕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게 적설하중을 어떻게 버티냐는 문제란다.

▲ 지붕에 합판을 붙이고 동후레싱으로 처마돌림과 지붕 방수 시트 부분을 보호한다
ⓒ 장승현

지붕에 합판을 덮었다. 지붕에 합판을 덮기 전에 처마 끝에 시더(적삼목: 나무 자체가 썩지 않는 나무, 향나무 향처럼 냄새가 좋음)를 붙인다. 이걸 처마돌림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는 비가 와도 썩지 않는 걸 써야 한단다.

아빠가 짓는 목조주택은 외부에 노출되는 모든 나무를 썩지 않는 나무들로 쓰고 있단다. 지붕에 합판을 덮고 나서 동후레싱을 붙여야 한다. 동후레싱을 붙이고 물받이를 한 다음에 방수시트를 그 위해 깔아야 한다.

▲ 방수시트 깔기
ⓒ 장승현

지붕에 방수 시트를 씌웠다. 요즘에는 방수시트도 부직포가 씌어져 있는 게 나오는데 이 작업할 때가 가장 위험하단다. 네가 좋아하는 천식이 아저씨도 이 작업을 하다 지붕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었지. 지붕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이란다. 작업화 바닥이 찰고무로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는 신발이 가장 좋단다.

▲ 타이펙 작업
ⓒ 장승현

성욱아, 하늘이 참 맑고 경치가 좋지? 이 말을 하고 보니 '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는 주변의 상황이나 현실을 외면한 채 시를 노래하고 있단다. 하지만 아빠는 주변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경치 좋은 줄 모른단다. 일에 정신이 팔려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거의 없어서란다.

▲ 벽체에 베벨 사이딩 작업하기
ⓒ 장승현

벽체에 타이펙을 붙이고 사이딩을 붙이고 있단다. 이 타이펙의 기능은 방수, 방습지 역할을 하는 듀퐁사 제품으로 등산복처럼 숨을 쉬지만 물이 스며들지 않는 종이란다. 질겨서 찢어지지도 않고 불에 잘 타지도 않는단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창문은 시스템 창호를 이용했단다. 이 시스템 창호는 페어글라스로 단창이지만 이중 유리로 되어 있어 다른 창문보다도 단열이 잘 되고 방음효과도 뛰어나단다. 집을 지을 때 이처럼 중요한 부분, 예를 들어 창문 같은 건 돈을 들이더라도 좋은 창문을 쓰는 게 집의 질을 높이는 거란다. 집을 지을 때 이런 부분에서 자재를 아끼고 싼 걸로 시공하다 보면 좋은 집을 지을 수 없단다.

건축 의뢰자한테 정확히 설명을 해 부담을 시키더라도 좋은 제품을 쓰는 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비결이란다.

▲ 처마밑 J찬넬 작업
ⓒ 장승현

처마 밑 소펫작업이란다. 이곳에 J찬넬을 박고 그 위에 하얀 쇼펫을 박으면 된단다. 이 쇼펫의 역할은 구멍이 뚫린 곳에 공기가 통해 지붕 서까래 내부에 환기 시스템이 되어 집이 숨이 쉬는 집이 되어야 한단다.

▲ 처마밑 쇼펫 붙이기
ⓒ 장승현

▲ 레일건을 쏘고 있는 아빠
ⓒ 장승현

작년 수술 후 재기하는 아빠가 레일건을 쏘고 있다. 이 레일건은 90㎜짜리 못을 박을 수 있는 총으로 보통 목수들 10명 이상이 망치질 하는 것보다 빠르게 못을 박을 수 있는 총이란다. 이렇듯 현대는 목수들이 장비로 일을 하지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련 글들은 젊은목수들(www.moksune.com)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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